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관저초등학교 2학년 교실, 점심급식을 한 아이들은 저마다 담임인 박선미 선생님(45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곧 다가온 관저예술제 공연을 위해 체육관으로 이동할 때도 참새들처럼 재잘대며 분주하다.

지난 6일 대전관저초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아이들이 곧 다가올 학교 축제인 '관저예술제'에서 공연한 시범공연 연습을 하는 모습. [사진=문현진 기자]
지난 6일 대전관저초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아이들이 곧 다가올 학교 축제인 '관저예술제'에서 공연한 시범공연 연습을 하는 모습. [사진=문현진 기자]

그러나 무대에 서서 선생님이 부드럽게 구령을 하자 어느새 집중한 아이들은 ‘고구려의 꿈’ 노래에 맞춰 절도 있게 국학기공 동작을 펼쳤다. 기마자세로 선 아이들의 표정은 화랑처럼 당당하고 손끝 발끝에 힘을 주며, 두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친구들과 호흡과 동작을 맞췄다. 단 5분간 집중을 하기도 어려운 나이지만 박선미 선생님의 지도로 한 동작씩 맞춰가며 학부모님과 친구들, 선후배들 앞에서 멋진 기공공연을 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다.

이 학생들은 지난 10월 13일 대전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해 저학년임에도 초등부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공연 연습을 마친 아이들은 저마다 국학기공을 하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변화한 모습을 자랑했다.

(왼쪽부터)관저초등학교 2학년 정서겸 학생, 오지우 학생, 정소영 학생 [사진=문현진 기자]
(왼쪽부터)관저초등학교 2학년 정서겸 학생, 오지우 학생, 장소영 학생 [사진=문현진 기자]

정서겸(9살) 학생은 “대회에 나갔을 때 조금 긴장되고 두려웠는데 친구들과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고구려의 꿈이라는 노래로 계속 연습을 했는데요. 전에는 고구려라고 해도 아무 생각이 안 들었는데, 국학기공을 하면서 제가 옛날 용감한 고구려 사람이 된 것 같고, 고구려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요.”라고 했다.

오지우 학생은 “평소 운동을 잘 안하는데 국학기공을 하면서 몸이 튼튼해지고 다리 힘이 좋아졌어요. 달리기도 잘하게 되고 많이 걸을 수 있어요. 제가 국학기공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 아빠가 ‘잘한다, 멋있다. 자랑스럽다’고 칭찬해주셨어요.”라며 “학기 초에는 서먹서먹한 친구도 있었는데, 국학기공을 같이 하니까 반 친구 22명 모두 친해졌어요.”라고 국학기공을 하고 나서 달라진 점을 말했다. 장소영 학생도 “친구들이랑 협동하니까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왼쪽부터) 관저초등학교 2학년 김은준 학생, 이경윤 학생 [사진=문현진 기자]
(왼쪽부터) 관저초등학교 2학년 이경윤 학생, 김은준 학생 [사진=문현진 기자]

김은준 학생은 “전 국학기공을 하고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1학년 때는 집중하려고 하다가도 금방 안 되고 했는데 이제는 오래 집중하게 되었어요.”라며 “열심히 연습해서 예술제에서 엄마 아빠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경윤 학생은 “매일 말 타기자세(기마자세)를 하니까 다리가 튼튼해졌어요. 다른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리고 마는데, 국학기공을 하면 오랫동안 열기가 남고 개운해요. 대회에 출전하고 나니 제가 자랑스럽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관저초등학교의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담당교사이자 강사를 맡은 박선미 교사는 2015년부터 국학기공 수련지도를 해왔다.

고세환 교장은 “이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꿈과 재능, 끼를 키워주는 교육을 펼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해 공모교장으로 경합할 때,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동아리활동을 우리 학교의 특색으로 하겠다고 공약을 했죠. 스포츠와 놀이까지 아우르는 동아리 활동으로 아이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키워주고자 합니다.”라고 평소 소신을 밝히고 “우리 학생들이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나갈 뿐 아니라 관저예술제에서 공연하는 것 모두가 재능과 끼를 발산하는데 좋은 기회”라고 했다.

관저초등학교 고세환 학교장은
관저초등학교 고세환 학교장은 "학생들의 꿈과 재능 끼를 살려주는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많다. 국학기공은 정신수양을 겸한 스포츠라 기초체력 증진뿐 아니라 인성함양에도 효과적"이라고 평소 소신을 밝혔다. [사진=문현진 기자]

그는 “신체와 정신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스포츠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하죠. 그중 국학기공은 정신수양을 겸한 스포츠 활동이라 학생들의 기초 체력뿐 아니라 인성함양에도 효과적”이라며 “국학기공을 하고 우선 학생들의 얼굴 표정이 밝고 활기찹니다. 대회에서 무대에 서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많아졌고요.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 오면서, ‘학교는 즐겁고 행복한 곳’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공부는 절로 될 것”이라고 했다.

