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풀리지 않는 궁금증

필자는 평소에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에 대하여 궁금증이 많고 해마다 그날이 되면 항상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가지고 나 혼자 끙끙 앓는다. 누구도 시원하게 그 의문점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갖는 의문은 우선 석가모니와 예수님이 훌륭한 분들이고 그분들이 4대성인으로서 전 세계인들의 추앙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왜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의 생일을 우리가 국가공휴일로 지정하고 축하해 주어야 하는 점이고, 또 다른 의문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곽영철 변호사
곽영철 변호사

2. 외국의 사례

먼저 다른 나라들의 예를 한 번 보자.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성탄절이 공휴일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미국은 프로테스탄트라고 하는 개신교 신자들 즉 기독교 신자들이 세운 나라이므로,  아! 그렇구나 하고 쉽게 수긍이 간다. 미국은 기독교가 국교인 셈이므로 성탄절이라고 하는 종교의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그날은 전 국민이 하루 쉬면서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고 기리는 것이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일본은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이 둘 다 공휴일이 아니다. 다만 메이지 천황과 현 천황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중국도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이 공휴일로 되어 있지 않다. 중국은 유교의 본산지이므로 공자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할만 한데 공자 생일도 공휴일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은 어떤가. 북한도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이 공휴일로 되어 있지 않다. 다만 김일성 생일과 김정일 생일이 공휴일로 되어 있다.

다종교국가인 인도의 경우에는 종교 관련 공휴일이 매우 많다. 마호메트 탄생일, 시바신 탄생일, 힌두 기념일, 마하비르 탄생일, 예수 부활절, 부처님 탄생일, 무슬림 기념일, 크리슈나 탄생일, 가네샤 탄생일, 간디 생일, 시크교 기념일, 성탄절 등이 그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부처님 오신 날은 물론 성탄절도 공휴일이 아니다. 다만 부림절, 유월절, 칠칠절, 대속죄일 등 이스라엘 민족의 고유 역사와 그들 민족종교에 관련된 날들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위에서 본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볼 때 우리나라는 특정종교의 종교적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사례임을 알 수 있다.

3. 헌법상 종교의 자유라는 측면

필자는 법률가이므로 이 문제에 관하여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헌법 제 20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해석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종교를 선택할 자유가 있고 따라서 종교를 믿을 자유, 믿지 않을 자유, 어떤 종류의 종교를 믿을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등 종교에 관한 사항은 모든 것이 국민 각자의 자유이다. 국민 각자의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우리나라는 불교국가이다, 기독교 국가이다 이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종교는 불교 또는 기독교만 인정할 수 있고 다른 종교는 인정할 수 없으니 불교 또는 기독교 중 하나를 믿어라 이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이 되겠다.

4. 헌법상 평등권의 측면

한편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종교를 이유로 국민을 차별대우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의미이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의 종교의식일이고 성탄절은 기독교의 종교의식일인데 불교신도나 기독교신도가 아닌 국민들은 부처님 오신 날이나 성탄절 날에 소외감을 느끼거나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아니할 것인가.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을 공휴일이라고 하면 그냥 쉰다는 의미 외에도 하루 쉬면서 부처님과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해 주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석가모니나 예수님이 아무리 4대성인으로 공인되어 있다 할지라도 특정종교의 신도가 아닌 국민에게 사실상 축하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그리고 불교나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 예컨대 유교나 천도교, 이슬람교, 원불교, 통일교, 여화와의 증인교, 대종교 등의 신봉자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서 자기들 종교의 기념일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면 어찌할 것인가.

5. 현실적 해결방안

우리나라 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정해지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여 일요일과 국경일, 설날, 추석, 현충일 등과 함께 특별히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다. 관공서의 공휴일로 지정하다 보니 민간기업, 민간단체, 민간인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실상 전 국민이 강제로 공휴일로 맞이해야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이 공휴일 문제는 전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과연 이 문제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해도 괜찮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법제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는 「국민의 축일에 관한 법률」이라 하여 법률의 형식으로 국민 전체를 기속하는 공휴일 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공휴일을 대통령령에 근거하여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하는데 일본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로 더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법률로 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공휴일은 단순히 하루 쉬는 날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고 기본권 충돌의 문제도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과정에서는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 평등권 등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불교,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교, 천도교 등 다른 종교의 창시자 생일도 전부 다 포함하여 공휴일로 지정할 것인지 부처님 오신 날, 성탄절 같은 종교의식일은 공휴일에서 아예 제외할 것인지 이런 문제들을 다 포함하여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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