오늘날 세계는 정보화 사회로서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함에 있어 “그 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얼마나 진출해 있느냐”도 일정한 부분에서는 뚜렷한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 이민역사는 1902년 가난을 벗어나려는 하와이 이민으로 시작됐지만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로 활성화 된 것은 60년대부터였다. 우리나라 이민자들의 첫 생활은 힘들고 지위도 형편없었지만 2대, 3대를 지나면서 나름의 귀한 노하우와 경험을 쌓아 갔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재외동포가 가장 많은 일본에서 우리 교포들은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체포하거나 추방당하는 준범죄자 취급을 당했다. 당시 한일회담이 한창일 때, 우리 국민들은 대일청구권자금 규모나 평화선 유지 등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 인권을 멸시당하는 ‘재일교포 100만 명의 내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은 한일국교정상화 회담 때 “우리가 3억 불을 받는 것도 긴요하지만 재일교포를 위해 1억 불을 덜 받더라도 그들의 법적 지위만은 확실히 하자”는 내용을 전달했었다. 그러나 외교부의 시각은 “재일교포는 어차피 일본 놈이 될 것인데 무슨 관심이냐? 한국말, 한국역사도 모르는데 어떻게 같은 동포라고 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교포들을 바라보고 모른 척했다.

 휘황찬란한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규모는 작지만 재팬타운, 아마존 중심지의 일본인 농장들, 페루 리마시의 남미 최대 중국인 식당 등은 중국과 일본이 자국 국민을 해외로 진출시켜 현지의 고급정보를 얻고 자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모국과 직결되는 신용 상거래 등 해외 국력신장에 교포를 해외자산으로 활용하는데 얼마나 공들이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흔히 화교들의 민족적 애국심에 감탄하거나 유태인의 조국애를 흠모한다. 하지만 우리 교포들도 귀소의식(歸巢意識)이 어느 민족보다 강해서 6·25전쟁이 발발하자 재일교포 청년들이 생업과 학업을 중단한 채 재일학도의용군으로 자진 참전했다. 642명의 참전 교포 중 전사자만 135명이다. 수재의연금이나 방위성금이 필요할 때면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도 재일동포였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모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기름때가 잔뜩 낀 기계부품 하나라도 가슴에 숨겨왔다. 낙후된 산업현장에 선진과학기술을 무료로 전수한 사람들이 재일·재미동포였다.

지난 88 서울올림픽 때도 40만 재일교포들이 일화 1백20억 엔의 거금을 희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이들의 기여도와 향후 역할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비록 우리 이민사가 늦게 출발하여 현재는 각기 터전을 일구는 단계지만 민족사적 발자취로나 물심양면으로 조국발전에 기여한 전 세계 700만 재외동포는 해외에 심어놓은 우리의 소중한 민족자산임이 틀림없다.

우리 교포들 88올림픽때 120억엔 모금, 수재의연금 등 조국위기 때마다 도와

 전 세계로 뻗어나간 재외동포들은 현지의 전망사업에 관한 정보를 아무런 대가 없이 전하고 조국의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반도체까지 수출판로를 개척하여 개인 외교관으로서 충실한 교두보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대장성 산하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하나부사 유끼오(花房征夫) 자료실장이 펴낸 보고서「왜 소니가 삼성에 뒤지는가?」에서 “일본인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농촌에서 커피재배나 농장경영을 했다. 반면에 한국인은 도쿄, 오사카, LA, 뉴욕,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 집결해 정보에 밝아서였다”고 분석했다. 세계화에서 자국이 발전하는 데에는 현지의 정보가 얼마만큼 큰 역할을 하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은 700만 재외동포를 국가발전과 민족부흥의 대열에 적극 포용함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재외동포들이 ‘내 나라(조국, 모국, 고국 등)’에 대해 갖고 있는 의식이 잠재된 민족의 비상한 힘을 발휘하느냐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나라 사랑이다. 이스라엘민족은 나라를 잃어버리고 수천 년을 지나오면서도 모세의 말씀(구약성서의 신명기:申命記)을 결코 잊지 않았기에 마침내 1948년 5월 이스라엘공화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조국을 사랑하려면 무엇보다도 역사를 알아야 하며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조국은 언제나 우리 강산, 역사, 말과 글, 전통과 민속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의 삶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동포들이 어디에 살든 전 세계의 동포사회는 ‘한인’(Korean)이라는 이름 아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 다행히 10월 5일이 ‘세계한인의 날’로 공식 제정되었다. 이 기념일을 계기로 ‘세계 한인’의 범주 속에서 한인들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