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배경이 되는 사상이 있습니다. 홍익인간 이념이 나온 뿌리가 되는 사상, 천지인(天地人) 사상입니다. 천지인 사상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다."라는 건데 느낌이 피부로 와 닿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말을 바꿔보겠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이므로 하늘이 병이 들면 땅이 병이 들고 땅이 병이 들면 사람이 병이 든다." 이러면 뭔가 느낌이 옵니다. 우리의 환경문제에 대입해 보니 느낌이 옵니다. 그러면 이것을 다시 한 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하늘을 이롭게 하는 것이 땅을 이롭게 하는 것이고 땅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이니까 산천초목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 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바로 천지인 사상에서 홍익인간이념이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화영 교사
이화영 교사

천지인 사상을 표현하는 놀이가 바로 가위, 바위, 보 놀이입니다. 가위, 바위, 보 놀이에서 천은 보, 지는 바위, 인은 가위를 의미합니다. 옛날 부채나 또는 북에 그려져 있던 삼태극 문양도 천지인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천지인 사상은 우리 문화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데, 홍익인간이념이 천지인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삼국유사’의 단군 사화 주인공은 단군왕검이 아니고 환웅입니다. 환웅이 환인천제로부터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데 사용하도록 받은 세 가지 물건으로 천부삼인(天符三印)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천지인의 의미가 있는 천부삼인을 거울, 방울, 검으로 추정합니다. 천지인을 도형으로 표시하면 원(○)·방(□)·각(△)으로 표시되고 원형인 거울은 천을 의미하고 방울은 지를 의미하고 검은 인을 의미합니다. 방울을 보면 여덟 개입니다. 이것은 팔방을 의미하고 사각형을 두 번 겹치면 팔방이 됩니다. 칼은 단면이 세모꼴이기 때문에 인을 의미합니다.

인을 표시하는 삼각형은 세 가지 모양이 있습니다. 꼭지점이 위로 있는 삼각형(△), 꼭지점이 아래로 있는 삼각형모양(▽), 꼭지점이 옆으로 있는 삼각형 모양(◁)이 있습니다. 조선 중기 성리학자인 하서 김인후의 천명도(天命圖)에는 꼭지점이 위로 있는 삼각형(△)은 꼭지점을 머리로 보고 머리를 하늘로 향해서 있는 사람으로 보았고, 꼭지점이 아래로 있는 삼각형모양(▽)은 머리를 땅에 묻고 있는 식물로 보았으며, 꼭지점이 옆으로 있는 삼각형 모양(◁)은 머리를 옆으로 향하고 있는 동물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人)은 단순히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식물을 포함한 지구생명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홍익인간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작은 의미보다는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수채 구멍에 물을 버릴 때에도 뜨거운 물은 식혀서 버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뜨거운 물을 그냥 버리면 조그만 벌레와 미생물들이 죽으니 미물조차 살리려는 마음에서 물을 식혀 버린 것입니다. 할아버지들은 산에 갈 때는 짚신 사이의 올이 넓은 짚신으로 갈아 신고서 산에 올랐습니다. 왜 짚신 사이의 올이 넓은 짚신으로 바꿔 신고서 산에 올랐을까요? 짚신 사이의 올이 넓으면 산에 사는 벌레들이 덜 밟혀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랬던 겁니다.

또한 농부가 들일을 하다가 음식을 먹을 때면 ‘고시레’ 하면서 음식을 먹기 전에 음식의 일부를 들에다가 버리는 행위, 까치밥이라고 해서 감나무의 감을 다 따두지 않고 남겨두어 겨울에 양식이 부족한 까치의 밥을 남겨두는 마음, 이러한 것으로 보아 홍익인간은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까지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여류작가로 장편소설 ‘대지’를 집필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Pearl Buck)이 황혼의 나이에 우리나라를 방문해 경주의 시골길을 가면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한 농부가 소가 끌고 가는 달구지에 짚단을 싣고 본인 지게에 짚단을 나눠지고 가는 것을 보고 “달구지에 짐을 모두 싣고 편하게 가지 왜 등에 짐을 나눠지고 가느냐?”라고 묻자 농부가 “소도 나도 온종일 힘들게 일해 힘이 드니 돌아가는 길의 짐은 나눠가야지요”라고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이에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라고 펄 벅이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양의 물질문명을 받아 들인지 불과 반세기 만에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등장한 우리 사회에 천지인 사상과 홍익인간 정신의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익정신의 회복으로 펄 벅이 감동을 느꼈던 나라,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했던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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