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오랜 불황으로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던 지난 2016년 6월 한범석(52) 씨는 24년간 다녔던 대기업 조선소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는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언제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고민하던 것을 해결해주었다.”며 “내겐 제2의 삶을 시작하라는 계시 같았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덕분에 회사에 몇 년 더 다닐 수도 있겠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한범석 씨는 현재 대한체육회 정회원단체인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 중앙사무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어르신체육활동 지원사업, 전통스포츠 보급사업 등 주요사업을 준비하고, 전국을 다니며 현장점검을 하고, 지난 10월 1만 명이 넘는 13개 국 동호인이 참가한 제6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그를 만났다.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 중앙사무처 한범석 사무국장. [사진=강나리 기자]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 중앙사무처 한범석 사무국장. [사진=강나리 기자]

국학기공과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요.

- 2001년 10월에 처음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회사를 다닌 지 10년차이고, 아들이 3살이었는데, 직장에 다녀오면 몸도 마음도 지쳐서 힘들 때였죠. 어린 아들이 졸라도 놀아줄 체력이 없었어요. 그때 아내의 친구가 소개해주어서 부부가 함께 단월드 거제센터를 찾아 명상과 호흡, 기공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첫 3개월은 하루, 이틀 빼고는 매일 가서 땀을 흘리니 몸도 개운하고 무엇보다 머리가 가벼워져서 좋았죠. 나중에는 회사를 마치면 당연히 센터에 갔고, 가끔 회원들 수련지도에도 참여하고 보조강사 역할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NGO활동을 하셨다고.

- 거제센터에서 함께 수련하면서 의기투합이 되는 분들이 있었어요. 일명 ‘독수리 6형제’라고 여섯 명 모두 회사원이고 나이가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할 나이였죠. 1~2살 차이다 보니 형님, 동생하면서 국학기공 시범단으로 거제에서 개최되는 각종 축제에서 시범공연도 하고, 다들 우리역사와 철학, 문화에 관심이 많아 거제국학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어요. 저도 2007년부터 4,5년 간 거제 국학원에서 활동했습니다.

매년 전국에 있는 국학원에서 개천절의 의미를 전하는 국민축제를 개최하는데, 2007년 거제에서만 1,000명이 참가하는 개천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죠. 개천천제에 당시 거제시장이 주관자로 참여하고, 조성훈 거제국학기공협회장 등이 좌우봉수로 서셨습니다. 아내들도 함께 활동 하고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데, 만나면 ‘전우애’가 느껴지죠. 어렵다, 힘들다는 일들을 해내면서도 가장 가슴이 설레고 뜨거웠던 순간이었습니다.

한범석 사무국장은 대한국학기공협회 중앙사무처에서 주관하는 어르신체육활동 지원 사업, 전통스포츠 보급사업 등으로 전국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사진=대한국학기공협회]
한범석 사무국장은 대한국학기공협회 중앙사무처에서 주관하는 어르신체육활동 지원 사업, 전통스포츠 보급사업, 배꼽힐링건강법 보급 등으로 전국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사진=대한국학기공협회]

국학기공분야에서 활동을 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 2014년부터 3년간 거제국학기공협회 회장을 맡았는데, 직장생활과 병행하다보니 직접 강사로 뛰지는 못했죠. 그러다 2016년 8월 거제시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수련지도를 맡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저하고 낯설다 보니, 기공체조를 가르쳐드려도 어르신들이 하시고 싶은 대로 했죠. 대회에 나가 꼴찌를 하고나니 ‘어떻게 하면 되냐?’고 제게 도와 달라 하시더군요. 차근차근 알려드리는 대로 수련해서 경남생활체육대축전에서 우승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무조건 믿고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이 건강만 원할 것 같지만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열의가 대단하시거든요.(웃음) 그렇게 강사활동을 하면서 2017년 경남국학기공협회 사무국장을 맡았고, 올해 2월 중앙사무처 사무국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국학기공 활동이 제2의 인생이라고 했는데 가족들이 지지해주었나요?

- 아내도 함께 수련하면서 NGO활동을 같이 했죠. 지금은 자유학년제 대안학교에서 청소년 교육 분야 일을 하는데 제게는 언제나 든든한 아군입니다.(웃음)

현재 대한국학기공협회는 어떤 사업을 전개하는지.

