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인 조수영 씨(33)는 항상 의욕이 넘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며,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청년이다. 꿈이라는 것이 평생 먹고 살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는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전공과 동아리 활동을 해오면서 평생 직업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평생'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자신을 억압했다고 한다. 국내 최초 고교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과정인 벤자민갭이어를 통해 꿈의 의미를 재정립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항상 의욕이 넘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며,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청년 조수영 씨는 벤자민갭이어를 통해 ‘꿈은 직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현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진=김경아 기자]
항상 의욕이 넘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며,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청년 조수영 씨는 벤자민갭이어를 통해 ‘꿈은 직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현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진=김경아 기자]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영 씨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한 친구로부터 ‘과묵소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중학교에 가서는 일부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지만 많은 친구를 사귀지는 못했다. 3학년 때는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아버지가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어 온 가족이 1년간 미국에서 생활했다. 먼 타국으로 가는 것이 당시에는 슬펐지만 돌이켜보면 수영 씨의 인생은 그때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미국인 친구들이 저에게 많이 다가와 주었어요. 아무래도 동양인을 볼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신기한 마음에 많은 관심을 주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급 내에서 회장이나 부회장을 맡았죠. 미국에서의 생활로 인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의 제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수영 씨의 대학 생활은 정말 다채로웠다. 섬유공학과에 입학해 건축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리고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져 부전공으로 철학까지 공부했다. 동아리 활동도 다양하게 했었다. 밴드동아리에 가입해 드럼을 쳤고, 영화동아리에 가입해 영화도 찍어보았다. 또한, 대학교 3학년을 마친 후에는 1년간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
 

다채로운 대학 생활을 했던 조수영 씨는 섬유공학과에 입학해 건축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리고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져 부전공으로 철학까지 공부했다.[사진=김경아 기자]
다채로운 대학 생활을 했던 조수영 씨는 섬유공학과에 입학해 건축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리고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져 부전공으로 철학까지 공부했다.[사진=김경아 기자]

“평소 친환경 건축에 관심이 있었는데 독일이 친환경 건축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그곳에서 자연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건축에 관해 공부할 수 있었고,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죠. 그러다 한 번은 독일에서 만난 친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한국의 건축은 어떤 것이야?’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그래도 한국인인데 한국의 건축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이 창피했죠. 그러면서 한옥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옥은 정말 친환경적인 건축물이에요. 흙으로 벽을 만들어서 외부와 공기가 통하고, 창문을 다 열면, 바람길이 열려서 여름에는 에어컨을 튼 것만큼 시원해요. 겨울에는 온돌이 있어 따뜻하고요. 친환경적이고 자연과 통할 수 있는 건축이라는 점에서 한옥에 매력을 느꼈죠. 대학 졸업 후에는 한옥설계사무소에서 인턴으로도 일하고, 한옥학교에서 한옥을 전문적으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수영 씨는 대학을 다니고, 건축사무소를 다니면서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마음대로 도면을 그리면서 자신의 개성을 담아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시하는 업무만 하다 보니 스스로가 수동적인 보조자처럼 느껴졌다. 사회생활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지쳐있던 수영 씨는 지인으로부터 벤자민갭이어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2014년 벤자민학교가 개교된다는 소식을 들어 학교에 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그는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성년이 된 터라 나이라는 벽에 막혀 그저 바람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다.

“2016년에 벤자민갭이어 과정이 만들어졌다기에 바로 등록을 했죠. 벤자민학교가 개교했을 때부터 정말 가고 싶었는데 20대 청년들을 위한 과정이 생겨 정말 감사했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또래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갭이어를 하면서 많은 청년들과 교류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죠. 살면서 처음 번지점프에 도전해보고, 시도는 못했지만 자전거 국토종주도 기획했었죠. 늘 하던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해보니 인생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수영 씨는 갭이어를 통해 ‘꿈은 직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했다. 주인의식을 갖고 창조하는 일, 그것이 수영 씨가 원하는 것이었다. 최근 그는 유통업계로 직장을 옮겨 MD, 수출 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 업무도 일부 담당한다. 직장을 옮긴 이후에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예전에 비해 업무만족도도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또한, 수영 씨는 갭이어 과정 졸업 이후,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벤자민갭이어 중앙워크숍에 진행 팀으로 참가해 후배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제가 갭이어를 했을 때는 저만 바라보느라 바빴는데, 진행자로 참석을 하니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더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탐구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제 가슴도 뛰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죠. 같은 세상에 사는 또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생각이 넓어지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조수영 씨는
조수영 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 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벤자민갭이어를 통해 꿈이라는 것을 새롭게 정리한 그에게 꿈에 관해 물으니 그는 “벤자민갭이어 과정 중 지구시민교육을 이수하면서 우리는 언어나 문화, 국적으로 인해 분리되어 있으나, 한 지구에 사는 지구시민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았어요. 이러한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면 이 지구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제 꿈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전 세계에 지구시민 마을을 개척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수영 씨에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또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많은 청년들이 취업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요. 하지만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결국은 나만 손해인 것 같아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 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