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의 뇌는 재건축하는 현장처럼 요란하다. 뇌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시냅스가 새롭게 연결되어 리모델링을 하면서 호르몬은 폭발한다.

일명 ‘중2병’이라고 하는 사춘기를 지나온 노영채 학생(서울 성신여고1)도 “중학교에 들어가서 냉소적이 되었어요. 나만 잘 나고 특별한 사람인 것 같고 세상에 대해 부정적이었죠. 제 흑역사인데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만화에서 나오는 말투를 쓰면서 주변눈치 안보고 나대기도 했어요.(하하) 주변 사람이나 상황들을 비판하고 어른들 말을 듣기 싫었어요. 그러다 한 순간 무기력하고 우울하고요.”라고 떠올렸다.

노영채 학생은 일지영재 도전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감과 포용력을 키워 사춘기의 혼란을 극복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노영채 학생은 일지영재 도전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감과 포용력을 키워 사춘기의 혼란을 극복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초등학교 시절 마냥 해맑고 잘 웃던 영채는 학원 친구들과 선생님을 위해 매일 빵을 구워갈 만큼 정이 많고 재주가 많은 아이였다. 중학교에 가면서 학업스트레스와 진로고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이유 없이 지쳐있던 영채는 자기 방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하는 걸로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

엄마는 꼼꼼하게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자기계발을 매우 중요시한 편이었고, 영채는 소탈하고 현재에 만족하는 편이라 성향이 잘 맞지 않았다. 게다가 3살 어린 남동생이 어려서 아팠고, 초등학교에서는 야구선수가 되어 뒷바라지 하느라 엄마의 관심은 남동생에게 쏠려있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엄마가 ‘대화를 하자’고 했을 때는 당황스럽고 어색하고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힘들어하던 영채는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서 적당히 살고 싶다.”며 자신이 만든 안전한 세상에서 나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깊이 고민하기보다 막연했다.

노영채 양의 변화는 청소년 뇌교육 최고과정인 일지영재에 도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재작년 매사에 시큰둥한 영채에게 김희재 HSP트레이너(비알뇌교육 성북지점)는 새로운 도전을 제안했다.

5기 일지영재 노영채 학생(오른쪽)과 영채 양을 지도한 김희재 HSP트레이너. [사진=김민석 기자]
5기 일지영재 노영채 학생(오른쪽)과 영채 양을 지도한 김희재 HSP트레이너. [사진=김민석 기자]

일지영재 도전의 과정으로 미국 세도나에서 10박 11일간 개최하는 HSP캠프에 참가했다. 대장정과 절 수련, 기상미션 등 모든 과정에서 목표를 스스로 선택해서 하나씩 성취해내는 캠프였다. 체력적으로 힘든 걸 싫어하고 눕는 걸 좋아하던 영채는 절 수련 목표를 1,000배로 선택하고 도전했다.

“제가 일지영재 과정을 시작하면서 갖게 된 신념 중에 하나가 ‘어차피 해야 한다면 투덜대지 말고 웃으면서 하자!’였어요. 당장 힘들어도 지나갈 일인데 나중에 추억을 되새겼을 때 뿌듯할 수 있는 걸로 선택하자고 마음먹었죠.” 절 수련 초반 높은 목표에 잠시 후회도 했지만 다 해내고 나서 오는 감동이 무척 컸다. 대장정도 잘 마쳤고, 평소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하던 것도 마음을 먹고 나니 수월하게 해냈다.

일지영재 과정 중 12단계에 거쳐 체력과 함께 뇌력, 심력을 길러서 자신의 몸을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절력을 키우는 HSP12단(물구나무서서 걷기 36걸음)이 쉽지 않았다. 체력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4기 도전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도전 과정에서 마음이 뜨거워진 영채는 꼭 하고 싶어 중학교 3학년인 지난해 5기 과정에 다시 도전했다.

그동안 연습해서 7단 물구나무서서 버티기부터 초반에는 속도가 빨랐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늦어졌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팔 힘뿐 아니라 중심이 되는 아랫배 단전을 강화하는 기초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 영채는 매일 BR뇌교육 성북지점 수련장을 찾아 HSP과정이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훈련했다.

“중도에 놔버리면 지금까지 노력이 물거품이 되잖아요. 고등학교에 가면 더욱 하기 힘드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고비가 왔을 때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최대한 자신에게 집중했어요. 다른 생각이 섞이면 비틀거리고 내려오게 되거든요.

도전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물구나무서서 올라가서 힘들고 지쳐 정말 내려오고 싶을 때 한 걸음이라도 더 가려고 균형을 잡는 필사적인 마음이 필요하더라고요. 자기 힘으로 버텨봐야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더군요.”

