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덴마크 외교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세계적인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이하 안데르센)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코펜하겐으로 상경한 지 200년이 되는 해이다. 서울에서 덴마크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 이하 안데르센)의 동화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왼쪽)안데르센 생가(오덴세). (오른쪽)서울역사박물관에 재현된 안데르센 생가.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왼쪽)안데르센 생가(오덴세). (오른쪽)서울역사박물관에 재현된 안데르센 생가.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과 오덴세시립박물관(관장 토븐 그뢴고드 예페슨)은 덴마크 마리 왕세자비(Mary, Crown Princess of Denmark)의 공식 방문에 맞춰 5월 21일(화) 오후 4시,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안데르센, 코펜하겐 1819’ 국제교류전시를 공식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인어공주’, ‘장난감 병정’, ‘미운 오리 새끼’ 등 우리에게 친숙한 안데르센의 동화를 통해 19세기 코펜하겐을 조명한다.

안데르센(1805~1875)은 북유럽 덴마크 왕국의 핀 섬에 있는 오덴세에서 구두 수선공 아버지와 세탁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로비에서는 오덴세시립박물관의 분관 중 하나인 안데르센의 생가를 80%로 축소하여 재현하였다.

이 공간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하고, 안데르센이 만들었던 종이 인형 만들기, 극장 속에 들어가 인증샷 찍기 등 체험을 통해 어린 안데르센이 되어볼 수 있다.

열네 살 소년 안데르센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왕립 극장이 있는 코펜하겐으로 떠났다. 지금은 기차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당시에는 이틀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서울역사박물관 전시장 입구에 재현된 코펜하겐 서대문(1819).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전시장 입구에 재현된 코펜하겐 서대문(1819).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전시실 입구에는 안데르센이 코펜하겐으로 입성했던 코펜하겐의 서대문(Vesterport)을 재현하였다. 19세기 중반 도시를 확장하면서 서대문은 없어졌지만, 당시 열네 살 소년 안데르센이 희망을 안고 들어섰을 그 성문을 200년이 지난 2019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 구성하였다. 안데르센이 경험하였던 코펜하겐의 최하층민의 삶을 보여주는 코펜하겐의 어두운 뒷골목과 안데르센의 삶과 작품의 영감이 되었던 장소인 니하운, 왕립 극장 그리고 부르주아 응접실이다.

가난한 도시, 코펜하겐

안데르센이 코펜하겐에 도착했을 때, 코펜하겐은 이미 두 차례의 전쟁과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의 편에 섰다가 프랑스가 폐하면서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일푼으로 상경한 시골 소년 안데르센은 숙박업소와 매춘가로 유명한 홀멘스게이드의 창고방에서 하숙을 하였고, 이는 코펜하겐 최하층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안데르센이 처음으로 살았던 홀멘스게이드 8번가의 창고방을 오덴세시립박물관 보존과학자 피터 린드(Peter Lind)의 묘사도를 바탕으로 재현하였다.

19세기 덴마크 니하운. [사진=서울역사박물관]
19세기 덴마크 니하운.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지금까지 코펜하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니하운(Nyhavn,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덴마크어)은 안데르센에게 꿈의 장소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안데르센은 물을 좋아하여 자신을 물에 비유하거나 물을 동화의 소재로 삼기도 하였는데 1837년 발표된 동화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이 겪었던 짝사랑의 경험을 물을 소재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전시실에서는 당시 니하운을 상징하는 건물들과 반짝이는 니하운의 물결을 재현하였다. 또한 안데르센의 마지막 보금자리였던 니하운 18번지 아파트를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덴마크 르네상스: 부르주아 응접실

19세기 초 덴마크는 경제적으로는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문화는 부흥기를 맞게 되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그중 대표적 인물 안데르센이다. 활발한 문화 산업을 바탕으로 ‘덴마크 황금 시대(Golden Age)’의 막이 열리고, 성공한 예술가들은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으로 대접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부르주아 응접실은 안데르센과 같은 예술가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토론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소였으며, 덴마크 르네상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코펜하겐 부르주아 응접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코펜하겐 부르주아 응접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비록 안데르센은 코펜하겐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소유하지 못했지만, 코펜하겐이 안데르센의 삶과 그의 작품에 끼친 영향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 70년 안데르센의 삶과 그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코펜하겐의 모습은 살아 있는 역사가 되어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의 굴곡진 70년 인생을 통해 19세기 코펜하겐의 역사를 이해하고, 안데르센 동화를 통해 전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송인호 관장은 전시 개막에 앞서 “안데르센의 동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이지만, 세월이 지나서도 어른들에게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속으로 들어서서, 19세기 코펜하겐의 항구와 골목길을 배경으로 그가 전하고자 했던 꿈과 희망과 도전을 공감하고 추억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시의 의미를 전하였다.

코펜하겐의 랜드마크.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코펜하겐의 랜드마크.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와 연계하여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전시 연계 가족 체험 프로그램 ‘우리가족 코펜하겐 랜드마크 여행’은 5월 3일부터 6월 14일,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8시 40분까지, 총 7회 진행된다. 또한 주한덴마크대사관의 후원으로 덴마크 공연단 ‘미쉬매쉬 MishMash’를 초청하여 어린이 공연 The Nose를 개최한다. 공연은 5월 23일(금) 오후 4시, 24일(토)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총 4회이다. 예약 방법 및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문의 02-724-02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