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연말이 되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이 감수성을 자극해서 인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현실 앞에 놓여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유독 연말엔 지난 일들이 많이 떠오른다. 내가 자주 떠올리는 과거는 2015년 1월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선택했을 때이다. 취업 준비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지?”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무언 갈 시작할 수가 없었다.

25살의 나이, 다른 친구들은 착실히 취업 준비를 해 갈 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1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1년의 시간은 지금의 내 인생을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시간이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하는 일과 별개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물론 개개인마다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이자 폐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 박진웅 라이프미션해소기업 대표.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 박진웅 라이프미션해소기업 대표. [사진=본인 제공]

 숨 쉬는 것도 각기 다른 사람을 같은 기준의 잣대로 재단하는 교육은 우리로 하여금 만족스러운 삶과는 멀어지게 만든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주어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교육은 영혼 없는 노력을 불러온다.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그동안의 교육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내 삶’에 ‘내’가 없는 현실 속에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의 주인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는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에 의해서 삶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학교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기존의 프레임을 깨고, 자기다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 출발점은 스스로 학교 입학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대안학교에 대해 낯선 대한민국에서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벗어나 자신의 선택을 내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중‧고등학교와 같은 교육기간에 그런 선택을 내리는 것은 수많은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야 하기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벤자민학교에서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인성의 주춧돌이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갖고 성장하도록 지켜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실과 교과목 수업, 숙제, 시험, 성적표가 없어 5무 학교라고도 불리는 벤자민학교는 체험 위주의 인성교육과정을 실시한다. 특히 벤자민 프로젝트는 벤자민학교 교육과정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학생이 모든 것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다. 무엇을 하든 주제에 제한이 없고, 혼자 할 수도, 여럿이 할 수도 있다. 기간도 프로젝트에 따라 정하면 된다.

이는 스스로 고민해본 적이 거의 없는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나아가 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인재로 성장하게 한다.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창의적 사고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다.

벤자민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무엇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음 두 가지를 꼭 말하고 싶다. 첫 번째로는 ‘나에 대한 물음’이다. 사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이다. 그런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는 등의 행위를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삶은 다른 사람의 선택에 맡겨버린다. 벤자민 프로젝트는 그런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난 뭘 하고 싶지?’, ‘내가 원하는 건 뭐지?’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고,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든다. 이는 나를 나로서 살게 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두 번째로는 “도전하는 힘”이다. 요즘 청소년과 청년들을 보면 무엇인가 도전하는 데  망설임이 많다. 고용 불안정, 실업률 최대치 등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굳이 고생을 사서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 정해진 길만 달려왔기 때문에 그 길을 벗어나는 것이 곧 불안의 원인이 되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벤자민 프로젝트는 가능, 불가능의 문제를 넘어 일단 해보는 것에 의미를 알게 한다. 또 진행에 문제 있는 경우에는 교사와 상의를 해서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 자체를 실패로 보지 않고 하나의 과정으로 보게 만든다. 이는 수능을 망쳤다며 자신의 인생을 실패로 규정한 이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이처럼 벤자민 프로젝트는 ‘자신에 대한 물음’과 ‘도전하는 힘’을 심어주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근원적 욕망을 가진 우리에게 꼭 필요한 프로젝트이다.

벤자민학교 아이들은 벤자민 프로젝트로 국토종주를 가장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나 또한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는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가 ‘선청성 골형성부전증’을 갖고 있던 이강희 학생의 국토종주 이야기였다. 이강희 학생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본인의 의지와 함께 걸어주는 친구들 덕에 국토종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다리로 가능하겠어?’라고 말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다면 “이 다리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더위를 피하려 든다면 도전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성장할 기회에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이 친구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성적표가 있을까? 시험의 점수가 아닌 성장의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 그리고 데이터의 사회에 살고 있다. 빅 데이터라는 건 1초에 수 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더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러니 데이터라는 건 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데이터만을 맹신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강희 학생이 국토종주에 성공할 확률이 0.1%라고 데이터가 말한다면, 과연 우리는 그럼에도 도전해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성공할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라는 것이 도전을 했을 때 빛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삶에서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면 우리는 0.1%를 가능성으로 보아야 한다. 그랬을 때 이강희 학생이 말했던 성장할 기회에 도전할 수 있고, 그 도전 끝에 성장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을 위대한 생명체로 만든 힘이었다. 앞으로의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다면 우리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나는 그에 대한 힌트를 벤자민학교에서 볼 수 있었다. 지난 11월 벤자민학교에 가서 강연을 할 때, 자신의 미래에 확신을 가진 아이들의 그 눈을 잊을 수 없다. 각자의 선택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인생, 그 아이들이 보고 있는 미래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