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 하던 한 청년은 중학교 졸업 후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이 청년은 국내 최초 고교완전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벤자민학교 1기 졸업생 신채은(22) 양이다. 최근 인천광역시 청년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많은 청년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꿈을 찾을 기회를 제공하고자 인천광역시가 추진하는 ‘청년학교 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국내 최초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를 졸업한 신채은 양은 인천광역시 청년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청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국내 최초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를 졸업한 신채은 양은 인천광역시 청년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청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인천시 청년 74만여 명이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자 청년정책위원에 도전했어요. 현재 서울이나 제주, 전북 전주에서는 지자체에서 갭이어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천시에서도 청년이 직접 갭이어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려 합니다. 이 외에도 청년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청년정책 시행을 위한 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중입니다.”

중학교 2학년까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채은 양은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친언니가 대학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보고 학업에 몰두했다. 자신보다 공부를 훨씬 잘하는데도 그렇다는 것이 두려워 공부를 시작한 그는 3학년 마지막 기말고사에서 성적을 전교 8등까지 올렸고, 고등학교 진학 후 계획도 다 세워두었다. 이렇듯 공부만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채은 양에게 다른 삶의 지표를 제시한 것은 바로 벤자민학교였다.

어머니의 권유로 가게 된 벤자민학교 면접캠프에서 채은 양은 이 말을 듣고 자신의 인생설계를 다시 생각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라. 여러분이 가고 있는 이 길이 가치 있는 길인가? 그 길을 쭉 걸어간다면 과연 사회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중간목적지는 있으나, 끝이 없는 길을 가고 있던 채은 양에게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질문이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제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계획하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벤자민학교에서는 ‘교실 안’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이 아닌 ‘온 세상’이 학교가 되거든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 관념을 익히고, 여행을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한 해 동안 제가 찍었던 사진들을 전시도 해봤죠. 많은 경험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동과 행복을 선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어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1년을 통해 저는 청소년의 꿈을 찾아주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육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신채은 양은 교육자라는 꿈을 품으며 진로교육, 지구시민교육, 나라사랑교육 등 여러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신채은 제공]
신채은 양은 교육자라는 꿈을 품으며 진로교육, 지구시민교육, 나라사랑교육 등 여러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신채은 제공]

매일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꿈을 찾는 1년을 보내다 다시 시작한 학교생활. 교육자라는 큰 꿈을 안고 고등학교로 복학한 채은 양의 고등학교 3년은 순탄치 않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낸다는 것도 힘들었고, 친구들과 깊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일반적인 교육과정과는 다른 길을 걷다왔으니 친구들과의 소통이 힘들었어요. 다른 환경속에서 예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많고, 청소년에게 꿈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갔는데 마음처럼 안되니 점점 자신감도 잃어갔어요.”

힘든 시기였지만 채은 양은 정해진 틀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 그 틀을 활용하여 자신의 꿈을 펼쳐가고, 성장해 나갔다.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위안부 후원금 모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학년까지는 학업을 잘 챙기고 있어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자 수업에 집중을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채은 양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3학년이 되자 제 자신감과 자존감은 거의 바닥을 쳤죠. 힘들수록 벤자민학교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나와 대화하고 길을 찾아 나갔던 그 경험을 떠올렸어요.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뇌교육과 B.O.S(Brain Operating System, 뇌활용) 법칙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죠. 이 과정을 통해 ‘청소년의 꿈을 찾아주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육자’라는 저의 꿈을 다시 세울 수 있었습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의 1년을 통해 신채은 양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의 1년을 통해 신채은 양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동과 행복을 선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육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졸업을 앞두고 있던 채은 양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아니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청소년을 살리고 또 다른 길을 제시해주고 싶었던 그는 자신이 체험한 뇌교육을 주제로 초등학교에 진로강의를 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들의 꿈과 미래뿐만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 의식을 높여주고 지식과 삶의 지혜를 알려주고자 지구시민교육과 나라사랑교육 강사에 도전하기도 했다.

“첫 강의 전날에 문뜩 '한 번도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이 없던 내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수업에 나가기가 두렵더라고요. 하지만 벤자민학교에서 가진 교육자의 꿈이 저에게는 정말 간절했고,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나갔죠. 그동안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첫 강의에 도전하고 나서 제 가슴이 살아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채은 양은 인천광역시 청년정책위원, 그리고 미추홀구 청년정책네트워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청년들에게 인생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고,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청년학교 정책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오는 30일, 인천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해 청년학교 정책의 첫발을 딛는다.

인천광역시 청년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신채은 양은 청년들이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인생을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청년학교' 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사진=신채은 제공]
인천광역시 청년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신채은 양은 청년들이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인생을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청년학교' 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사진=신채은 제공]

끝으로 채은 양에게 벤자민학교는 어떤 곳인지 물어보니 벤자민학교를 ‘트렘펄린’ 같은 곳이라고 답했다. “트렘펄린에서는 낮게 뛰면 높이 못 올라가잖아요. 근데 높이 뛰려고 힘껏 몸을 던지면 정말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죠. 그리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올라올 수 있어요. 벤자민학교가 그런 곳이에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선생님과 친구가 늘 함께하죠. 해보지도 않고 못할 것이라 겁먹지 말고 무엇이든 마음껏 해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