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부터 2월 4일까지 떠난 내 뉴질랜드 청폐淸肺명상여행은 이름에서부터 일반 여행과는 다른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로 시작되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가득한 서울의 공기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명상을 한다는 것이 설레었다.

40대 말 23년째 회사를 다니고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의 아빠인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이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을 먹었을까? 정신없이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일에서 떠나 쉼과 충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어서 조금 느슨해지기로 한 것이다. 여행가방을 끌고 공항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떠나기로 선택했으므로 놓아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 일, 가족에 대한 책임감 등을 뒤로하고 ‘지금 여기’ 있기로 선택했다.

(위) 오클랜드 요트 정박장 (아래) 패리카우리파크에서 800년 카우리 나무에 홍이 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위) 오클랜드 요트 정박장 (아래) 패리카우리파크에서 800년 카우리 나무에 홍이 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첫째 날, 청폐명상여행을 시작하며

첫째 날 오클랜드공항에 도착해 버스로 이동하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가면서 즐긴다는 레저스포츠용 요트였다. 남다른 요트사랑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에서는 4인당 1대를 가지고 있는데, 단순한 즐길 거리 이상의 항해 역사에 대한 정체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요트체험 패키지도 있다고 하는 데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하루루폴스 리조트로 이동했다.

나에게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 ‘아바타’로 기억되었다. 영상을 보며 어떻게 저런 상상을 했을까 했는데 역시 그럴만한 영감을 주는 자연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오클랜드를 빠져나가자 사람과 자동차등 도시의 모습은 멀어지고, 보이는 것은 나무, 풀, 가축, 강과 같은 자연이었다. 도시에 지쳐있던 내 눈에는 쉼과 힐링이기도 했다.

어쩌다 보이는 뉴질랜드 사람들은 바쁜 게 하나도 없다는 듯 차를 마시거나 여유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만 5세가 되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가는데, 수업은 인성교육으로 구성되고 주입식 교육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구구단도 중학교에서 배우는데 그것도 선택이다. 그래서 성인들 중에는 구구단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구구단을 꼭 외워야 하나?’라는 의심이 들었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자연사랑은 남다르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석유, 가스 탐사를 금지하기로 결정했고, 소의 경우도 축사가 없고 방목하여 키우는데 한 마리당 1,200평의 초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먹이를 위한 풀과 배설물, 트림으로 인한 환경 영향을 자연정화력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의 주요 산업이 농업, 임업, 관광업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최근 BTS등 한류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영어공부도 좋지만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루폴스 리조트로 이동 중 첫번째 도착한 곳은 패리카우리파크였다. 나무와 숲 그리고 하늘 너무나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800년 카우리 나무에 기대거나 의자에 앉아서 긴 비행의 피로도 풀고 오랜 생명의 에너지도 받으면서 쉴 수 있었다. 이마와 코를 서로 대는 마오리 인사법을 홍이라고 한다. 800년 카우리나무에 홍이인사를 했는데, 그것은 자연에 접속하는 것이었다. 표면은 딱딱하지만, 열려있고 허용 받는 느낌이 들었다.

(시계방향으로) 하루루폴스리조트 입구와 풀장, 숙소, 그리고 리조트 전경. [사진=본인 제공]
(시계방향으로) 하루루폴스리조트 입구와 풀장, 숙소, 그리고 리조트 전경. [사진=본인 제공]

그 후 약 버스로 3시간 동안 이동해서 우리가 머무를 하루루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는 하루루 폭포를 바로 앞에 두고 있고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과 풀장, 아기자기한 숙소, 식당이 따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장시간 이동해서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으나 명상 트레이너의 가이드에 따라 걸으면서 뉴질랜드의 자연과 만나게 되었다.

