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 홍제 새마을금고 4층 회의장에는 조합원이자 마을주민들이 모인다. 전통스포츠 국학기공을 수련하는 동호회원들이다. 지난 27일에도 회원들은 이민순 강사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아침인사로 수련을 시작했다.

소중한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낮추고 등을 쭉 펴며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마음을 전했다. 인사인 동시에 운동인 셈이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 새마을금고 4층 강당에서 전통스포츠인 국학기공을 수련하는 동호인들.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 새마을금고 4층 강당에서 전통스포츠인 국학기공을 수련하는 동호인들. [사진=강나리 기자]

이어 아랫배 단전을 북처럼 두드리며 각자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000 잘한다!” 외치면 “그래, 그래 잘한다!”며 모두가 흥겹게 호응했다. 온몸을 두드리고 목과 어깨, 팔꿈치와 손목, 허리, 고관절, 무릎과 발목 등 온 몸의 관절을 풀어주고 깨워주었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노래를 따라하며 역동적인 동작을 따라하고, 부드러운 음악에는 느리게 자신의 몸에 집중하여 에너지 흐름을 느끼며 따라했다.

국학기공의 전통종목인 지기공 동작을 차례로 알려주는 이민순 강사는 “부드럽지만 손끝에는 30%만 힘을 남기고, 공기의 흐름과 내 몸의 변화를 느껴보세요.”라며 동작의 세밀한 변화에 따라 단련하는 곳이 달라진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한 아랫배 단전에 에너지를 축적하는 원리를 알려주었다. 콧잔등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힐 정도로 열심히 하는 회원들에게 “정말 잘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우리만큼 잘 하기 힘들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작년 12월 국학기공 강사가 된 이민순 강사는
작년 12월 국학기공 강사가 된 이민순 강사는 "돌아가신 엄마에게 못한 사랑을 회원들에게 나누고 싶다."고 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이민순 강사는 지난해 12월 국학기공 강사자격을 갖추고, 올해 처음 맡은 수련장이 이곳 홍제 새마을금고였다. 새마을금고 문화센터 1기생들은 지난 7월 수련을 시작하여, 지난 9월 서대문구청장기 국학기공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해 회원 모두 자부심이 컸다.

이 강사는 두 시간동안 체조와 기공, 이완과 호흡명상을 번갈아 하며, 갈수록 신나게 진행했다. 중년이후면 빠지기 쉬운 근육을 키우기 위해 플랭크와 슈퍼맨 자세의 연단과 같은 고강도 운동도 함께 했다. 슈퍼맨 자세를 하자, 회원들은 “날아가자!”며 어려운 동작도 신나게 했다.

수련의 마무리는 ‘파~!’하고 크게 미소 짓는 파안대소破顔大笑와 가슴 후련하게 큰 소리로 웃는 수련이었다. 회원들 얼굴은 발갛게 홍조가 띄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홍제 새마을금고 전통스포츠 교실의 정의자 동호회장(가운데)와 박문자 회원(왼쪽), 장서윤 회원. [사진=강나리 기자]
홍제 새마을금고 전통스포츠 교실의 정의자 동호회장(가운데)와 박문자 회원(왼쪽), 장서윤 회원. [사진=강나리 기자]

정의자(69) 동호회 회장은 “수련하면서 행복하고 몸도 가벼워지고 혈액순환이 잘된다. 새마을금고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감사하고, 우리 강사님이 열의가 대단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준다. 함께 수련하면서 친목이 두터워졌다.”고 했다. 정 회장은 “전통스포츠를 하는 게 자랑스럽다. 지난 한글날, 서울숲에서 열린 국제국학기공대회 페스티벌에 갔는데 1만 명이 왔더라. 외국에서도 우리 전통스포츠를 알고 한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박문자(69) 회원은 “살도 좀 빠지고, 순환도 잘 되고 몸의 기능이 좋아진 걸 느낀다. 평소 수영을 하는데 수영이 물에서 노는 것이라면, 국학기공을 하면 온 몸의 혈이 열린다. 땀도 많이 나고 가뿐해졌다.”며 “주변에 뇌혈관이 막히는 증상으로 고생하는 분이 있어 ‘딱 맞는 운동이 있다.’고 소개했는데, 요즘은 오지 말라고 해도 안 올수가 없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국학기공과 뇌체조, 호흡명상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동호회원들. [사진=강나리 기자]
국학기공과 뇌체조, 호흡명상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동호회원들. [사진=강나리 기자]

