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어요. 그 상황에서 고등학교에 갔다간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하게 될 것 같았죠. 중학교 시절에도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다보니 성적도 점점 떨어졌고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고 싶어 자유학년제를 선택했어요.”

세상을 학교로 자신의 꿈과 인생의 가치를 찾아 나서기로 한 김지원 양(18)은 어머니의 권유로 지난 3월, 국내 최초 고교완전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자퇴하는 것이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벤자민학교에서 주최하는 인성영재캠프에 참가해보니 자신이 원했던 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 김지원 양. [사진=김민석 기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 김지원 양. [사진=김민석 기자]

“자퇴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제 꿈을 찾고 싶은 생각이 더 강했어요.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기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해보는 기회였습니다.”

지원 양은 지난 1년 간 사물놀이, 농촌봉사활동, 마라톤, 뮤지컬, 코딩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견문을 넓혔다. 지원 양은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던 이전의 학교생활과는 달리 벤자민학교는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그가 체험했던 다양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일까?

“친구들과 함께했던 트레킹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한양도성을 시작으로 일본도 다녀오고 중국의 호도협 옥룡설산이라는 곳도 다녀왔죠.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호도협은 해발 4,500m 고지대이다보니 고산병에 걸린 친구들이 많았죠. 한 번은 기차표를 예매하는데 제 기차표만 오류가 나서 저만 발이 묶일 뻔했던 적이 있었어요.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했지만, 짧은 영어실력과 번역기를 활용해 다행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중국어가 가능한 벤자민학교 1기 선배에게 연락했더니, 그쪽 직원에게 전화로 우리의 사정을 설명해주고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예상치 못한 일 덕분에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중국과 일본 트레킹은 지원 양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다. [사진=김민석 기자]
중국과 일본 트레킹은 지원 양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다. [사진=김민석 기자]

일본에서는 폭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이마에 쿨패치를 붙이고, 탈수가 나지 않도록 서로 죽염을 챙겨주었죠. 힘들지만 신기하게도 재밌고, 행복했어요. 이 나이에 친구들과 함께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새로운 체험을 통해 저도 모르게 만든 한계를 뛰어 넘다보니 나 자신이 밝고 행복하게 변해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지원 양은 시나리오 작가라는 꿈을 정했다. 벤자민학교에 오기 전에는 꿈을 꾸어도 어떻게 그 꿈에 관한 경험을 쌓을지 막연했는데 관련 분야를 자세히 알아보면서 더욱 꿈을 굳혔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단편영화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벤자민학교에서의 추억을 주제로 제작하려고 해요. ‘응답하라 1988’처럼 청소년기 그때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담고, 후반부에는 우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서 그 모습을 담을 계획이에요.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직접 기획중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지원 양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김민석 기자]
지원 양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김민석 기자]

지난해 8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한 지원 양은 이제 벤자민학교 졸업까지 두 달을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 그는 어떻게 할 계획일까? “시나리오 작가라는 꿈과 함께 연출 관련 분야도 함께 배우려고 해요. 그리고 지금부터 입시준비도 시작하려 합니다. 제 목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합격하는 것이에요. 경쟁이 치열한 곳이지만 벤자민학교에서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겼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인생을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 아닌, 내가 창조한 길로 가면 그 인생은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며 지원 양에게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이 어떤 의미인지 표현해달라 부탁했다. “행복한 순간이었던 만큼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지난 1년 간 모든 순간이 행복했고 소중했어요. 마치 꿈을 꾼 것처럼. 그래서 저에게 벤자민학교는 ‘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자신의 꿈과 인생의 가치를 발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