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에 수능시험이 끝났다. ‘영어권 외국인도 혀를 내두른 불수능...’ ‘학교수업 무용론’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학교 수업은 들어서 뭐하겠느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고, 학부모와 수험생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 마다 공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1년을 보내는 고등학생들이 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신간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밝고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집중하여 자신의 가치를 찾고 탐색하는 1년을 보내기 때문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부산학습관 박애련 상담교사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부산학습관 박애련 상담교사

시험이 없고, 학교가 없고, 교과목이 없고, 숙제가 없고, 교과 선생님이 없는 곳에서 자기주도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보아도 가장 행복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절로 10대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1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친구들과 함께 이루어 나가며 소통과 공감이 무엇인지 배우고, 자신의 가능성을 깨우치는 이들에게 ‘실패’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될 때까지 끝까지 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실수 오케이, 도와줘, 고마워, 감사합니다.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아이들은 서로를 포용한다.

지난해 입학한 4기 학생들이 생각난다. 4기 학생들과 함께 동해안 해파랑 길을 국토종주 중 1박 2일을 함께 걸었다. 학생들은 11박 12일을 포항에서 동해안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가는 ‘해파랑 국토대장정’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걸어보고 아이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1박2일을 걷는 동안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하며 “끝까지 가자, 조금만 더 가면 쉴 수 있다.”고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아이들과 하나 되는 느낌을 가졌다. 물론 발바닥에는 물집이 크게 자리 잡았고, 다리는 너무나 아픈데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걷고 있었다. 어깨가 빠질 듯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함께여서 할 수 있었다.

짧은 1박 2일이였지만 12일 동안 걷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힘내라, 할 수 있다, 장하고 멋지다.”고 하는 말들이 나의 가슴에서 진심으로 나왔다. 이 해파랑 국토대장정이 끝난 후 4기 졸업식 때 1년 동안 활동하고 경험했던 것을 발표하는 인성페스티벌에서 학생은 말했다. “우리는 가슴으로 맺어진 형제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뭉클하고 감사했다.

벤자민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졸업 후 찾아와서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그 때는 1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지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입니다. 한계를 극복 했던 일, 함께 그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있다는 게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더 열심히 놀 걸 그랬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등학생들, 벤자민학교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선생님으로서 학생이 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때로는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때로는 매니저가 되어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관심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의 멘토를 만날 수 있도록 찾고 연결하면서 가장 보람을 많이 느꼈다. 청소년 시기에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벤자민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멘토를 만날 때, 아이들이 자신감도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용기도 가지는 것을 많이 본다.

A항공 색동나래 교실 멘토들과는 2015년 입학생인 2기 학생들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항공관련 멘토들과 꾸준히 꿈 진로 토크 콘서트를 하면서, 아이들은 진로를 생각하는 폭이 넓어지고, 멘티들이 진로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멘토들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학생들은 유급직업 체험을 하면서 자립심과 경제관념을 익히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어 몇 번씩 거절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힘들어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교장선생님의 당부편지를 사업장 사장이나 매니저에게 전하며, 아이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면서 학생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역할도 선생님의 몫이다. “아이가 열심히 하고 성실하다, 고등학생답지 않게 믿음직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또한 학생들은 세도나 글로벌 지구시민 프로젝트, 제주도 지구시민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알리기, 봉사활동 등 지구시민으로서 역량을 키우는 시간도 갖는다. 9박 10일 동안 캠프를 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지만, 자신이 선택하고 집중하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며 나아가는 연습을 하게 된다.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소통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아이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 이런 학생이 있을까?

인생을 바꾸는 꿈의 1년,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꼭 경험 해 보기를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벤자민학교를 5무(無) 학교라고 한다. 하지만 없는 게 또 있다. ‘왕따’가 없고, 폭력이 없고, 경쟁이 없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책 제목은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가 아니라 ‘세상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꿈의 지도를 펼칠 수 있는 곳, 나도 꿈을 펼치고 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모님, 선생님과 멘토들의 꿈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