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이 아니라 넓은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겠다”
“SKY캐슬이 아니라 넓은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겠다”
  •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 승인 2019.02.07 13: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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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변호사, 조동미 교사 학부모 인터뷰

아이의 주변을 맴돌며 대학생 자녀의 수업시간표를 짜주고, 입사한 회사에 결근연락을 해주는 등 모든 것을 설계하고 해결해주는 헬리콥터 맘, 과외그룹을 짜서 유명강사를 매개시켜 준다는 ‘강남의 돼지엄마’라는 이야기를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큰 반향을 일으키는 JTBC드라마 ‘SKY캐슬’에서는 극단적인 경쟁을 부추기고 거짓과 불법마저 불사하며 자녀를 피라미드 상층으로 몰아 부치는 모습을 그렸다. 이 드라마는 지나친 과장이라고 지탄받기보다 치열한 교육현실에 대한 뼈저린 자각을 일깨웠다. 그러나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는 오히려 ‘입시코디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부모의 걱정이 깊을수록 아이에게 족쇄가 되죠. 금수저‧은수저‧흙수저로 대변되는 한국의 수저계급론 사회에서 아이가 발버둥 치며 경쟁하는 걸 그저 지켜본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너무나 가혹하지 않나요?”

세 아이의 아버지인 한경수 씨(49세, 법무법인 위민爲民 대표변호사)는 부모로서 느끼는 요즘 세태에 대해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첫째 딸 아영 양을 우리나라 첫 완전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보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5기 한아영 학생의 아버지 한경수 법무법인 위민 대표변호사와 어머니 조동미 교사.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5기 한아영 학생의 아버지 한경수 법무법인 위민 대표변호사와 어머니 조동미 교사. [사진=본인 제공]

딸의 선택을 존중했더라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2년간 자유학년제를 하도록 하는 게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경수 변호사는 “세 아이를 모두 부모가 조합원이 되어 유치원을 운영하는 ‘공동육아’를 시켰고, 초등학교 입학 때도 대안학교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인지교육에 몰두하는 것은 좋지 않고,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야지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는 게 싫었습니다. 정규코스를 고집하기보다 더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었죠.”라고 확고한 소신을 피력했다.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로서 본인도 정규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자녀에게도 권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그는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한국사회의 변혁기에 고등학생이 되었다. 평범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는 그는 학교공부보다 한국사회의 현실에 깊이 관심을 갖고, 1년 간 매일같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각종 경제학과 역사책을 영어원서로 읽으며 보냈다. 자신만의 갭이어 기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때가 그에게는 지금까지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시기였다고 한다.

그는 “정규코스의 최상은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나 전문직을 갖는 것인데, 그 과정이 예전보다는 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취업이나 전문직을 갖는 것이 삶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가치관을 밝혔다.

아내인 조동미 씨도 딸의 선택을 지지했다. 교사인 조동미 씨는 벤자민학교 입학 당시를 회상하며 “중학교 졸업장 대신 딸을 얻은 셈”이라고 했다.

아영이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친구 간 다툼이 발단이 되어 큰 위기를 겪었다. 두 학생의 엄마가 잘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원만하게 처리되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영이는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밝힐 수 없도록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상황에 분노했고, 실망감에 학교를 떠나고 싶어 했다.

그때 사춘기를 겪던 아영이와 조동미 씨와의 관계도 악화되었다. 조동미 씨는 “제가 당시에 엄마보다 교사입장에서 훈육을 하려고 했고, 교사라는 제 체면을 생각했더군요. 엄마로서 믿고 지지하지 못했던 게 미안했습니다.”라고 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도 공교육에서 마음이 떠난 아영이는 자퇴를 하고자 했다. 학교나 가족, 친인척 등 주변에서 모두 무슨 일이 있어도 중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개방적인 교육관을 가진 아버지 한경수 씨도 그것만은 반대했다.

조동미 씨는 “어느 날 아영이가 ‘어찌어찌 버티면 졸업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제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라고 묻더군요. 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고,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틀 속에 밀어 넣고 싶지 않아서 허락했죠. 아영이는 제가 믿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서 관계가 회복되었죠.”라고 했다. 아영이는 중학교 2학년을 거의 도서관에서 보냈다.

아영이가 16살이 되었을 때, 맞벌이 부모라 홈스쿨을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조동미 씨는 아영이가 벤자민학교 자유학년제를 경험했으면 했다. “벤자민학교의 멘토로 활동하면서 1년 간 자신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아온 저로서는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죠.”

아영이도 원했지만 벤자민학교에 입학하려면 중학교 졸업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입학 한 달 후 4월에 시행되는 중학교과정 검정고시에 통과하겠다는 조건으로 이른 나이에 벤자민학교 4기로 입학했다. 입학당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가 많은 아영이는 위축되어 있었다. 국토종주를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으면 얼굴을 감추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아영이는 “국토종주 중 한 곳에서 워크숍을 한 적이 있어요. 모두 모여 피자를 먹을 때도 건네받은 피자를 안 먹겠다고 말하거나 좋아하는 걸 가져올 용기조차 없었다.”고 한다.

벤자민학교에서는 워크숍에서 자신의 성장스토리, 경험 등을 발표하는 기회가 많았다. 아영이는 뇌교육을 기반으로 한 코칭을 받으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기회가 주어지자, 닫힌 마음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알게 되었고,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해서 해나갔다.