영채는 함께 도전하는 친구들과 더욱 친해졌다. “우스운 자세로 실패하면 서로 크게 웃고 응원했어요. 도전과정이지만 어린아이들처럼 잘 놀았어요. 힘들 때 함께 하니 공감이 잘되고 친구들끼리 피드백 하는 게 부담 없고 좋았어요.”

노영채 양이 일지영재 과정 중 하나인 HSP12단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시범 보이는 모습. [사진=김민석 기자]
노영채 양이 일지영재 과정 중 하나인 HSP12단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시범 보이는 모습. [사진=김민석 기자]

그는 두려움이 많은 친구들을 격려하며 도전하는 과정에서 우울했던 사춘기의 터널을 지났다. “학업스트레스 때문에 친구들도 ‘힘들어 죽고 싶어’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해요.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그 속에 빠져들게 하거든요. 그럴 시간에 저는 지점에 나와서 열심히 HSP12단 연습을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웃고 나면 기분도 전환되고 집에 돌아갈 때는 뿌듯한 성취감이 생겼어요. 우울할 틈을 없애주었죠. 뇌교육에서 감정에 빠져 있을 때는 현재 있는 자리를 빠져나와 장소를 바꾸라고 하거든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되요.”

중학교 3학년 여름이 지나며 훨씬 안정되었고 당당하게 일지영재 5기에 합격했다. 그는 “아마 도전하지 않았으면 집안에만 박혀서 그림만 그리고 휴대폰만 했을 텐데, 일지영재 도전이 세상과 접촉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해주었어요.”라고 했다.

영채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나 자신에게 당당해지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뇌교육 과정에서는 앞에 나가서 발표할 기회가 많은데 남들 앞이라고 주눅 들지 않고 말하게 되요. 특히 자기선언을 할 때 부끄럽다고 움츠리면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요. 부끄러워도 당당하게 표현하면 무엇보다 제 자신이 만족할 수 있고 친구들도 환호해주죠.

그리고 포용력이 커졌어요. 제 자신에 대해서도 남에게도 비판하기보다 작은 일, 쉬운 일부터 해보자고 격려하죠. 조별과제를 함께 하는 친구가 하기 싫어하면 화를 내기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부드럽게 이끌어 갈수 있는 게 진정한 힘인 것 같아요. 이보다 잇몸이 강하다고 하잖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는 영채는 또래 친구들을 상담해주는 역할을 한다. 허리나 목이 안 좋은 친구들이 많아 뇌체조를 알려주고, 속이 좋지 않은 친구에게는 배꼽힐링을 가르쳐 주면 모두 잘 따라한다. 그리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위로와 격려를 한다.

“몹시 우울하고 자신감이 없어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림을 좋아하는데 엄마에게 보여주니 미술계통에 계신 엄마가 칭찬은 하지 않고 날카로운 평가만 하셨더라고요. 그 친구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 그럴 경우 교류하며 칭찬과 보답을 받아야하는데 부족한 거죠.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자신이 창작한 걸 보여주는 건 칭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평가를 원했다면 전문가를 찾았겠죠. 평가만 하면 아이들을 가로막는 일이 된다고 생각해요. 뇌교육을 할 때 선생님들이 칭찬을 정말 많이 하세요. 늘 격려하고 물구나무서서 걷기 한 걸음만 늘어도 엄청나게 칭찬을 해주시죠. 만약 고쳐야 할 점에 대해 지적만 받았으면 저도 하기 싫었을 거예요.”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영채 양의 모습이 의젓했다. 고등학생이 된 영채는 일러스트와 프로그래머, 심리학 쪽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꿈을 찾아가고 있다.

노영채 양과 어머니 정영인 씨. 정영인 씨는
노영채 양과 어머니 정영인 씨. 정영인 씨는 "영채가 행복하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지혜로운 어른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영채 양의 어머니 정영인 씨는 “영채가 어른스러워졌어요.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눈도 객관적이 되어 조언도 하고요. 학교나 학원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해나갑니다.”라고 말했다.

영채는 그 이유에 대해 “뇌교육에서는 활동을 할 때 주제를 주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해요. 입시준비처럼 촘촘하게 세세한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죠. 물구나무서서 걷는 자세에 대해서도 정답이 있다고 하지 않고 발을 펴고 걷거나 접고 걷거나 각자 자기에게 맞는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을 찾으라고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유아교육분야에 종사하는 정영인 씨는 “뇌교육 선생님과 트레이너께서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들의 무한한 힘을 끌어내 주더군요.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교육이 공교육 방과후 수업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모두의 뇌교육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딸에게 하고 싶은 바람에 대해 “일지영재들은 자신을 지구경영자라고 표현해요. 저는 영채가 인류에 봉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영채의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인류에 봉사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영채가 행복하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지혜로운 어른으로 자랐으면 합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