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를 대표해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동천초등학교(교장 공귀점) 학생들이 절도있게 태극기공을 무대에서 펼쳤다. 진지한 표정으로 태극을 그리며 쭉쭉 뻗는 팔 동작과 발차기에서 역동성이 느껴지고, 부드럽게 회전하는 태극으로는 유연함이 돋보였다.

12월 2일 대회 경연을 마친 아이들은 너도 나도 인터뷰를 하겠다고 달려왔다. 모두 하병준 선생님이 지도하는 4학년 3반 학생들로, 밝은 표정과 공연을 마친 흥분으로 활기찼다.

울산동천초등학교 학생들. 밝고 적극적인 아이들은 활기가 넘쳤다. [사진=김경아 기자]
울산동천초등학교 학생들. 밝고 적극적인 아이들은 활기가 넘쳤다. [사진=김경아 기자]

김두현 학생은 “국학기공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지고요. 뱃살이 빠져서 몸무게가 줄어요.”라고 자랑했고, 김유성 학생은 “기공체조를 하는 게 신나요.”라고 했다. 문민서 학생은 “올해 초부터 국학기공을 했어요. 전에는 수영을 했는데 수영하면서 다리가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국학기공을 해서 튼튼해져 괜찮고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엄마가 우리 선생님이 제일 좋은 분이라고 하셨어요.”라고 웃었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좋아진 것이 무엇인지 묻자, 배성휘 학생은 “제 성격이 차분해졌어요. 서두르고 급한 성격이었거든요. 그리고 매일 기마자세를 해서 다리 힘이 좋아졌어요. 부모님이 국학기공 하길 잘 했다고 하셨어요.”라고 했고, 오서영 학생은 “수업시간에 집중을 더 잘하게 되었어요. 오늘 대회에서 많이 떨렸는데 그래도 잘 해낸 것 같아요. 저도 성격이 급했는데 이제는 기다릴 줄 알게 되었어요.”라고 답했다. 이지훈 학생은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졌고 함께 운동하는 게 좋아요. 전에는 단체로 운동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함께해서 좋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두들 할 말이 특별히 없어도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날 공연한 길범준 학생의 어머니 박선희 씨는 “오늘 공연을 보니 감격스러워요. 연습할 때보다 더 잘하더군요. 국학기공을 한 이후 정리정돈 같은 게 확실히 달라졌어요. 주변 정리를 아주 잘 합니다. 이곳에서도 친구들한테 ‘정리정돈 해야지.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뭐야?’라고 설득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집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국학기공을 하면서 성숙해졌다는 걸 느꼈어요.”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울산에서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으로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세 분이 응원을 왔다고 했다.

지난 12월 2일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울산광역시를 대표한 초등부 동천초등학교 학생들의 태극기공 공연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12월 2일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울산광역시를 대표한 초등부 동천초등학교 학생들의 태극기공 공연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차분하면서도 아이들을 지도할 때 꼼꼼하게 한 사람씩 챙기는 하병준 선생님은 올해 교직 13년차이고, 국학기공 동아리와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동천초등학교에 국학기공을 도입한 것은 전임 담당교사인 강지원 선생님입니다. 학생들 인성교육을 위해 도입을 했는데, 교장선생님도 큰 관심을 가지고 이어가고 싶어 하셨죠. 그런데 공립학교는 5년 마다 발령이 나는데 강 선생님의 발령시기가 되어 이어줄 선생님이 있어야 한다고 안타까워하셨죠. 마침 국학기공을 아는 제가 발령을 받아 이어받게 되었다고 좋아하셨어요.”라고 했다.

하 교사는 먼저 담임을 맡은 반부터 아침 8시30분부터 9시까지 정규수업 전에 국학기공 수련을 했다. 교장선생님이 전교생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셔서 2학년부터 5학년까지 방과 후 수업으로 신청자를 받고,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 강사를 지원받아 운영한다. “아직 학부모님이 국학기공이 낯설어 전교생으로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조금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잘 모르다가 최근 큰 규모의 대회에 많이 출전하면서 관심을 가집니다. 지난 6월 대한체육회장기 전국국학기공대회가 울산에서 열렸고, 거기서 우리 학생들이 청소년부 대상을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하 선생님이 지도를 맡은 4학년 3반 아이들은 학기 초에 비해 매우 적극적으로 변화하였다고 한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틀리면 안 된다.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발표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국학기공을 한 아이는 답이 틀려도 괜찮다고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발표합니다.”라고 했다.

하 교사가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실수해도 괜찮은 거야.”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것이 아이들 사이에도 자리 잡았다. 그는 “누군가 물을 쏟거나 실수를 하면 습관적으로 화를 내거나 비난하는 아이들도 있죠. 그러면 주변 친구들이 ‘괜찮아’라며 탓하는 아이를 말립니다. 국학기공과 뇌교육 명상을 하면서 ‘실수 오케이(OK)’가 생활화되다보니, 아이들은 남에게도 실수 OK, 자신에게도 실수 OK를 할 수 있는 힘과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반’이라는 소속감이 커졌어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신감이 넘치죠.”라고 했다.

울산광역시 동천초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동아리를 맡아 지도하는 하병준 선생님. [사진=김경아 기자]
울산광역시 동천초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동아리를 맡아 지도하는 하병준 선생님. [사진=김경아 기자]

하 교사는 2013년 뇌교육 교원연수를 받았을 때 홍익교원연합에서 뇌교육 활동을 하는 선생님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교사로서 훌륭한 스승이 되고 싶은 목표가 있었는데, 여러 연수를 받고 공부를 해도 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걸 느꼈죠. 뇌교육을 도입하는 선생님들은 자유롭고 뚜렷한 목표의식과 사명감이 있더군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고 그 모습처럼 성장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현장에서 쏟아지는 행정적 업무를 하지 않을 수 없다보니, 여유가 없다. 상담 등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 학교 행정적인 업무와 보고서 등을 빠르게 처리하느라 지치다보니 아이들에게 쏟을 에너지가 부족하기도 하다. 빨리빨리 업무를 해내는 게 능력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뇌교육 명상을 하면서 성찰이 가능해지니까 순간순간 자신의 상태를 바라볼 수 있고 조절하게 됩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바라볼 수 있어야 힘든 상황에 빠지지 않습니다. 전에는 내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힘 빠지게 했는데, 그런 자책하는 마음이 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하 교사는 “때로 힘든 아이들의 경우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 기간을 잘 지나가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을 때가 있죠. 아이를 위해 힘을 쏟아도 금방 변화가 드러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신념을 갖고 추진하려면 교사의 체력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