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꽃 정원
모네의 꽃 정원
  • 원암 장영주
  • k-spirit@naver.com
  • 승인 2018.12.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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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원암 장영주의 유럽화첩기행10

파리에서 노르망디 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Giverny)에 도착한다. 모네(1820~1926)는 43세에 지베르니에 정착하여 죽을 때까지 43년간 그곳에서 기거한다. 정확하게 생의 반을 지베르니에서 보내며 그림을 그리다가 그곳에서 숨을 거둔다. 정원을 만들기 위해 루앙도서관에서 식물에 관해 전문가 못지않을 정도로 공부한다. 직접 디자인하고 6명의 정원사와 함께 정원을 이루어간다. 주변의 땅을 계속 구입하니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도 받지만 개의치 않는다. 지금에 와서는 '세상에서 가장 큰 팔레트'라며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해에 60만 명이 찾아와 몽생미셸 다음으로 많이 찾는 인기 있는 관광자원이다.

지베르니의 수련이 있는 정원. 힐링력이 매우 크다. [사진=장영주]
지베르니의 수련이 있는 정원. 힐링력이 매우 크다. [사진=장영주]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은 서양풍 꽃밭과 연못이 있는 동아시아풍으로 조성되어 있다. 지금은 그 가운데를 자르듯이 차로가 나서 두 정원은 지하 통로로 이어져 있다. 서양식 정원에는 2백 종이 넘는 꽃나무들이 각기 자태와 색깔들을 뽐내며 다투듯이 피어있다. 정원사들이 끊임없이 돌보고 있고 관광객들도 이리저리 꽃을 찾아다니며 찬탄과 환호성속에서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벌, 나비가 따로 없다.

정원의 가운데에 모네의 자택이 있어 식당, 거실, 침실 등의 생활공간을 볼 수 있다. 모네가 즐겨 수집하던 일본 판화와 절친인 르누아르 등 몇몇 화가들의 그림도 걸려 있다. 수십 명의 직원이 정원, 자택, 선물코너를 관리한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설립한 '모네 파운데이션'에서 꼼꼼하게 운영한다. 여하튼 한 사람의 화가가 수많은 세월, 수많은 사람에게 직업과 헤아릴 수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힐링의 시간과 공간을 선물처럼 제공하고 있었다. 지상에 내려앉은 천상의 꽃밭. 바로 지베르니에 있다.

즐거운 정원과 힐링 정원

모네는 파리에서 태어나 어려서 지방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로 이사를 했다. 옹폴레르의 부댕 에게 인정과 격려를 받고 파리에 진출한 뒤 용킨트를 사사하면서 인상파로서의 내공을 쌓게 된다. 샤를 글래르의 화실에 나가면서 피사로, 바지유, 르누아르 등과 교류한다. 이들과 함께 당시의 살롱풍 그림에 반기를 들고 소수 신예인 인상파의 핵심으로 활동한다. 1883년 마네가 죽자 인상파 운동도 조정기를 거치고 있고 모네 자신도 화가로서 변환점이 필요해진다. 그때 찾아들어 건립한 곳이 지베르니 정원이다. 1890년 저택을 구입하고 정원사를 고용하여 2년 뒤에는 물길을 끌어와 연못을 만든다. 주변에 버드나무, 삼나무, 대나무, 아이리스 등과 연못에는 수련을 심고 일본풍의 다리를 설치했다. 모네는 편지를 쓴다.

"처음에는 그저 보고 즐기려고 수련을 심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연못의 신비한 세계가 내 눈 앞에 드러난 거요. 나는 부랴부랴 팔레트를 찾았고, 이후 이날까지 다른 모델을 그려 본 적이 없소." 예술가는 반복하는 사람이다. 모네는 지베르니 연못에서 수련 연작으로 250여 점을 길러 올린다. 나중에는 총리 클레망소의 제안에 따라 2m×8m 대작을 그려 '오랑주리' 미술관에 기증한다.

동아시아풍의 연못 정원을 보는 관광객들은 즐겁게 유럽풍의 꽃 정원을 보는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사람들처럼 차분해진다. 사진 찍기도, 발걸음도 조심스럽고 무엇보다도 말이 없어진다. 벤치에 앉아 침묵에 잠기고 개중에는 눈물이 맺히는 사람들도 있다. 세기의 화가가 손수 만들어 선물한 자연을 통해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을 만나는 힐링의 순간이다. 즐거움을 초월하고, 아름다움마저 넘어서면, 참된 세상을 만나고, 참된 세상은 진리로 온전히 조화롭게 존재한다. 너무도 아름다워 글도 말도 끊어진 세상.
마음만 흐른다.
더 무슨 표현이 필요하랴.

천재 수명과 자연 수명

천재로 일컬어지는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35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37세, ‘예술의 신’이라는 에곤 실레는 28세에 세상을 떠난다. 작곡하기가 얼마나 힘드냐는 물음에 모차르트는 "작곡은 아주 쉽습니다. 음표가 허공에 떠다니는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 천재이다. 나도 살아오면서 몇 사람의 천재급 화가를 직접 만나고 교류하였다. 같은 화가로서 그들의 탁월한 재능과 상식을 넘는 기행을 보고 겪자면 큰 벽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들은 대개 유명을 달리하였다. 장수하는 천재도 많이 있다. 모네는 86세, 피카소는 92세, 중국의 제백석은 94세, 마르크 샤갈은 97세까지 화업을 닦았다. 기(에너지)가 내 몸에서 맑게 흐르면 오래 살고, 탁하면 단명하다는 우리 선조들의 가르침이 있다.

우주를 관통하는 법칙중의 하나가 '수승화강'이다. 물 기운은 올라가고 불기운은 내려오는 에너지의 순환 시스템이다. 태극기는 하늘의 태양의 화기는 땅으로 내려오고 땅의 바다 등 수기는 하늘로 올라가는 우주의 에너지 순환을 상징한다.

사람의 심장의 뜨거운 에너지가 내려와 팔, 다리가 따뜻하고, 신장의 서늘한 물 에너지는 올라가 머리는 시원한 '두한족열'의 상태이다. 반대로 팔, 다리는 차고 머리는 열을 받아 뜨거운 것은 '주화입마'의 상태로 계속되면 우울증이 되고 심해지면 큰일 나게 된다. 사람도 우주자연의 산물이니 당연히 '수승화강'의 질서를 따르면 에너지가 맑아지고 오래 살 수 있다. 그러나 그 질서를 거스르면 예외 없이 일찍 죽는다. 단명한 천재는 비록 하늘에서 재능은 부여 받았으나 자신의 스트레스를 컨트롤하고 건강한 습관이 될 때까지 관리하지 못한 사람이다. 뛰어난 재능인에게 수반되는 과도한 작업량, 감정의 기복, 음주와 기벽, 소모적인 습관 등에 의하여 스스로 자신의 생명력을 탕진한 것이다. 고흐는 특유의 열정으로 자신의 생명력이 고갈 될 때까지 밀고 나갔기에 '주화입마'가 되어 자살하였다. 유유상종인가? 에곤 실레가 가장 존경한 화가는 고흐였다.

자신의 에너지가 교란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는 결코 마르지 않는 자연의 에너지를 통해 빨리 힐링해야 한다. 지베르니의 정원은 모네의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수승화강의 질서에 맞게 조율하였고, 그 자연치유력을 통해 장수인자가 축적되었다. 많은 장수 예술가는 자신이 감지했던 아니던 자연의 에너지를 끌어 쓸 수 있었던 진정한 천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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