- 우선 국제국학기공대회와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한체육회장기를 비롯해서 광역시도와 시군구 등에서 하는 대회가 총 200여 개 정도 되는데, 그중 중앙사무처에서는 전국단위 여덟 개 대회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속 사단법인인데, 문체부 관련 사업으로 어르신체육활동 지원사업과 돌봄교실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행복나눔교실센터 사업, 전통스포츠 보급사업으로 올해 220개 수련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국학기공 강사들이 국민 건강법과 희망을 갖고 인생을 설계하는 건강철학을 전하고 있죠. 그 외에 보건복지부사업으로 배꼽힐링건강법을 전하고 있습니다.

박민준 사무처장님과 중앙사무처 가족들과 함께 전국에서 주민들과 행복을 나누는 강사들의 활동무대를 넓히고, 마음껏 활약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 국학기공의 특‧장점을 살려서 예산사업의 목적에 적합한 콘셉트와 계획을 준비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전국의 현장을 다니며 상황점검도 하고 도와줄 일이 무엇인지 논의도 합니다.

전국의 현장에서 국학기공 강사들을 만나면 어떤지.

- 다니다 보면 열악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 고생하는 강사들이 참 많습니다. 홍익을 실천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어르신이나 아이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고 희망을 전하는 강사들이 정말 고맙죠. 정말 씩씩한 강사들을 만나면 제가 더 힘이 나고요.

지난 10월 8일과 9일 열린 '제6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 에서 해외부 대상을 탄 일본 팀 시범공연(위), 서울숲에 운집한 1만 여 명의 국학기공 동호인들(아래).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10월 8일과 9일 열린 '제6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 에서 해외부 대상을 탄 일본 팀 시범공연(위), 서울숲에 운집한 1만 여 명의 국학기공 동호인들(아래). [사진=김경아 기자]

올해 13개국 1만 명이 참가하는 제6회 서울국제 생활체육 국학기공대회를 개최했다.

- 재작년 대구에 이어 작년과 올해 서울에서 국제국학기공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올해는 13개국에서 4,000여 명이 선수로 출전했고, 서울숲에서 열린 페스티벌에는 전국에서 1만 명이 넘게 참여해서 성황을 이루었죠.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죠. 각 지역기공협회에서 많은 인원을 한 자리에 모으고, 선발된 지역대표 선수단의 출전을 준비하는 일이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인데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주셨어요. 예산도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고심을 했는데 서로 “할 수 있다. 해 보자.”라고 했고, 중앙사무처에서도 “같이 고민해보자. 뭘 도와줄까?”라며 다가가 진심이 통한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11일 열린 '2018년 전통스포츠 보급사업 국학기공교실' 사업에 앞서 열린 국학기공 지도자 워크숍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범석 사무국장(위).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9월 11일 열린 '2018년 전통스포츠 보급사업 국학기공교실' 사업에 앞서 열린 국학기공 지도자 워크숍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범석 사무국장(위). [사진=김경아 기자]

향후 대한국학기공협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어떤 것인지.

- 어르신체육활동 지원사업, 행복나눔교실센터, 전통스포츠 보급사업, 배꼽힐링건강법 보급사업 등 4대 사업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치매예방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치매는 생활습관질병으로, 젊었을 때부터 20~30년 간 생활습관 때문에 차츰 드러나는 질병이죠. 미리 미리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으로써 국학기공을 보급할 겁니다. 특히, 국학기공은 뇌활용 교육법인 뇌교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두뇌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체조와 원리들이 반영되어 있죠. 우리나라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했는데 크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우수한 강사양성입니다. 일반 동호인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학강사 3급 과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기존 강사들의 역량을 업그레이드 하는 교육을 활발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심판 양성도 그중 하나인데 심판교육 일반과정과 심화과정을 운영합니다. 현재 1, 2기 과정으로 150명을 양성했는데, 6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너급 심판으로 양성해서 각 지역에서 지역강사들에게 원리와 기술을 전수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난 국제국학기공대회 때 심판 30명이 시범공연을 했는데, 정말 뛰어난 모습을 선보여 심판과정에 도전하겠다는 강사들이 많습니다.

한범석 사무국장은
한범석 사무국장은 "앞으로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는 기존 사업의 확장과 함께 치매예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역할을 잘 마치고 강사로 돌아가 어느 지역이든, 어느 나라에서든 국학기공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강나리 기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꿈을 이루고 싶은지.

- 지금은 중앙사무처 사무국장의 역할을 맡아 열심히 뛰고 있는데, 제 역할을 다하면 강사로 돌아갈 겁니다. 어느 지역이든, 어느 나라에서든 국학기공을 전하고, 그 속에 담긴 뇌교육과 홍익의 뜻을 전하는 일을 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인생의 보람을 느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이 저는 국학기공 강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