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인생의 전부인 사람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알만한 2002 한일월드컵 개막문화행사 등 국가적인 행사기획자였던 박경민(53) 씨는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희열을 느꼈다. 일이 없는 순간을 상상하지 못하던 그가 40대 중반에 찾아온 병마와 무력감을 딛고 진정한 자신을 실현할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을 가진 그를 만났다.

2002한일월드컵 개막식 문화행사, 2004 아프리카컵 축구대회 문화행사, 평창동계올림픽 실사행사 등 다양한 국가행사와 공공부문 행사 등을 기획했던 박경민 씨는 이제 힐링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2002한일월드컵 개막식 문화행사, 2004 아프리카컵 축구대회 문화행사, 평창동계올림픽 실사행사 등 다양한 국가행사와 공공부문 행사 등을 기획했던 박경민 씨는 이제 힐링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그가 수행한 국가행사, 공공부문 프로젝트들 중 인상 깊은 순간을 묻자, 그는 2002 한일월드컵개막문화행사와 2004 아프리카컵 축구대회, 그리고 평창올림픽유치 준비과정을 꼽았다.

“2002 한일월드컵은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월드컵이었고, 개막식은 한국, 폐막식은 일본에서 열렸어요. 개막식 때 주 기획자로 마스터플랜 작업을 했는데, 우리나라의 정통성과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죠. 음양의 조화를 주제로 경기장 동서남북 지붕에서 비, 바람, 구름 등을 상징하는 사물놀이패가 땅으로 내려오고, 땅에서는 여성들의 군무가 펼쳐진 가운데 새로운 축구의 아이가 탄생하는 콘셉트로, ‘대화합’을 선보였죠. 개막 문화행사 당시에는 다른 기획을 하느라 현장에서 보진 못했고, 한 치의 오차라도 날까봐 조마조마해서 감동을 느낄 겨를이 없었죠. 나중에 그 장면이 방송으로 다시 보여 질 때 비로소 벅찬 느낌이더군요.”

2002월드컵 개막 문화행사를 지켜 본 북아프리카 튀니지 관계자가 아프리카 대륙의 전 국가가 참가하는 ‘2004 아프리카컵 축구대회’ 문화행사 전반기획을 2002월드컵 개막문화행사팀에게 의뢰했고 그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공연이 아닌 문화행사 기획으로는 첫 해외수주였다. 주 기획자인 그와 그의 스태프들은 개막문화행사 피날레 때 9만여 관중으로부터 ‘꼬레’라는 함성과 찬사를 받았다.

“1년 간 두 달에 한 번씩 현지에 가서 현지인 스태프들을 교육했죠.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쓰는 것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고, 문화가 달라 발맞춰 행진하는 것부터 교육해야 할 만큼 고생했어요. 당시 튀니지에는 한국인이 36명밖에 없었는데, 낯선 아시아의 나라, 한국에서 온 우리 스태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소문이 많이 났더군요. 개막문화행사 파날레 때 ‘Let's go Africa(렛츠 고 아프리카, 아프리카여 나아가라!)’를 주제로 애드벌룬으로 ‘희망의 배’를 띄우고 불꽃이 터졌을 때, 관중 한 곳에서부터 물결처럼 ‘꼬레’라는 함성이 퍼져나가 예정에도 없이 우리 팀 전체가 그라운드 한 복판에서 인사를 했죠. 애국심과 자긍심이 가슴 가득히 밀려오더군요.”

지구시민운동연합 강남2지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경민 씨의 활동. (시계방향으로) 2018년 5월 지구시민페스티벌, 새한양로터리클럽과 지역환경살리기와 나눔을 위한 MOU체결, 2018 춘천레저컵 전국 킹가누레이스대회에서 (사)물길로와 MOU체결하는 모습, 외국인 아웃도어 커뮤니티 C.I.K와의 MOU체결 모습. [사진=본인제공]
지구시민운동연합 강남2지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경민 씨의 활동. (시계방향으로) 2018년 5월 지구시민페스티벌, 새한양로터리클럽과 지역환경살리기와 나눔을 위한 MOU체결, 2018 춘천레저컵 전국 킹가누레이스대회에서 (사)물길로와 MOU체결하는 모습, 외국인 아웃도어 커뮤니티 C.I.K와의 MOU체결 모습. [사진=본인제공]

그는 우리나라가 세 번에 걸쳐 도전해 마침내 2018년 개최한 평창동계올림픽 과정에서도 활약했다.

“우리나라의 첫 도전이 2010년 대회였는데,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개최 7~8년 전부터 경쟁도시 실사를 하기 때문에 저는 2003년 2월 준비 팀에 참여했어요. 상징적으로 2,010미터의 플래카드를 인터체인지부터 강원도민들이 들고 심사단을 환영하는 퍼포먼스를 했죠. 그리고 지금과 같은 겨울스포츠 시설이 없는 눈 덮인 산, 감자종묘장에 스키점핑장 등 가상의 모습을 설명할 때, 폭죽을 터트리는 등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했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산을 누비는 우리 팀에게 동네주민들이 따뜻한 차와 간식을 가져다주셨죠. 그야말로 강원도민과 합심해서 실사점수를 높게 받았습니다. 2014년 도전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국내외 사정으로 불발되고, 2010년부터 준비한 실사에서는 그동안 만든 매뉴얼이 도움이 되어 후배들이 잘 구현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중 일부를 기획했죠.”

