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국학원(원장 권은미)은 11월 3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지하1층 강당에서 “통일에 대비한 선진복지국가로의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제41회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제1 발표자인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평화통일-그 성공의 종착점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2018년 정상회담 의제는 2000년이나 2007년의 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안보와 경제 의제의 동시병행적 접근으로, 기능주의적 접근에서 현실주의적 접근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북중, 한미, 한중일, 북미 등 연쇄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과거 정상회담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북러, 북일정상회담 역시 시기 선택의 문제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학원이 30일 개최한 제41회 국학원 정기학술회의에서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남북 평화통일- 그 성공의 종착점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국학원이 30일 개최한 제41회 국학원 정기학술회의에서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남북 평화통일- 그 성공의 종착점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성 위원은 “남북정상회담이 남북 양자간 관계의 발전과 진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고리로 동북아시아 내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다자 안보시스템의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 위원은 남북관계는 이중성, 상호의존성, 국제관계와의 의존성 증대라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 위원은 “남북한은 군사적으로는 상호적대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협력관계를 지향하며 사회문화적으로는 공존과 통합을 추구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이중성을 지니고, 상호의존의 정도가 심화될수록 남과 북은 상호의존 중단에 따른 대가를 더욱 크게 치러야 하는 상황에 있다. 이는 상호작용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성 위원은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정상간 합의 이해를 위한 고위급회담, 그리고 분야별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는 급진전한 바 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정상회담 합의대로 김 위원장의 한국 방문이 성사될 경우 남북관계는 불가역적인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남북통일-민족 정체성의 핵심: 우리말과 한글’을 발표한 박용규 박사(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 민족은 남북으로 국토, 국가, 민족이 분단되어 있지만 언어는 분단되어 있지 않다. 언어는 민족의 혼을 담는 그릇이다. 대일항쟁기 주시경·이극로·최현배, 김두봉을 포함하여 국어학자들이 목숨을 바쳐 우리 말글을 연구하고 지켜냈기에 언어의 분단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남북통일-민족 정체성의 핵심: 우리말과 한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남북통일-민족 정체성의 핵심: 우리말과 한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박 교수는 “이극로는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정신과 생명이 있을진댄 그 민족은 영원불멸할 것이니, 또한 행복은 필연적일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며 “이극로의 우리 말글과 민족 인식은 오늘날에도 보편타당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제의 조선어와 한글 말살 정책에 맞선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은 언어 독립투쟁이었다”며 “한글운동가측은 대일항쟁기에 조선민중에게 한글보급운동을 전개하고, 한국민족의 민족어인 조선어라고 하는 모국어의 규범을 수립하여 장차 도래할 민족국가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조선어학회는 민족어 규범 수립 운동을 전개하여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완성하였고 이는 광복 이후 남북의 철자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조선어 표준말을 조사하여 정리했다. 표준어 형성은 근대 민족국가의 형성에 필수로 요구되는 것이었다. 이 표준어 제정안 기본이 되어 광복 후 남북한에서 바로 적용되었고, 남북 쌍방의 교과서에 반영되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대일항쟁기 사람마다 달리 쓰던 외래어 표기를 조선어학회가 통일안을 마련하여 발표한 것은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에 굴하지 않고 민족어인 조선어와 민족문자인 한글의 독자성을 고수하려 했다는 점에서 민족사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조선어대사전’ 편찬과 관련하여 박 교수는 “1942년 16만에 달하는 우리말 어휘의 뜻풀이가 담긴 ‘조선어대사전’를 기필코 출판하여 민족어를 영구히 유지하고자 하였다. 이런 활동은 언어독립운동 즉 항일 투쟁이었다. 이를 간파한 일제는 19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켜 조선어학회의 회원 33명을 검거하여 탄압하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해방 이후 출간된 ‘조선말 큰사전’은 남북한 국어사전의 모범이 되었고, 국어의 발달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현재 남북에서 추진 중인 ‘겨레말큰사전’편찬은 조선어학회의 사전 사업을 계승한 제2의 민족문화 사업이다. ‘겨레말큰사전’ 완간은 민족 통합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일제에 맞서 언어 독립투쟁을 전개한 조선어학회 인사들이 전한 우리말글 사랑과 민족 사랑과 나라사랑의 가르침을 더욱 잘 살려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념과 사상을 넘어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통일철학”을 주제로 발표한 김창환 국학원 사무총장(변호사)은 “남북화해의 시대를 맞아 민족통일의 철학을 정립해야 하고, 남한 내의 진보, 보수의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최고법인 헌법 전문에서 통일 철학과 통일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며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인’이라는 헌법 전문 첫 문장에는 단군(조선), 한웅(배달국), 환인(환국)으로 이어지는 역사와 홍익인간, 선도문화의 전통을 의미하며, 대일항쟁기에 역사왜곡으로 인해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이념과 사상을 넘어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통일철학”을 주제로 발표한 김창환 국학원 사무총장은 남북화해의 시대를 맞아 민족통일의 철학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이념과 사상을 넘어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통일철학”을 주제로 발표한 김창환 국학원 사무총장은 남북화해의 시대를 맞아 민족통일의 철학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김 사무총장은 “‘3·1운동은 종교,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역을 넘어 민족이 대동단결하여 전개한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비폭력 시민운동으로 이를 계기로 민주공화제인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우고, 광복 후 대한민국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고’라고 규정되어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국민들이 법이나 국가 권력이 무서워서 복종하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을 갈고 닦아 인간완성의 길로 가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즉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인격완성에 있다. 민주시민은 바로 인격완성이 되어야 한다. 조화는 바로 홍익이다.”고 말했다.

제41회국학원 정기학술회의에서 김광린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의 사회로 발표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제41회국학원 정기학술회의에서 김광린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의 사회로 발표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김 사무총장은 “앞으로 남한과 북한이 함께 할 수 있는 철학은 바로 홍익철학이며 홍익철학 속에 평화사상이 들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통일은 평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은 ‘헬조선’이라 할 만큼 대한민국에 자긍심과 애국심이 사라졌다”며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 찬란한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알려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뿐만 아니라 조국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는 시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김광린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제41회 국학원 정기학술회의-통일에 대비한 선진복지국가로의 방향성은 (사)국학원이 주최하고 (사)국학원과 서울국학원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