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50분, 용답역에서 청계천변으로 나오는 길은 깜깜한 밤중이다.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서도 한두 집만 불이 켜있을 뿐인 새벽시간, 벌써 박양례(60) 국학기공강사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나와 있다.

6시 정각, 박양례 강사는 신나는 음악을 틀고 목과 어깨, 팔, 손목, 허리와 다리, 발목까지 온 몸의 관절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체조를 진행했다. 그는 마이크 없이도 힘차게 구령을 외치며, 한 동작마다 건강에 필요한 정보를 담아 주민들이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통증과 염려를 공감해주며 소통하는 모습이 당당하고 다정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공원에서 국학기공체조교실에서 수련하는 박양례 강사와 성동구 주민들. [사진=강나리 기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공원에서 국학기공체조교실에서 수련하는 박양례 강사와 성동구 주민들. [사진=강나리 기자]

“나이가 들면 종아리가 아프죠. 허벅지 근육을 탄탄하게 키워야 다리가 가벼워집니다. 가슴을 활짝 펴고~! 호흡을 의식하며 동작을 합니다. 발바닥 용천혈에 힘주고 발목을 돌리고 호흡하고 바쁘죠? 계속 몸에 집중하고 이렇게 왼쪽, 오른쪽으로 동작을 하면 좌뇌와 우뇌가 활성화 되겠죠? 뇌운동이 절로 됩니다. 잠자고 있던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서 생명력, 면역력을 깨웁시다.”

주민들은 따라하며 어느새 이마에 송글 땀이 맺히고 얼굴은 웃음이 가득하다. 노래에서 “내가 최고!”라는 가사에 맞춰 강사가 “누가 최고?”라고 묻자 모두들 “내가 최고!”라고 답했다. 박 강사는 “맞습니다. 내가 최고죠. 기적은 없습니다. 최고인 나는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라며 주민들을 격려했다.

지난 11월 16일 서울 성동구 용답역 밖에 위치한 청계천변 공원에서 새벽수련을 하는 국학기공체조교실 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11월 16일 서울 성동구 용답역 밖에 위치한 청계천변 공원에서 새벽수련을 하는 국학기공체조교실 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이어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더욱 깊이 있게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며 기공 동작을 따라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체조를 마칠 즈음에는 가슴을 두드리며 크게 함성을 외치고 2~3분 간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줄을 서서 앞사람의 등을 두드리고 문질러주며 “건강 하라.”고 기원하고 포옹을 해주며 마쳤다. 체조를 마칠 즈음에야 해가 뜨기 시작했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주민들이 20~30여 명이 참석하고, 기자가 간 날은 그중 적게 참석한 날이라고 한다.

이곳 용답청계공원은 박양례 국학기공 강사가 지난 9월 말 성동구청에 신청하고 개설했다. 통상 야외공원교실은 10월 말경 추위에 대비해 종료하고, 다음해 3월~4월경 열기 마련인데,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 속에 11월 말까지 연다고 했다.

주민 김현남(66) 씨는 “여기는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이 많은 곳인데, 손자랑 나왔다가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걸 보고 왔다. 무릎수술을 세 번 해서 불편했는데, 국학기공체조를 하고 나면 몸에 땀이 쫙 나고 가볍고 좋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며 “강사님이 이렇게 잘 가르쳐주고 게다가 무료로 해주는 데 얼마나 좋으냐? 마음같아서는 12월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용답청계천변 공원에서 국학기공을 하는 회원들이 너도나도 건강해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왼쪽부터) 사진작가 전정곤 씨, 주민 이순례 어르신, 김만순 어르신, 김현남 어르신. [사진=강나리 기자]
용답청계천변 공원에서 국학기공을 하는 회원들이 너도나도 건강해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왼쪽부터) 사진작가 전정곤 씨, 주민 이순례 어르신, 김만순 어르신, 김현남 어르신. [사진=강나리 기자]

김만순(77) 씨도 “매일 새벽마다 이 시간을 기다리고 하루도 안 빠지고 나온다. 오십견이 있어서 약도 먹고 침도 맞곤 했는데, 이 체조를 하면서 한결 부드러워졌고 변비도 나았다. 기공체조를 마치면 이곳을 한 바퀴 걷고 들어가는데 하루가 가뿐하다.”며 “자식들 다 키워놓았으니 내 몸을 돌보는 운동 말고 더 있겠나. 아들이 꼭 운동가라고 권한다. 내가 건강해야 자식들이 안심하고 잘 살지, 내가 아프면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주민 이순례(77) 씨는 “운동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집에 있으면 우울해지는데 여기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 친구들에게도 ‘집에만 있지 말고 여기 나와서 운동하면 마음이 밝아진다.’고 권한다.”며 “딸이 항상 ‘시골할머니처럼 등이 굽었다’며 ‘가슴을 펴고 허리를 세우고 다녀’라고 잔소리를 해도 잘 안 펴졌는데, 여기서 한 달 반 운동하면서 신기하게 펴졌다. 힘이 있어야 펴지나보다. 길을 지나다가도 유리창만 보면 옆모습을 비춰보면서 확인하곤 한다.”고 싱글벙글 웃었다.

