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통해 천부경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철학적·학문적으로 자리매김해


웅녀의 수행을 담은 단군사화(檀君史話) 속에 선도적 요소 내재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이근철 겸임교수


<천부경의 ‘三’에 관한 선도적 고찰>주제발표 - 유교·불교·도교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존재한 순수한 우리 고유 사상의 원형이 바로 선도(仙道)이며 그 핵심적 개념이 ‘천부경’에 담겨 있다.
천부경의 ‘一’이 우주 만물의 근원적 존재원리를 나타낸다면 ‘三’은 그 존재원리가 ‘천·지·인’으로 상징되는 세 가지 요소들로 나뉘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역할을 함으로써 모든 만물을 생성하고 구성하며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삼원론의 논리를 담고 있다.
‘삼국유사’의 <고조선편>에 나오는 단군사화(檀君史話)를 살펴보면 三에 관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늘을 대표하는 한웅, 땅을 대표하는 웅녀, 그리고 사람인 단군왕검’ 등의 천·지·인 사상이 담겨있다. 특히 웅녀가 三·七日(21일)간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마늘과 쑥만 먹으며 ‘지감·조식·금촉’의 삼(三)수행법을 통해 선도에서 말하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경지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천부경에서 ‘삼’과 ‘삼극’으로 표현된 ‘천·지·인’은 고유의 선도 수행의 원리를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 도교에서도 ‘천·지·인’의 개념이 나오나 근본적으로 음양 이원론이며 수행에서도 성명쌍수의 이원론을 바탕으로 수행의 목적이 주로 개인 건강과 깨달음을 통해 신선이 되거나 불로장생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깨달음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는 한국 선도는 중국의 아류일 수가 없다. 천부경이야말로 우리의 문화가 중국의 아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천부경에서 현대 우주론, 천부인권설 도출 가능 
- 전남대 선미라 강사


<천부경의 기호학적 의미>주제발표 - 천부경에는 一 二 三이라는 숫자, 농경시대를 반영한 쌓을 적(積)이라는 글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단어나 숫자가 동사 또는 형용사적 역할도 하고, 명사로서 주어의 역할을 하는 다양성을 가져 기호가 되기 위한 상징성을 충분히 갖춘 대상이다.
천부경을 해석할 때 문법상 잘못 쓴 글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옛 문헌을 해석할 때는 우리 문법체계로 쓴 여문(麗文, 고려어)인지 중국의 문법체계로 쓴 당문(唐文)인지 구분을 해야 한다. 고대(古代)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여문으로 쓴 글이 많다. 천부경은 당(唐)문법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우리글이다.
그리고 천부경은 一부터 十까지의 숫자로 되어 있어 10진법의 문화와 관계가 깊고 ‘0’이란 숫자가 없다. ‘0’은 4세기경 인도에서 무역상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기록으로 보아 천부경은 최소 4세기 이전의 글로 상정할 수 있다.
또한 천부경을 기호학적으로 해석했을 때 우주폭발설, 지동설, 우주확장론, 우주 운동성 등 우주론을 도출할 수 있고 천부인권설, 변증법과도 상통이 되는 부분이 있다. 천부경은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어느 민족에게 발표를 해도 공감이 갈만한 텍스트로, 천부경의 세계성을 강조할 때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결실을 이룰 것이다.


 




 


후손에게 전하는 올바른 삶의 가르침 담아 
- 경성대 민영현 강사


<‘소도경전본훈(蘇塗經典本訓)’에 나타난 천부경의 철학사상>주제발표 - ‘소도경전본훈’은 소도를 중심으로 살던 옛 선조가 후손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담고 있다. 즉, 상고시대의 사회적 규범을 기록한 것으로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천부경에서 우주의 법칙으로 풀어낸 것이다. ‘소도경전본훈’이 들어 있는 태백일사에는 중요한 4가지 부분이 담겨있다. 첫째 중화문명의 원류가 사실은 한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둘째 천부경과 삼일신고의 내용을 싣고 수행의 궁극목적을 인간완성을 통해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性通功完’이라 했다. 셋째 한글의 원형인 가림토문자(加臨多)의 정음 38자를 전한다. 넷째 ‘본훈’은 참전의 戒와 실천윤리로서 구서(九誓)와 종교적 의궤(儀軌)를 설명하고 있다. 구서는 대부여에서 효, 우애, 믿음 등 아홉 가지 계율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의미하며, 의궤는 의례나 의식을 치르는 규범이다.
‘단기고사’, ‘태백일사’와 ‘소도경전본훈’의 철학과 사유체계는 지금까지 통념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동아시아 고대사(古代史)의 전체 구도를 송두리째 변형시키는 것이어서 한국사학계 전체를 양분시키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동북공정을 보면서 이에 대한 대응과 방법을 태백일사에서 찾을 수 있겠다.