장서윤(64) 회원도 “처음에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수련한 지 한 달 반 만에 대회에 출전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몸에 좋은 운동을 한다는 게 좋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줌마 댄스처럼 현대적인 운동은 활발하지만, 국학기공은 운치가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민순 강사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주고 싶은 사랑을 회원들에게 전하고파”

이 문화센터 개설을 제안한 홍제 새마을금고 안계선 전무는 “새마을금고는 은행과 달리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을 조합원에게 배당하고, 남은 건 지역사회에 환원하게 되어있다. 국수봉사, 전통시장 상인에게 수박도시락 배달,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며 “그런데 4층 회의장을 1년에 한두 번 조합원 회의 때만 사용하는 게 낭비 같아 문화센터를 계획했다. 지난 12월 제주도에서 조합원 연수를 할 때 조합원 이민순 씨가 ‘저 국학기공강사 자격을 땄어요.’라는 말에 그 자리에서 제안했다.”고 했다.

홍제 새마을 금고 안계순 전무는
홍제 새마을 금고 안계순 전무는 "조합원과 주민에게 전통스포츠인 국학기공으로 건강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안 전무는 “주민센터 등에서도 다양한 문화강좌를 하기 때문에, 좀 다른 독특한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싶었는데, 마침 우리 금고의 훼미리봉사단원인 이민순 강사 덕에 전통스포츠인 국학기공반을 운영하게 되었다. 7월에 1기생을 모집 때 30명 정원에 40명이 지원했고, 10월에 모집한 2기생도 40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가 높다. 워낙 강사가 열정적이어서 회원들이 몸도 좋아지고 대회에서 상도 탔다. 전통스포츠라고는 택견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정말 좋은 운동”이라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는 업무시간이라 다 따라하진 못하지만 조금씩 해보고 있다고 했다. “매트랑 간략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커튼, 다과 정도 준비해드리는 건데, 조합원들의 호응이 높다. 남자회원들이 한번 참여하고서, 쑥스럽다고 남자 반을 따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웃음) 내년에는 국학기공반을 확대하고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민순 강사는 국학기공 강사가 된 데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사업을 하면서 복잡한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느라 1년 넘게 불면증에 시달렸다. 엄마가 걱정스러워하면서 운동을 권해서 처음 뇌교육 명상과 국학기공을 시작했다. 얼마 후 활기를 찾고 국학기공 시범단으로 활동하는 내 모습을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엄마가 갑자기 췌장암 말기라고 판정을 받으셨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10~15일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란 의사의 진단에 나도 놀랐다. 엄마의 첫 마디가 “억울하다”였다. “자식들 다 키웠고 이제 재미있게 살아야 되는데”라는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엄마가 자신을 한 번도 돌보지 않았던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새마을금고 조합원이자 인근 지역 주민들인 국학기공 동호회원들이 수련을 통해 더욱 화합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새마을금고 조합원이자 인근 지역 주민들인 국학기공 동호회원들이 수련을 통해 더욱 화합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이 강사는 “전 같으면 어쩔 줄 몰라 했을 텐데 기공수련을 한 덕분에 차분하게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시골로 가서 활기찬 기공음악을 들려주며 힘을 북돋우어 드리고 20일 간 함께 지냈다. 그때 기공대회가 있었는데 엄마가 “거기는 꼭 갔다 오라”고 하셨다. 대회장에서 화상전화로 경기 모습을 보여드리고, 급히 돌아왔을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는 “나 자신을 정말 소중하게 사랑해주고, 엄마한테 다 하지 못한 사랑을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국학기공 강사가 되었다.”며 “국학기공과 함께 그 속에 담긴 홍익정신을 전하고 있다.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우리 철학을 이야기 하면, 회원들이 좋은 걸 같이 하자고 주변에도 알린다. 내 몸이 좋아지니까 남들에게 절로 공헌하고 싶어 하신다.”고 보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