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났다. 정말 잘났다.” “나는 행복해! 정말 행복해!” “우리 사랑해, 정말 사랑해”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아랫배를 두드리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칭찬 단전치기’라고 이름붙인 이 체조는 권경래 국학기공 강사가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하는 체조이다.

서울 성북구 삼선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30분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기공체조를 하는 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 성북구 삼선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30분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기공체조를 하는 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호기심도 많고 칭찬도 받고 싶어 선생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쉽게 집중이 흐트러지는 아이들이라 시작할 때는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9월부터 꾸준히 전통스포츠교실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금방 집중하고 기공체조 하나하나를 따라했다. 참여한 지 얼마 안 되어 여전히 친구에게 말을 걸고 딴 짓을 하던 맨 앞줄 소년은 “친구들을 방해하면 뒤로 가야 해”라고 강사가 여러 번 말해도 장난 끼를 감추지 못하더니, 뒷줄로 가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열심히 따라 했다.

장중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국학기공의 전통종목인 단공기본형 동작을 마친 아이들은 이완체조를 하며 허공을 보고 누워 깊은 호흡을 했다. 쉽게 이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권 강사가 편안하게 안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채 10분도 안된 시간에 한 아이는 깊이 잠이 들었다가 눈을 반짝이며 행복한 미소로 깨어났다. 명상을 하는 아이들은 편안하면서도 깊이 몰입한 모습이었다.

국학기공 명상과 마무리 체조를 하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명상과 마무리 체조를 하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마무리 체조 후 권 강사는 기마자세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밀려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지 점검했다. 1학년인데도 안정적으로 기마자세를 유지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당당했다. 수업시간 권 강사는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과 호흡을 맞추며 서로 연결된 하나라는 이야기를 틈틈이 전했다.

서울성북구에 있는 삼선초등학교(교장 이은숙)는 초등학교 1,2학년 돌봄교실 프로그램으로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을 매주 금요일에 진행한다. 대한체육회가 지원하고,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 국학기공강사를 파견하는 과정으로, 삼선초등학교 내 돌봄교실 전담교사의 신청과 학교장의 승인으로 도입되었다.

이날 손정향 교감은 “맞벌이 부모가 많아서 우리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3개 반 운영하는데, 금요일에는 그중 2개 반이 함께 국학기공 수업에 참여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놀이와 독서, 공부, 그리고 체육활동을 주로 제공하는데 기왕이면 우리 전통스포츠가 좋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고 했다.

서울삼선초등학교 손정향 교감선생님이 전통스포츠 국학기공교실 수업 후 아이들의 의견과 돌봄교사의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삼선초등학교 손정향 교감선생님이 전통스포츠 국학기공교실 수업 후 아이들의 의견과 돌봄교사의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손 교감은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데, 인성교육은 스킬(skill, 방법)보다 철학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어떤 존재인지’ 정체성을 바르게 세우고, 홍익정신이라는 우리 정신문화를 전달하는데, 심신수련과 명상을 함께하며 우리 정신을 알려주는 국학기공이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며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의 생각과 돌봄교실 선생님의 평가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건강해지고 집중력이 좋아진다. 참을성이 길러지고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싸우거나 시끄럽게 할 때도 부드럽게 중재해주시고 설명해주셨다.”는 반응이었다.

돌봄교실 전담선생님들은 “과격하고 공격적인 학생이 수업을 통해 좀 더 차분해지고 있다. 자신감과 집중력을 가지고 수업에 임한다. 친구들 관계에서 예의를 지킨다.”고 했고, “아이들이 처음에는 낯설어 하고 어색해했는데 4회쯤 수업이 진행되었을 때부터 익숙해지고 체력향상과 더불어 협동하며 배려하는 긍정적인 행동의 변화가 보였다. 호흡수련, 명상, 웃음수련, 짝 체조, 전체가 한 팀으로 맞춰보기를 하면서 전통스포츠가 딱딱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 한국의 정신문화를 알고 계승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고 평했다.

손정향 교감은 “국학기공은 내가 보기에도 정서조절과 집중력 면에서 참 좋은 스포츠”라고 평하고, “진로교육의 목표로 ‘나는 과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즉 직업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생각은 어른이 하고,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아이들에게 철학과 가치관교육이 중요하다. 자신을 통찰하는 명상과 체력을 기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 12월 28일 방학 중에도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에 참가한 서울삼선초등학교 아이들과 권경래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12월 28일 방학 중에도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에 참가한 서울삼선초등학교 아이들과 권경래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돌봄교실 전담교사인 이광자 선생님은 “국학기공 수업을 하는 반을 지나며, ‘아이들이 없나?’할 정도로 조용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한번은 몸살로 나올 수 없어서 아이들을 각반에 보냈는데, 국학기공 수업이 아닌 아이가 그 반으로 잘못 갔다. 몹시 산만하고 친구와 다툼이 많은 아이였는데, 국학기공 수업을 하고 싶다고 하고 얼마나 집중을 잘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체육활동으로 도입을 추진한 게 잘한 것 같다. 내년에도 이 과정을 꼭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 중이다.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겠다.”고 했다.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을 진행하는 권경래 강사는 삼선초등학교 외에도 월계초등학교의 국학기공 교사동아리와 문화체험수업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남양주시의 해피누리복지관에서 치매예방체조교실과 단전호흡 교실을 맡고 있다.

서울삼선초등학교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을 맡은 권경래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삼선초등학교 전통스포츠 국학기공 수업을 맡은 권경래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권 강사는 “어르신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스스로 신청한 분들이라 절로 집중을 잘하는데, 아이들은 한창 뛰고 장난치는 나이라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는데 4회차 수업이 넘어가니, 아이들이 어느새 집중하고 잘 한다. 친구들과 다투던 말썽장이 아이도 지켜보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굉장히 멋진 리더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처음 아이들이 구호도 잘 따라하지 못했다. 소심하고 뒤로 빼려 해서 ‘나는 잘났다’는 구호를 목소리를 키워서 하도록 했더니, 아이들이 당당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자신의 몸이 소중한 걸 알아야 남의 몸도 소중한 걸 알기 때문에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나를 모르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듣는다.”고 했다.

권경래 강사는 “이번 전통스포츠교실은 2월 21일까지 하는데,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