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중국 역사 기행을 다녀왔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없던 내가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중국 역사 기행을 가게 된 것은 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벤자민학교에서는 역사를 책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하며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선생님께서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중국 역사기행을 간다고 말씀하셨을 때, 나의 첫 해외여행이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 실망했으나 역사 기행을 준비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린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찾아 지난 5월 15일, 상하이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김해공항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박상아]
우리는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찾아 지난 5월 15일, 상하이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김해공항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박상아]

중국 역사 기행을 떠나기 전 김수곤 역사 멘토님(밀양동명고 교사)을 만나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에 관해 배웠다. 멘토님께서는 ▲3·1운동의 의의 ▲1932년 4월 29일 전승기념일 당시 윤봉길 의사의 의거와 그의 일대기 ▲김구 선생님께서 중국 저장성 자싱으로 피난한 이유와 그곳에서의 생활 ▲한인 애국단과 의열단의 창립 및 황포탄의거 등에 대해 알려주셨고, 우리가 직접 조사도 해보도록 과제를 내주셨다. 그 과제를 수행하면서 내가 잊고 있었거나 몰랐던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었다.

멘토님은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하시면서 “관광을 가면 역사 기행을 할 수 없지만, 역사 기행을 하면 관광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말씀 덕분에 이번 중국 역사 기행에 앞서 역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게 되었고 많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중국으로 출발하였다.

기행 첫째 날, 우리는 김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 상하이 푸동 공항에 내렸다. 상하이의 날씨는 우리나라와 비슷했지만 습한 날씨 탓에 기분이 꿉꿉했다. 도착 후 바로 밥을 먹고 윤봉길 의사의 자취를 찾아 홍구공원과 윤봉길 의사 전시관으로 갔다. 전시관에서 윤봉길 의사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보았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윤봉길 의사처럼 장렬한 의거를 거행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는 난 아마 고민 없이 ‘NO'라고 말했을 것이다. 영상을 보면서 그분의 심정과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다.
 

윤봉길 의사 전시관에서는 의사님의 국가에 대한 사랑과 당시 그분의 심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박상아]
윤봉길 의사 전시관에서는 의사님의 국가에 대한 사랑과 당시 그분의 심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박상아]

다음으로 향한 곳은 1919년 4월 세워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이다. 상하이 임시정부 터는 생각보다 좁아서 놀랐는데 ,이런 곳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오로지 국가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지금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신 모든 독립운동가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첫째 날의 마지막은 동방명주를 관람하고, 유람선에서 비 오는 날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마무리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일찍 일어나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이동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 항저우기념관을 찾았다. 임시정부는 일제의 탄압으로 옮겨 다녀야 했는데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32년 5월부터 11월까지 머물던 곳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고 규모도 크지 않기에 초라하게 보일 수 있으나, 임시정부 청사가 옮겨온 계기와 임시정부 요인들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면 그 시설의 규모가 결코 작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집무실과 침대가 한 공간에 있는 열악한 시설이지만 기념관에 걸려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에서는 강인함과 굳은 의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규모는 작고 시설은 열악하지만 독립운동가들의 조국 독립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항저우기념관. [사진=박상아]
비록 규모는 작고 시설은 열악하지만 독립운동가들의 조국 독립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항저우기념관. [사진=박상아]

항저우 임시정부 기념관을 떠나 항저우의 대표 관광지이자 어마어마하게 큰 인공호수인 서호로 가서 유람선을 탔다. 따뜻한 날씨와 초록빛 나무들, 잔잔한 강물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이날 저녁에는 송성 가무쇼를 보며 마무리했다. 가무쇼의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는데, 공연장 무대에는 물이 폭포처럼 떨어지고 하늘 위에서는 비가 내리는 등 정말 잊지 못할 공연이었다.
 

서호의 잔잔한 강물과 초록빛을 내뿜는 나무들은 내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사진=박상아]
서호의 잔잔한 강물과 초록빛을 내뿜는 나무들은 내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사진=박상아]

셋째 날에는 김구 선생님께서 일본 밀정을 피해 머물던 자싱으로 향했다. 김구 선생님의 피난처에 들어서면 선생님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중국에 가기 전 김구 선생님의 피난처에 대해 찾아보며 열악한 환경에 놀랐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독립운동가들의 힘든 생활이 느껴져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동안 역사에 관심 없이 살아가던 나를 돌아보게 되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김구 선생님 피난처를 둘러본 후에는 다시 상하이로 돌아와 중국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남경로에 갔다.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혀서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여유 있게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 남아있다. 거리에는 갖가지 조형물도 있었고 사람도 정말 많았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은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이번 역사 기행을 하면서 각자 느낀 점을 얘기하면서 여행이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랬다.

처음에는 재미없을 것 같았던 중국 역사 기행이었지만 얻어가는 것이 정말 많은 첫 해외여행이 되었다. 내가 몰랐던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를 직접 보고 느끼며 배울 수 있었고 역사를 소중히 여기자는 마음가짐 또한 갖게 되었다. 교과서로만 배우는 역사와는 달리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역사는 나에게 와닿는 느낌이 아주 달랐다. 이번 역사기행을 통해 앞으로 더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준 분들을 기억할 의무가 있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