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지병목)은 봄을 맞아 지하 1층에 자리한 ‘궁중서화실’의 새단장을 마치고 26일부터 매화·난·대나무 그림을 중심으로 한 12건의 유물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구한말(舊韓末) 왕실 회화를 담당한 양기훈, 김응원, 김규진 등이 그린 매화·난·대나무 소재의 작품과 본인의 호를 딴 석파란으로 이름 높았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난 그림 등 왕실 소용 공예품 등이 전시된다.
 

새로 단장한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에 전시될 김규진의 '대나무 바위 그림 병풍'. [사진=문화재청]
새로 단장한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에 전시될 김규진의 '대나무 바위 그림 병풍'. [사진=문화재청]

매화·난·대나무 세 화재(畫材, 그림의 대상이나 소재)는 예부터 개성 있는 생태적 속성으로 다양한 상징적 의미가 발달했다. 이른 봄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는 재생과 지조(志操)를 뜻하고, 유려한 잎과 은은한 향기를 지닌 난초는 고귀함과 우아함을 나타내며, 대나무는 충성스러운 신하의 곧은 마음을 의미하였다.

위 세 화재는 국화와 함께 군자(君子)의 덕목에 비유되어 사군자(四君子)로 불렸는데, 그림을 그리는데 서예의 방법이 적용되면서 문인을 위한 그림 소재로 자리 잡았다. 이에 조선의 왕을 비롯한 왕족과 사대부 계층은 이들 소재의 그림을 즐겨 감상하고 직접 수묵으로 그리기도 하며 병풍과 족자로 만들어 궁궐과 사대부집 사랑채 등의 공간을 장식했다.

이번 전시에는 고종의 강제퇴위로 1907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된 순종이 머문 궁궐인 창덕궁 인정전을 장식하는데 사용된 대형 병풍인 김규진의 ‘죽석도병풍’과 김응원의 ‘난석도병풍’도 나란히 선보인다. 김규진은 고종의 명으로 영친왕의 서법(書法) 교사를 지내기도 한 인물로 묵죽과 묵란에 뛰어났으며, 김응원은 흥선대원군에게 난치는 것을 배웠다. 두 화가 모두 조선 말기와 근대 화단을 잇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조선 말기 묵란화에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왕실 인물인 흥선대원군의 묵란 작품들과 지방 출신화가로는 드물게 궁중에 화가 본인의 이름을 적은 작품을 바친 양기훈이 그린 ‘매화 대나무 그림 병풍’ 등도 전시된다.

이번에 새로 단장한 궁중서화실에는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매화와 난, 대나무 그림을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관람객 참여형 영상(인터액티브 영상)이 준비되어 있다. 또, 매화와 난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전시에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