 




 


천부경의 원리를 그림으로 풀어 복희의 팔괘·하도를 해석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정경희 교수


<‘천부경’의 도상화-‘천부경’에 의한 복희 팔괘·하도의 해석’> 주제발표 - 팔괘·하도를 천부경의 원리와 중국상수학으로 각각 풀어 그 차이를 비교했다. 천부경에서는 존재의 생성 및 회귀과정을 一부터 九까지의 숫자로 배열하여 설명하는데 이를 구수론(九數論)이라 한다. 구수론을 중심으로 복희의 팔괘·하도를 형상화하면 입체적인 ‘팽이형’으로 해석이 되는 반면 중국의 상수학 전통에서 팔괘·하도를 형상화하면 평면적인 ‘원형’으로 이해된다.
복희는 중국 상수학의 시원을 연 인물로, 그의 팔괘·하도는 중국 상수학의 초기이론으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복희는 한국 선도의 수행자이며 그의 팔괘·하도는 한국선도의 기본이론이다.
즉, 한국에서 중국으로 전파된 팔괘·하도의 원리가 중국에서는 후대에 온전히 계승되지 못하고 팔괘를 부연한 육십사괘, 하도를 변용한 낙서 등 변형된 방식으로 계승되었다. 따라서 천부경의 원리가 담긴 한국 선도와 사상적 사유구조를 달리하게 되었다. 이로써 천부경이 한국 고유의 경전이며, 팔괘 등 역시 중국의 창작품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다.


 




 


천부경의 인간존엄 사상을 태교의 원리로 풀어 
- 충북대 김용환 교수


<‘천부경에 나타난 한얼태교의 원리’> 주제발표 -  ‘천부경=태교원리+인간의식 형성과정’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81자의 문자 중 ‘일적십거무궤화삼(一積十鉅無櫃化三)’을 집중분석하였다.
일적십거무궤화삼을 직역하면 “一이 쌓여서 十이 되는데 상자가 없어져 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를 단어나 구절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살펴보면 “육신은 부모에게서 받지만 그 얼(한 얼)은 하늘이 들어오는 것이므로 그것을 정성 들여 소중하게 길러서 열 달 동안 성장하니(一積十鉅), 자궁이 없어지고(無櫃), 사람으로 변한다(化三)”고 풀이된다.
천부경에는 인간 존엄 사상과 인간이 살아가는데 유익한 가치가 담겨있다. 그 한 가지가 한얼태교이다. 단순한 후손이 아니라 한얼을 맞는다는 간절한 염원을 통하여 임신한다. 매사에 조심하고 편안한 마음가짐과 언행으로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이같이 태중 교육으로 밝은 성품을 지닌 홍익인간을 구현하는 것이 한얼태교이며 그 원리가 천부경에 있다.


 




 


유학자 김택영 연구, 천부경을 단군의 국가통치 정당성으로 해석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조남호 교수


<‘천부경의 연구사정리(3)-천부경과 주역’> 주제발표 - 일본강점기에 천부경을 주역의 관점에서 해석한 유학자 김택영의 연구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철저한 유학자였던 김택영(1850-1927)은 천부경을 주역으로 풀어 단군이 천명을 받아 국가를 통치하는 것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았다. 자연의 운행과 임금의 통치를 연결하여 천부경을 단군과 관련된 글로 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석은 단군의 실재성과 그의 국가 통치의 정당성을 설명하고자 한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그는 일제에 국권이 상실된 상황에서 전통적 유가(儒家)지식인으로서 국난극복을 단군에서 찾고자 했다.
주역에도 천지인에 대한 사고가 들어 있지만 그 지향점은 다르다. 주역이 점을 통한 이성적 사유의 체계라면 천부경은 신명과 하나 되는 수련의 체계이므로 천부경과 주역은 차이가 있다.









 발표를 마친 후 종합토론시간에는 참석자들이 직접 열띤 질문공세를 펼쳐 천부경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 참석자는 “한국사람으로서 천부경을 잘 몰랐던 것이 부끄럽다. 매우 중요한 천부경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경희 교수는 “천부경이 바르게 서게 될 때 한국사, 한국사상사를 비롯한 한국학 체계가 일대변혁을 거치게 될 것이며 지금이 시작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학술대회는 국학연구원이 2006년 6월부터 천부경을 주제로 이어져 온 세 번째 학술대회로 그동안 이 대회가 이어져 오면서 모두 16편의 깊이 있는 학술논문이 발표됨에 따라 그동안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던 천부경이 학문적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