늘 바쁘고 치열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2011년 암 판정을 받았다. “몸에서 작은 변화가 오고 신호가 왔는데 다 무시했죠. 목욕탕에서 병원에 한번 가보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큰 걱정 없이 병원에 갔는데 가자마자 심각한 상태라고 바로 수술을 했어요.”

그는 당시 기획회사를 차려 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그의 기획력을 보고 수주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보니 회사 문을 닫아야했다. 지루한 항암치료과정보다 일을 중단한 충격이 더 컸다. “제가 살아온 인생 중 90%가 일이었는데 그 일을 놓고 나니 주변에 사람이 없더군요. 늘 일로만 사람들과 관계를 해왔기 때문에, 한 달이 지나니 전화 올 일도 없었어요. 그들도 바쁘기 때문에 일부러 외면한 게 아닌데, 홀로 대열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았죠. 어느 날인가 큰길을 지나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자칫 나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는 그런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라 단월드 신도림센터를 찾았다. “암 판정을 받기 1년 전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뇌교육 명상과 체조를 하고자 시작하고는 바쁘다고 중단했어요. 그러다가 제 자신을 돌보기위해서 다시 찾은 거죠. 뇌체조를 하면서 몸도 따뜻해졌고, 긍정적인 뇌 활용을 하면서 불안정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제 마음이 안정되니 항암치료과정에서 힘든 부작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의사선생님도 놀랄 정도였죠.”

건강과 함께 그는 자신이 경험한 뇌교육 명상과 홍익문화를 접목한 ‘힐링콘텐츠 기획’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암 치료 이후 자괴감과 스스로 입은 상처로 인해 행사기획에 발을 딛지 못했던 것을 극복하고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콘텐츠 봄 박경민 대표는 병마와 싸우고 난 이후 뇌교육 명상을 접목한 힐링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위) 2013년 비비큐제네시스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주힐링대장정 (아래 왼쪽) 한국생활개선회 60주년 기념행사,(오른쪽) 전남 광양매실축제 신촌행사. [본인 제공]
콘텐츠 봄 박경민 대표는 병마와 싸우고 난 이후 뇌교육 명상을 접목한 힐링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위) 2013년 비비큐제네시스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주힐링대장정 (아래 왼쪽) 한국생활개선회 60주년 기념행사,(오른쪽) 전남 광양매실축제 신촌행사. [본인 제공]

“사실 직전까지 제 일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어요. 하늘에 비행기를 띄우고 가상이미지를 구현하는 등 해볼 만한 것은 다해 본 거죠. 대한민국 최초라는 대규모 기획도 해보았고. 그런데 늘 뭔가 계속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뇌교육 명상 심화과정을 할 때, 인간의 가치와 본질, 생명의 가치가 갑자기 확 와닿았어요. 인간과 지구, 생명의 조화를 추구하는 홍익문화와 뇌교육 콘텐츠를 접목한 힐링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생겼죠.”

그는 자연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을 주제로 제주 무병장수테마파크와 함께 14박 15일 힐링대장정을 기획했다. 그 기획으로 대기업 임직원 1,000여 명이 올레길을 걸으며 뇌교육의 5단계인 뇌감각 깨우기, 뇌 유연화하기, 뇌 정화하기, 뇌 통합하기, 뇌 주인되기 과정을 밟았다. 또 부산 국학원, 부산뇌교육협회 등과는 마을여행을 기획했고, 춘천에서는 병원 대학과 연계해 카누명상을 기획했다. 그리고 광양에서 라벤더마을을 치유마을을 콘셉트로 기획할 때는 뇌교육 힐링콘텐츠를 접목했다. “남다른 시도에 힐링콘텐츠를 매우 새롭게 느끼고 관심을 갖더군요.”

그는 힐링콘텐츠 기획을 하게 된 또 다른 두 가지 이유를 들려주었다. “저와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후배들을 치유하고 싶었어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후배들이 점점 소진되고 각박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창조적으로 여유 있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죠.

그리고 기획자가 제대로 알아야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는 책임감도 있었죠. 2002 월드컵 때 우리 문화를 음양의 조화로 보았는데, 그 생각의 바탕에는 동북아 문화의 중심은 중국에 있고, 우리문화를 그 하위문화라고 본 것이죠. 그에 대한 참회가 컸어요. 국가적인 행사기획자가 그런 인식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죠.”