“나날이 밝아지는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저희 부부는 안심했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나이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성장스토리를 발표하는 벤자민인성영재페스티벌 무대에서 아영이가 프로포즈를 하듯 정중하게 아버지에게 벤자민 과정을 1년 더 하겠다고 하더군요. 학기 초에 주눅 들어 망설이고 뒤쳐졌던 것이 아쉽고, 세상에서 더 경험하고 싶은 것이 많더군요. 고심 끝에 우리 부부가 허락했죠.”

한경수 변호사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율성과 시행착오를 거칠 기회,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업정신을 꼽았다. [사진=본인제공]
한경수 변호사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율성과 시행착오를 거칠 기회,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업정신을 꼽았다. [사진=본인제공]

 

아버지 한경수 씨는 벤자민학교 생활 속에서 성장한 아영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영이가 새벽같이 일어나 오프라인 수업을 가고, 대부분 언니, 오빠들인 친구들 사이에서 맡은 일을 해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컸구나 했습니다.

벤자민학교 4기 때 한‧중‧일 국토대장정을 다녀왔고 5기 때는 일본 큐슈 섬과 중국 옥련설산을 갔다 오면서 아이가 단단해졌어요. 특히 옥련설산에 갔을 때 원정대 리더를 비롯해서 많은 아이들이 고산병에 힘들었나 보더군요. 아이들이 안전팀, 기획팀, 교육팀 등으로 역할을 나누었는데, 아영이와 친구 2명이 안전팀을 맡아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야하니까 우리는 절대 아프지 말자’고 다짐을 했답니다. 진짜 정신력으로 버티며 아프지 않고 끝까지 아이들을 돌봤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모습을 보니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책임감을 가지고 맡은 바를 끝내는 모습이 정말 대견했죠.”

그는 벤자민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율성과 시행착오를 거칠 기회,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업정신을 꼽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많이 성장하더군요. 품안의 자식이라 여겨 스스로 실천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칠 기회를 우리가 아이들에게 덜 주지 않았나 합니다. 앞으로도 스스로 해 볼 기회를 더 많이 주려고 합니다.”

한경수 변호사는 드라마 ‘SKY캐슬’에서 표현된 한국사회의 사교육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어느 사회나 상류층의 교육열은 있어왔지만, 그 교육열이 현재 우리나라처럼 초‧중‧고 시절부터 성적에만 올인(All in)하는 교육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명문대에 진학한다고 해서, 또는 명문대 진학 후 전문직을 갖게 된다고 해서 삶이 보장되는 사회는 아닙니다. 일례로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나오고 다시 로스쿨 3년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 하더라도 그 신참변호사에게 보장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게 현실이죠.

이런 사교육 과열현상은 머지않아 사라질 신기루라고 봅니다.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대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제 세대가 103만 명이 태어난 세대지만 아영이 세대는 43만 명 정도가 태어났죠. 갑작스러운 통일이라든가 하는 변수가 있지 않는 한 한국사회에서도 줄 세우기 현상은 사라질 거라 보입니다. 한명 한명이 가진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경영하는 법무법인에도 젊은 변호사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한다고 칭찬만 듣고 자란 수재들이죠. 그런데 업무를 하면서 질책을 하면 자기중심을 못 잡는 경우가 많더군요. 시키는 일은 완벽하게 잘 하는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문제해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여러 도전과 경험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는 정해진 정답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문제로 아이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선생님은 방향이 잘못되었을 때 코칭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엄마 조동미 씨는 “저도 학교현장에 있지만 교실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걸 취사선택할 힘을 기른다면 세상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죠.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준비에서 학교는 매우 늦는 편입니다. 교사대상 연수항목들을 봐도 진부한 게 많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하죠. 아이들이 미래사회에 적응하고 스스로 가치를 실현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는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사를 제외한 교육혁명은 어렵습니다. 교사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하죠. 최근 뇌교육을 기반으로 한 뇌활용행복교육 연수를 받고 거기서 희망을 느낍니다.”라고 했다.

한경수 변호사, 조동미 교사의 가족사진. 딸 아영 양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와 5기를 마치고 유학준비를 하고 있고, 둘째 시훈 군은 올해 6기로 입학할 예정이다. [사진=본인제공]
한경수 변호사, 조동미 교사의 가족사진. 딸 아영 양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와 5기를 마치고 유학준비를 하고 있고, 둘째 시훈 군은 올해 6기로 입학할 예정이다. [사진=본인제공]

현재 아영이는 5기 졸업식을 앞두고 벤자민12단 연습으로 바쁘다. 졸업식에 물구나무서서 걸어가 졸업장을 받는 벤자민학교 졸업식의 상징을 해낼 예정이다. 한경수 씨는 “얼마 전 물구나무서서 24걸음을 걸었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힘들어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대단하더군요.”라며 “아영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의 현재 위치와 직업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 한국 사회에 갇혀 있지 않고 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어머니 조동미 씨는 “아영이가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마치고,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에 유학을 가서 교육학을 전공하기 위해 토플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이는 벤자민학교에서 경험한 것처럼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을 상담하고 지지하며 코칭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합니다.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더군요. 아이가 선택한 걸 이루어내는 힘을 많이 키웠기 때문에 응원해 주려 합니다.”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1월 부모와 함께 입학면접을 하는 벤자민학교의 관례에 따라 둘째 한시훈 군의 6기 입학면접에 참가했다. 누나의 성장을 보고 중학교 시절을 보낸 동생의 선택이라고 한다. 한경수 씨는 “아이가 자유롭게 뛰어 놀도록 늘 지켜봐주고, 아이가 부모에게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면서 격려해 주겠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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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덕 2019-02-07 16:03:41
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장과정을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부모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