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결혼 한 여자의 경우,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 여동생을 ‘아가씨’라고 불러왔다. 반면 남자는 ‘처제’ ‘처남’으로 부른다. 가족 호칭 관련 청와대 민원은 34건으로, 가장 많은 청원을 기록한 의견은 ‘여성이 결혼 후 불러야 하는 호칭 개선을 청원합니다’로 33,293명의 지지를 받았다.(2017년 12월 기준)

최근 한부모, 다문화, 1~2인 가구와 같이 가족형태가 다양하고 가족규모가 축소되며,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한부모 153만 가구, 다문화가 31만6천 가구, 1인 가구 562만 가구이다. 또한 2010년과 2018년을 비교했을 때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은 64.7%에서 48.1%로, 동거 동의는 40.5%에서 56.4%, 결혼하지 않고 자녀출산해도 된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는 20.6%에서 30.3%에 이른다.

이처럼 가족에 관한 가치관이 급변하는 가운데 가족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이 현실과 맞지 않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가족 호칭은 오랜 전통을 반영한 우리 고유문화를 담고 있어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는 15일 오후 2시 서울지방조달청 별관3층(서울 서초구)에서 결혼 등을 매개로 사용되는 가족호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가족호칭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관계부처와 학계, 시민단체, 언론사, 일반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15일 여성가족부는 가족호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가족호칭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실시한 '가족호칭 사례 공모전' 응모작 들. [사진=여성가족부]
15일 여성가족부는 가족호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가족호칭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실시한 '가족호칭 사례 공모전' 응모작 들. [사진=여성가족부]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한글문화연대가 공동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실시한 ‘가족호칭 사례공모전’응모작을 중심으로 가족호칭을 사용하며 불편을 경험한 사례를 공유했다.

발제를 한 고려대 국문과 신지영 교수는 “가족호칭으로 인한 불편함은 모르거나 문제의식 없이 관습에 따라 사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근대적 신분제와 가부장적인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된 가족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이번 토론회가 사용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편한 호칭 마련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공론의 장으로 활용되기 바란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를 좌장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패널은 한겨레말글연구소 김하수 연구위원, 한국여성민우회 김희영 팀장, 박건식 MBC PD, 최봉영 전 한국항공대 교양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가족호칭 사례 공모전 응모작의 사례를 보면, 00아빠‧00엄마 대신 여보‧당신을, 장인어른‧장모님‧시아버님‧시어머님 대신 어머님‧아버님을, 시댁처가 대신 시가, 처가 등 다양했다. 아이들이 부르기 어려운 증조할머니‧증조할아버지 대신 최고 할머니‧최고 할아버지 등의 의견도 있었다.

여성가족부 김민아 가족정책과장은 “가족 간 호칭 관련 논의는 성별, 세대를 넘어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족 간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토론회가 호칭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이후 여러 의견을 종합 검토하여 기존 가족 호칭에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대안호칭을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