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세계화시대다. 세계화시대에도 역사인식 기준은 각기 자국의 민족의식으로 자칫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지만 이는 극히 자연스러운 이치다. 한 지역의 문화를 세계인이 같이 공유하는 것이 세계화가 아니다.

 각 나라의 정보와 문화를 서로 개방하여 공유하며 상부상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자국의 독특한 문화를 개발하여 국력을 높이려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이런 세계화는 근대에 대외적인 개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외적인 개방은 항구만을 개방하는 개항(開港)에서 시장개방(開市)을 거쳐 국제화와 세계시장의 구성원이 되는 단계로 진행된다. 우리나라 근대사는 비록 일본침략이 그 시작이지만 개방은 세계가 국제화되어 가는 시대에 필연적인 수순이다.

동북아 역사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그러나 상호교역을 위한 공동체 구성 필요

 세계화 또는 국제화가 처음엔 자국의 일방적인 이익만을 생각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이나 국제연합, IOC, 해외여행, 언어소통 등 상호상조와 공존공영 그리고 평화협력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

물론 국제연합의 힘이 막강하면 국가의 독자성은 약화된다. 해외여행과 국가간 교류가 많아 영어사용이 편리하지만 자국산업의 위축 및 문화의 정체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긍정과 부정을 감안하고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은 각 지역의 독자적인 문화가치가 전 세계에 파급되어 상호간에 공유하고 인정받을 때가 가장 이상적인 세계화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지방주의, 국가주의, 지역주의, 세계화의 단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지역주의의 좋은  예가 유럽연합(EU)이다. 그러나 아시아는 어느 나라든 민족을 우선시하다보니 EU처럼 공동체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럽은 아시아와는 달리 혈연관계가 밀접하다. 스페인 왕자가 이웃나라에 가서 왕이 되고 독일귀족이 영국에서 왕이 되기도 했다. 실제 영국왕실은 그리스왕실의 피가 많이 흐른다. 유럽에서 왕은 유럽전체를 떠도는, 공동체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한 지역의 영토를 여러 나라에서 점령했었기에 역사 유산을 공유할 수밖에 없고 역사 갈등도 있을 수 없다.

역사외교로 상호 간 역사를 존중하고 서로  잘못된 역사오류 지적 인정하는 지혜 필요해

 그러나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는 문화와 인종, 관습 등이 비슷하지만 천년, 천오백년, 그 이상의 긴 시간동안 각기 다른 역사적 유산, 독자적 문화 그리고 전통을 유지하고 살아 왔다.

 각자 독자적인 천하관으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역사국가들이다. 특히 우리민족은 나라를 빼앗기는 영토주권의 상실에도 역사의식으로 일제에 저항하며 결집된 민족이다. 수난을 이겨낸 명분 있는 이 역사도 하나의 주권이다. 이 역사주권은 국가를 지키는 개념의 영토주권과 마찬가지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 역사주권과 영토주권의 차이로 발생하는 역사분쟁이 동아시아가 합치지 못하는 원인이다. 이런 동양문화의 특색을 서양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의 등소평은 경제개방을 하면서 중국인을 하나로 묶기 위해 ‘대애국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엔 중국의 현 영토 안에 존재했던 모든 역사는 모두 중국역사라고 한다. 이런 보편적이지 못한 역사해석으로 소수민족들을 통합해 새로운 중화민족을 만들었다. 현대판 민족주의다.

일본은 경제성장에 의한 국부(國富)를 배경으로 유엔 상임이사국을 꿈꾸면서 과거역사를 부활시키고 새로운 민족주의를 만들고 있다. 최근 일본인들이 일제 때의 위안부 동원에 강압성이 없었다고 광고를 통해 주장하는 등 일본의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 비판여론이 악화되고 미 하원에서 위안부에 대한 사과를 하라는  결의안이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었다. 무기보다 더 큰 파괴력으로 역사와 역사주권을 훼손당해 피해와 상처가 깊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특이한 것이 우리나라 민족주의이다. 이렇게 동아시아는 민족적인 적개심과 역사 갈등이 섞여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하다.

그러나 갈등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동아시아는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상호 교역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화를 매개하는 중간 단계로서 동아시아도 공동체가 필요하다. 동남아국가들은 인종과 생활습관 등이 다르지만 유교문화와 한문공용, 역사적인 교류 등 공통점이 많아 각국이 역사전쟁이 아닌 역사외교로 민족주의와 국제인식의 조화를 이룬다면 공동체 구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겐 동북아시아의 역사갈등을 해결해 새로운 국제질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제 민족의식에서 벗어나 폭넓은 맥락에서 평화를 조정하는 개방적이고 정제된 역사인식이 필요한 때다. 어느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국경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국경이 바뀌어도 역사사실은 그대로 존중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인정받고 존중받는 길은 다른 나라 역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역사외교로 상호 간 역사를 존중하고 잘못된 역사지적에 서로가 인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공통되는 것부터 목록을 작성해 가면 정확한 역사적 실체가 하나하나 드러날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되어 싸우면서도 남과 북 모두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남북통일’이다. 일제에 항거하며 단합된 3·1운동정신을 공유한 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친일파까지도 합세할 정도로 전 국민을 하나로 묶은 획기적인 평화주의 운동이다. 이 평화정신이 주체적인 민족주의로서 남북의 화합과 동북아의 역사 갈등을 해소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