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무령왕릉을 비롯해 웅진도읍기 백제 왕실의 무덤이 집단 조영된 공주 송산리 고분군 내 제사유적을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재조사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공주시와 함께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 및 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사적 제13호 공주 송산리 고분군 제단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마치고, 지난 5일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공주시 금성동 일대 조사대상지(위)와 송산리 고분군 전경. [사진=문화재청]
공주시 금성동 일대 조사대상지(위)와 송산리 고분군 전경. [사진=문화재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올해 6월부터 6개월간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능선 하단부의 네모난 석축단 시설과 고분군 최정상부에 위치한 3단의 계단식 석축시설의 전모와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그 결과, 능선 하단부에서는 약 20.5m의 네모난 석축시설과 중앙에 가로 5.2m. 세로 2.1, 깊이 3.1m의 거대한 구동이가 확인되었다. 석축시설 남쪽밖에서도 이보자 약간 작은 구덩이가 확인되었다. 이들 구덩이에는 ‘신성구역’임을 표시하는 시설이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남쪽의 작은 구덩이를 포함한 시설이 폐기된 이후 중앙의 큰 구덩이가 조성되었음이 밝혀지면서 이 제사유적이 최소한 두 시기에 걸쳐 조성되고 운영되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시계방향으로) 고분군 최정상부에 자리한 3단의 계단식 석축시설, 최정상부에서 발견된 유물, 능선 하단부에서 발굴된 유물. [사진=문화재청]
고분군 최정상부에 자리한 3단의 계단식 석축시설. 이번 조사로 제사와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이 커졌으나, 유구주변에서 쇠못이 출토되어 적석총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사진=문화재청]

고분군 최정상부 3단의 계단식 석축단 시설에 대해서는 적석총인지 여부와 단순 제단이었다는 설과 석탑일 가능성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 전면 발굴 조사결과, 매장주체부를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남쪽 전면부에 기둥구멍 묶음이 확인 되면서 제사 관련시설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조성기법으로 살펴보면, 능선을 따라 상부는 기반층을 깎아내고 그 위에 다시 흙을 쌓아 축조한 삭토削土로, 하부는 판축 등을 통해 조성한 것이 밝혀졌으며, 유구 주변에서 쇠못이 출토되어 계단식 적석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지난 5일 오후 1시 공주대학교 사범대 중회의실에서 이번에 조사된 석축단 시설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최근 서울 석촌동 일대에서 진행되는 백제 고분과 제의시설에 관한 조사 성과와 서천 봉선리 유적에서 출토된 3단 백제 제사시설 조사 성과가 함께 논의되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공주시와 함께 송산리 고분군에 분포하는 고분과 석축단 시설 등의 성격을 밝힐 수 있는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분군의 보존과 관리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