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월 4일 청와대 영빈관으로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것을 바로 잡는 것이 해방된 조국이 해야 될 일이다”고 말했다.

청와대 오찬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호주, 캐나다, 영국, 브라질에 거주하는 8개국 64명의 독립유공자들이 초청됐다. 이날 행사는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들에게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독립유공자 가족으로서 어려움을 겪었을 후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영빈관으로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던 장병훈 선생의 외손녀 심순복 씨를  문재인 대통령이 맞이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영빈관으로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던 장병훈 선생의 외손녀 심순복 씨를 문재인 대통령이 맞이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외국인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에게도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마음을 기억해 달라’는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거 우리나라에는 ‘친일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그런 말이 있었다. 친일한 사람들은 당대에 떵떵거릴 수 있었고, 또 자식들을 잘 교육하고, 유학도 보내고 그렇게 해서 해방 후에도 후손들이 잘살 수 있었던 반면에,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가족들을 제대로 돌봐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뿔뿔이 흩어지다시피 한 가족들도 있고,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식들까지도 오랜 세월 고생을 해야 했다.”며 “그런 것을 바로잡는 것이 해방된 조국이 해야 될 일인데, 과거 우리 역대 정부가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점들을 반성하면서 우리가 독립 운동가를 최대한 발굴해내고, 또 그 후손들을 제대로 모시려고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더욱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아직도 찾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이 많고, 또 독립운동가는 찾아서 서훈까지 다 마쳤는데 그 후손을 찾지 못해서 서훈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그런 분들도 아직 많다.

1,000명이 넘는다”며 “그동안, 특히 러시아하고 중국 쪽에 많은데, 현지 고려인들 모임이라든지 중국의 동포사회에서도 독립운동을 한 분들을 발굴하는 일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찾아서 제대로 우리가 모실 수 있게끔 하는 일에도 함께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남북 관계가 앞으로 좀 발전한다면, 그래서 남북이 함께 협력해 나간다면 우리가 독립 운동가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후손들을 찾아서 대접하고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초청을 받은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 가운데는 대한제국말 13도 연합 의병부대를 이끌고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 순국한 의병장 허위 선생의 증손녀 허춘화 씨(러시아 거주·61)를 비롯, 외국인임에도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힘쓴 베델(Emest T. Bethell), 에비슨(Oliver R. Avison), 스코필드(Frank. W. Schofield), 쇼(George Lewis Shaw), 톰킨스(Floyd Williams Tomkins) 선생의 후손도 참석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온 정영자 씨(69)는 1919년 황해도에서 독립운동에 참가하고, 군자금 모금활동을 전개했던 한철수 지사의 후손(며느리)으로 “시아버님이 독립운동으로 수감되어 고문당하시고, 사형선고로 수감 중 해방이 되어 극적으로 살아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제가 시아버님 덕분에 이 자리에 참석하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순국한 정문용 지사의 증손녀 김예서 씨(미국 거주·25)는 “공항에서 처음 한국 땅을 디딘 순간부터 유익하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과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증조할아버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며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님과 함께 입장하고 애국가를 부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 운반, 군자금 전달, 국내와 임시정부 간 연락 등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한 영국인 쇼 선생의 후손인 캐서린 베틴슨 씨(영국 거주 방계손녀·70)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쇼와 같이 불의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도왔던 많은 애국자들을 기리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라며 “한국이 얼마나 멋진 나라가 되었는지 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매일신보, 코리아 데일리뉴스를 발행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만행을 세계 각국에 알렸던 영국인 베델 선생의 후손인 수잔 제인 블랙 씨(영국거주 손녀·64)는 이번 초청을 계기로 베델 선생의 유품을 국가보훈처에 기증했다.

이번에 초청된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지난 2월27일부터 6박7일의 일정으로 방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서대문형무소와 독립기념관 등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대한민국의 문화와 발전상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