그는 2017년 10월 서울시청 광장과 2018년 서울 숲 광장에서 열린 국제국학기공대회 문화행사에도 참여했다. “국학기공은 전통스포츠이고, 단순이 재능을 겨루는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공원에서 시작해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생활스포츠로 성장했어요. 그래서 축제현장에서 누구나 배우고, 가족소풍처럼 참여하는 콘셉트를 구상했죠. 처음부터 참여한 게 아니라 나중에 지원하게 되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국학기공에 담긴 정신을 잘 구현하고 싶어요.”

그는 뇌교육 명상을 하면서 일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변화되었다고 한다.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감정대립이 생길 때는 일단 감정을 걷어내고 사실에 집중하다 보면 제 뇌 안에서 답이 찾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더군요.

가장 의미 있는 것은 클라이언트를 만나거나 함께 일을 할 때 제 기획의 구현, 나만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조화로움을 찾게 되었어요. 기획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명상을 하거나 의식의 영점을 맞추는 뇌활용을 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업무집중도와 추진력이 높아지더군요.” 그는 뇌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도 갖추었다.

지난해 하반기 관내 13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지구시민인재상을 추천받아 시상식을 했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강남2지부 제공]
지난해 하반기 관내 13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지구시민인재상을 추천받아 시상식을 했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강남2지부 제공]

현재 그는 NGO활동에도 열심이다. 지난해에는 지구시민운동연합 강남2지부의 공동대표직을 맡았고, 하반기에 청소년 대상 지구시민 인재상을 제정해 지역 내 130개 학교에서 추천 받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상했다.

“지구시민이 어떤 사람인지 모델을 세우는 일이었어요. 한 학생은 매월 두 번씩 장애인 목욕, 외출, 청소 등을 돕는 봉사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이 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소방관의 꿈을 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측은지심에서 봉사를 시작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자기 인생의 꿈을 찾고 사회에 공헌하고 하는 마음을 세우는 것이 지구시민의 모습이죠. 지구시민 교육의 수혜자가 자신의 재능 등을 나눔하고, 나눔의 수혜자가 건강해져서 꿈을 찾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선순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루고 싶습니다.”

그는 중년의 나이에 맞이한 변화에 대해 “제가 인생 책으로 꼽은 ‘나는 120세를 살기로 했다’에서 독수리 우화가 나와요. 40년을 살아온 독수리가 낡고 무뎌진 자신의 부리와 발톱, 무거워진 날개깃을 뽑는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부리와 발톱, 날개로 새로운 삶을 사는 이야기입니다. 그 우화처럼 저도 육체적 정신적 부리와 발톱을 뽑고 더 높이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박경민 씨는 세 차례에 걸쳐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했고, 최근 여행에서는 전 세계의 고귀한 생명정신, 스피릿이 드러나는 1억 지구시민의 스피릿 문화 올림픽을 펼치고자 하는 꿈에 설레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박경민 씨는 세 차례에 걸쳐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했고, 최근 여행에서는 전 세계의 고귀한 생명정신, 스피릿이 드러나는 1억 지구시민의 스피릿 문화 올림픽을 펼치고자 하는 꿈에 설레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최근 그는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통해 더 큰 꿈의 날개를 달았다.

“뉴질랜드 얼스빌리지에서 지구시민운동의 창시자로 전 세계에서 지구시민운동을 이끌고 계신 이승헌 총장님을 만나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미국 세도나에는 인디언 정신이 있고, 뉴질랜드에는 마오리 문화가 있잖아요. 인디언들은 소유라는 개념이 없고 사람도 자연이기 때문에 함께 나누고 같이 살아가는 문화가 있었고, 마오리 족도 우리가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아간다는 생명존중 문화가 있더군요. 전 세계에는 우리 홍익정신과 다 일맥상통하는 스피릿이 어느 나라든 어느 민족이든 다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지금 물질문명이 중심이 된 문화축제나 올림픽이 아니라 고귀한 생명정신, 스피릿이 드러난 문화축제가 펼쳐진다면,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의 함성이 우리나라의 에너지를 바꿨듯이, 홍익을 품은 지구시민 정신이 전세계의 에너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국가든지 그러한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먼저 포럼형식으로 모으고, 1억 지구시민의 스피릿 문화 올림픽을 개최하는 겁니다. 각 나라의 정신문화 대표들이 뉴질랜드 얼스빌리지에서 올림픽을 펼치고 그 문화가 담긴 춤과 노래, 그림 등이 인터넷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되는 거죠. 전 세계인이 자연과 생명을 함께 느끼고 평화와 상생의 문화를 체험하는 겁니다.”

큰 꿈을 가진 사람은 다른 이를 꿈꾸게 하는 힘이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승헌 총장이 구현하고 있는 홍익정신을 가진 지구시민의 확산과 그들이 창조할 정신과 물질이 조화로운 새로운 문명의 꿈에서 영감을 받은 박경민 씨의 꿈이 구체적으로 눈앞에 그려져 듣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수많은 사람을 꿈꾸게 할 박경민 씨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