사진작가이자 여행가인 전정곤(56) 씨는 “친구가 최근 간암판정을 받아 병문안을 갔는데, 남일 같지 않아 우울증이 왔다. 몸도 안 좋고 불면증으로 고생했는데 여기서 얼마 전부터 수련하면서 몸이 정말 좋아져서 주변에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 늘 긴장하다보니 목이 90도 정도밖에 안돌아갈 정도로 굳었는데, 이제는 180도까지 쉽게 돌릴 수 있다. 관절들을 다 풀어주니까 땀이 많이 나오는데, 독소가 빠지지 않겠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활기가 넘친다.”며 “이 프로그램이 어르신들과 동네 주민들에게 굉장히 좋다. 건강도 찾고 돈도 아낄 수 있다. 정부에서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나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데, 사후약방문보다 예방차원에서 이 운동이 확산되면 어떤 보건정책보다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 성동구 용답청계천변공원 국학기공동호회원인 박송옥 어르신(왼쪽)과 오명의 씨.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 성동구 용답청계천변공원 국학기공동호회원인 박송옥 어르신(왼쪽)과 오명의 씨. [사진=강나리 기자]

진도가 고향이라는 박송옥(76) 씨는 “젊었을 때부터 다리가 아파서 2005년에 양쪽 허벅지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해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다. 처음 체조를 할 때는 엉거주춤 불편했는데, 많이 펴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동안 늘 다리에 쥐가 나서 잠을 잘 못 이루었다. 그런데 여기서 운동하고 언제인지 모르게 없어졌다. 쥐가 나려나 싶어 조심히 발을 쭉 뻗어 봐도 쥐가 나지 않는다. 좋은 강사님을 만나 마음껏 웃고 소리친다. 젊은 사람들과 서로 안아주고 할 수 있는 데가 여기 말고는 별로 없다.”고 자랑했다.

“허리가 아파 좋아하던 배드민턴을 못치고 조용하게 체조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을 했으면 했다.”는 오명의(59) 씨는 "성동구 소식지에서 국학기공체조교실을 개설한다는 걸 읽고 바로 나왔다. 체질검사를 했을 때 상체에 화가 가득 차서 염증도 많이 생기고 아픈 것이라고 의사가 말했는데, 여기서 큰 소리로 마음껏 웃는 법을 알려주었다. 몇 년 동안 큰 소리로 외쳐본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기침도 나왔지만, 하고나면 가슴이 후련하다. 내 홧병도 낫겠다는 확신이 든다.”며 “원래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 3일만 수련지도 하는 건데 강사님이 매일 해준다. 너무나 고맙고, 성동구청이 이런 교실을 열어준 걸 칭찬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고, 어제는 구청게시판에도 글을 올렸다.”고 했다.

성동구 용답청계천변공원 국학기공 동호회 회원들. [사진=강나리 기자]
성동구 용답청계천변공원 국학기공 동호회 회원들. [사진=강나리 기자]

새벽마다 용답청계공원에서 수련지도를 하는 박양례 강사는 “아침마다 나오면서 즐겁고 행복하다. 여기서 만나는 연세든 분들이 결국은 나다. 내가 젊었으면 잘 몰랐을 텐데, 나이가 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분들이 힘들고 아파하는 게 공감이 된다.”고 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가정, 자식을 위해 살았는데 지금부터는 자기 인생을 설계하면서 자신을 우선으로 살았으면 한다. 몸이 아프면 같은 말이어도 서운하게 들리는 법인데, 자신을 잘 돌보아야 한다.”며 평소 “자기를 보고 사랑한다고 웃어주라는 말을 많이 전한다.”고 했다.

용답 청계천변공원 국학기공 동호회를 지도하는 박양례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용답 청계천변공원 국학기공 동호회를 지도하는 박양례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박 강사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어 바쁘지만, 수련지도를 하며 나도 건강관리를 하는 셈이다. 수련한 지는 15년 되었고, 이곳 외에도 동대문구 간데메 공원에서 5년간 지도했다. 전에는 갑상선에 문제가 있어 피곤하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랫배에 기운이 차서 남들이 소리가 울린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