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로 오랫동안 유아교육을 하는 윤상선(48) 씨는 늦은 나이에 얻은 첫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둘째아이라면 언니를 보며 따라하거나 거절할 수도 있을 텐데, 첫 아이는 모델이 없으니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할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먼저 챙겨주며 가르치는 저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보살피는 부모였죠.”

한국형 자유학년제의 모델로 주목받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2018학년도) 김지원 양의 어머니 윤상선 씨. [사진=강나리 기자]
한국형 자유학년제의 모델로 주목받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5기(2018학년도) 김지원 양의 어머니 윤상선 씨. [사진=강나리 기자]

단월드에서 명상과 호흡수련을 하며 성인 뇌교육을 경험한 윤상선 씨는 첫딸 김지원(18세) 양에게 청소년 뇌교육을 배우게 하고 싶었는데 근처에 지점이 없어 본인이 청소년 두뇌코칭 전문기관 BR뇌교육(비알뇌교육) 선생님이 되었다. “아이가 밝고 명랑하며 성실하지만 자신감이 약간 부족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했죠. 그래서 스스로 뇌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가치를 찾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 컸으면 했죠. 홈스쿨 과정으로 아이에게 뇌교육을 지도했고, 주변 아이들도 지도했어요.”

마냥 어려 보이던 지원이가 지난해 성큼 자랐다. 완전자유학년제 고교과정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서 1년 간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알아내고, 꿈과 진로를 찾는 자신만의 도전을 하면서 몰라보게 성장했다. 벤자민학교는 뇌교육을 기반으로 해서 2014년 1기생 이후 청소년들의 성장스토리로 주목받았고, 2015년 일본벤자민학교, 2016년 미국에도 벤자민과정이 생겼으며, 한국형 자유학년제 모델이 되고 있다.

그는 “중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며 다니는 아이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주고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제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제가 경험한 정규 교육과정과 뇌교육의 차이를 알기에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죠.”라고 했다. 윤상선 씨는 벤자민학교를 소개는 했지만 선택은 지원이에게 맡겼다. “본인이 선택해야 어떤 어려운 상황이 되어도 끝까지 할 수 있겠다싶어서 벤자민학교를 경험할 수 인성영재캠프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는데 잘한 것 같습니다.”

지원이는 시나리오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 꿈을 펼칠지 막연했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신감이 부족했다. 엄마의 소개를 받았지만 깊이 고민한 지원이가 스스로 선택한 후에는 불안해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빠를 설득했다. 지원이의 편지, 1년 계획서에 담긴 간절함에 “지원이가 이렇게 해야 행복하다면 어쩔 수 없지.”라며 아빠도 두 손을 들었다.

윤상선 씨는 “입학식 때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선생님은 ‘부모님이 자유로워질 거다’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더군요. 아침마다 ‘일어나라. 밥을 먹어라’하던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라며 “새벽 5시 반~6시에 혼자 일어나 준비해서 버스와 전철을 타고 월요일에는 수원에 있는 벤자민학교 경기남부학습관에서 하는 주 1회 오프라인 교육을 가고, 화요일에는 사물놀이를 배우러 용인까지 다녔어요.”라고 했다.

윤상선 씨(오른쪽)와 지난해 3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한 5기 김지원 양. [사진=윤상선 씨 제공]
윤상선 씨(오른쪽)와 지난해 3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한 5기 김지원 양. [사진=윤상선 씨 제공]

지원이는 나중에 친구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많이 하며 더 자주 만나니 새벽부터 일어나 매일 4~5시간 씩 이동해야 하니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위기도 겪었다. 엄마에게 힘들다고 하기도 하고 슬럼프를 겪는 기간도 있었는데, 스스로 한 선택이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아빠한테는 힘들다는 말조차 하지 않더군요. ‘지금 포기하면 이도 저도 아니야’라며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고 꿈을 찾아가는 매일 매일이 대견하고 인상적이었죠. ‘지구를 걷다’라는 주제로 트래킹을 자주 다녔는데 처음 한양도성 걷기를 하며 한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한계도 있었나 봐요. 요즘 아이들이 힘든 경험을 할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다녀와서 넌지시 ‘공부하는 게 제일 쉬운 일인 것 같아’라고 하더니 정상에서 내려다 본 자연의 정취에 대한 감동과 해냈다는 성취감에 들떠 있던 모습은 잊히지 않아요.”

윤상선 씨도 지원이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폭염인데 일본트래킹을 떠났어요. 첫 해외여행인데 걱정이 되었죠. 아이가 ‘새롭고 도전하는 내가 좋고 행복했다’라고 하더군요. 중국 트래킹 때는 지원이 기차표만 예매가 잘못되어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친구 2명하고만 잔류했어요. 문제 상황인데 이 방법, 저 방법 찾다가 중국어를 하는 친구를 전화로 연결해 결국 해결해서 잘 마쳤더군요. 확실히 벤자민학교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어린이집 교사인 윤상선 씨는
어린이집 교사인 윤상선 씨는 "아이에 대한 믿음이 아이를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면서 그것이 첫 걸음인 것 같아요.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죠."라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강나리 기자]

그는 “아이가 변화한 걸 금방 알 수 있어요. 초창기에는 사진을 찍으면 뒤에서 입을 가리고 숨듯 찍었는데, 점점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나와 사진을 찍더군요. 워크숍을 하면서 무대에서 자신의 경험을 발표할 기회가 많고, UCC를 만들고 화면에 등장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요즘에는 시나리오작가뿐 아니라 단편영화를 만들고 싶고, 연기도 해보고 싶어 해요.”라고 했다.

지원이와 엄마 윤상선 씨는 소통이 잘 된다고 한다. “살아있는 자신의 경험이기 때문에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진지하게 표현하고 전하고 싶어서 말이 많아졌어요. 표현이 자유로워지고 말할 거리가 많다보니 잘 통하게 되는 걸 느끼죠. 요즘은 동생 채원이가 ‘언니! 잘해. 언니가 잘해야 나도 벤자민학교 갈 수 있어.’라며 채근하고 있어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윤상선 씨는 주위 학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아이에 대한 믿음이 아이를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면서 그것이 첫 걸음인 것 같아요.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죠. 사실 이것저것 해주고 챙겨주는 것은 아이가 못미더워서잖아요. 내가 하는 게 속 편하고 잘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아이를 믿어주는 마음이 정말 큰 사랑이죠. 자립할 수 있게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인데, 알긴 하지만 어떻게 할지 잘 모르잖아요. 벤자민학교 프로그램에 그것이 다 녹아들어가 있어서 아이에게 기회를 주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