-와이탕이 트래킹 명상-

와이탕이 트래킹을 하면서 명상여행을 드디어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누카나무, 황칠나무, 맹그로우 숲, 고사리 군락을 지나는 5Km 숲을 걸으면서 귀를 열어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었다. 소리로 자연을 만나고 코를 열어 나무 냄새, 꽃향기, 흙냄새를 맡으면서 향기로 자연을 만나고, 입을 열어 들어오는 공기에서 맛으로 자연을 만났다. 뭔가를 하려하지 않고 열기만 함으로써 평소보다 오감이 잘 느껴졌고 온 몸으로 호흡하는 것을 느끼면서 긴장이 빠져나가 이완되며, 자연을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와이탕이 트래킹 명상을 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와이탕이 트래킹 명상을 하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여행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보고 먹고 듣는 오감만족 여행인데, 좋고 나쁨이 있다. 둘째는 자유로운 여행인데 목표가 없어서 방황하고 끝나면 지친다. 셋째는 명상여행인데 어두운 일상에서 내 삶의 밝음을 찾는 여행으로 먼저 참나를 만나는 여행이라고 한다. ‘청폐명상’이란 청정 자연의 공기 속에서 청폐가 되고 묵은 때를 벗겨내고 청심, 청뇌를 회복하여 새로운 선택과 설계를 하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하루루폴스 리조트에서의 첫 식사. [사진=본인 제공]
하루루폴스 리조트에서의 첫 식사. [사진=본인 제공]

하루루폴스 리조트의 식사는 자연식으로 건강하고 맛있었다. 해외에서 음식이 안 맞을까 걱정하셨던 동행도 하루 세끼 리조트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며 아주 만족해했다. 신선한 생선과 고기, 잘 익은 감자, 야채, 김치, 샐러드, 스프 그리고 레몬 효소 특히 후식으로 커피와 함께 먹는 브라우니는 질 좋은 카카오의 진함과 달콤한 맛으로 자꾸 손이 가게 만들었다.

-둘째 날, 케리케리 마고 홀리데이파크-

둘째 날, 마고홀리데이 파크에서는 카와카와 나뭇잎을 따서 향기도 맡고, 숲에서 받은 물을 생수 통에 담았다. 카와카와 나뭇잎을 넣어 마시자 신선한 향이 물속에 진하게 전해졌다. 넓고 푸른 잔디, 울창한 숲, 맑고 시원한 계곡이 흐르는 이곳에서 햇빛과 공기, 물이라는 지구에너지를 새롭게 느끼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씻어내고 몸의 감각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우주의 시작에서 생명이 시작되는 그 순간의 감각이 이런 것이리라 짐작이 되어 지구어머니 마고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 청폐명상 둘째 날, 케리케리 마고 홀리데이파크에서 강을 따라 걷고 숲의 향기를 마음껏 마셨다. [사진=본인 제공]
뉴질랜드 청폐명상 둘째 날, 케리케리 마고 홀리데이파크에서 강을 따라 걷고 숲의 향기를 마음껏 마셨다. [사진=본인 제공]

그리고 케리케리 마고 홀리데이파크의 골프레인지 식당 뒤에는 작은 놀이터와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자연 속에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컵케이크로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지구시민운동본부가 들어설 얼스빌리지를 방문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자연림으로 숲, 폭포, 댐, 평지 등 45만평에 다양한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사람이 곧 자연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자연 안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었다.

뉴질랜드 북섬 케리케리에 있는 얼스빌리지에서 지구시민정신을 전하는 계획을 들으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 [사진=본인 제공]
뉴질랜드 북섬 케리케리에 있는 얼스빌리지에서 지구시민정신을 전하는 계획을 들으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 [사진=본인 제공]

이곳에서 지구시민정신을 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계획을 들으면서 가슴 뛰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얼스빌리지 내의 연화부수蓮花浮水의 자리에 앉아서 보면 주변의 산들이 어깨 높이에 있어 편안한 느낌이 들고, 지구의 중심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중심의 자리에서 ‘나는 왜 뉴질랜드에 왔는지?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 물었다. 어떤 곳보다 순수하게 영혼의 감각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뉴질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폐청뇌명상은 오감의 한계에 갇혀있던 기氣적인 감각을 깨워 충만하게 하고 장하게 하여 정신을 밝히는 것인데,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자연에서 교류함으로써 스스로 깨닫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팔각정에서 명상을 하고 자연과 교류하고자 했더니 ‘받아들임'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좋은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싫고 귀찮은 것까지도 받아들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복잡한 일상에서 발견하기 힘들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