고세환 교장은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을 하는데는 인적자원이 중요하죠. 교사에게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 하나의 봉사인데, 우리 학교에 박선미 선생님이 있어서 전통스포츠인 국학기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박 교사를 “우리 학교의 소중한 인재”라고 소개했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건강뿐 아니라 아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스승의 꿈 찾아

박선미 교사는 국학기공을 시작한 계기에 관해 “30대 초반 다이어트 때문에 뇌교육 명상과 호흡수련, 기공수련을 시작했어요. 평소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 늘 긴장되어 있었는데 마음이 편안해졌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가치를 찾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전해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 뇌교육을 하는 교사들의 단체로, ‘철학 있는 스승이 되자’를 모토로 하는 홍익교원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관저초등학교 박선미 교사. 2015년부터 관저초등학교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문현진 기자]
관저초등학교 박선미 교사. 2015년부터 관저초등학교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문현진 기자]

박 교사가 학교스포츠클럽활동으로 국학기공을 도입했을 때,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라 낯설어 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박 교사를 보면 ‘국학기공 하는 선생님’으로 인식한다. “지금은 저를 보면 ‘국학기공’이 떠오른다고 하세요. 때로는 ‘박 선생님은 국학기공을 해서 그렇게 날씬하냐?’고 농담을 건네세요.(웃음)”

박 교사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스포츠를 따로 전공하지 않으면 줄넘기 등을 하는데, 국학기공을 하는 반 아이들은 ‘우리는 특별한 것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라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는 모두가 호흡을 맞추는 스포츠라서 희망한 아이 전부 무대에 올라 경연을 펼치게 한 것이 엄청난 추억이 되었죠.(웃음)”라고 했다.

그는 재작년 5학년 학생들과 대회에 출전했고, 작년에는 1학년 학생들, 올해는 2학년 아이들과 출전했다. 재작년과 작년에 초등부 3위인 동상을 수상했다. 그가 국학기공을 지도하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고 했다. “5학년을 맡았을 때 항상 움츠리고 ‘난 못해, 안할래요. 못해요. 망쳤어요.’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아이가 있었죠. 1학년 때 ‘왕따’를 당했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쟤는 원래 저래’라는 말을 듣고 성장했더군요.” 국학기공을 할 때는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야 되는데, 이 아이는 자세가 엉성하고 그다지 열의가 없어보였다. 박 교사가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준비하면서 출전 희망자를 모집할 때도 그 아이는 ‘하기 싫다’고 했다.

박 교사는 “저도 ‘아이의 자세가 안 좋으니 대회에 빠지는 게 나으려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하지만 뇌교육에서는 어떤 아이의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죠. 그래서 ‘반 친구들이 다 참가하는데 한 번 더 생각해보겠니?’라고 권했죠. 그날 아이가 집에 가서 엄마와 의논하며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다음날 출전하겠다고 하더니 아이의 자세와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예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죠. 제가 상을 받으면 모두 메달을 받는다고 했더니, 아이가 ‘한 명만 받는 게 아니에요? 저도 받을 수 있어요?’라고 계속 물었죠. 다 받는다고 답하니 너무나 좋아했어요. 그런 경험이 없던 거죠.”라고 했다.

지난 10월 13일 대전광역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초등부 동상을 수상한 관저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관저초등학교 제공]
지난 10월 13일 대전광역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초등부 동상을 수상한 관저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관저초등학교 제공]

그는 “아이가 대회에서 정말 예상외로 잘 해서 뿌듯했죠. 게다가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는 초‧중‧고 전체 경연을 마치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독립보(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서는 기공자세) 경연대회를 하는데, 그 아이가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개인상도 받았어요.”라며 “기공을 하면 계속 자세를 바르게 하고 가슴을 펴니까 알게 모르게 마음가짐도 달라지죠. 그리고 변화를 선택할 의지를 내게 되는 걸 느낍니다. 아이가 스스로 결심을 하고 나니까 180도 달라졌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초등학교 교사는 가정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아이들에게 생활지도를 하는 몫까지 담당하게 되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박선미 교사는 “작년 1학년을 맡았을 때는 처음에 많이 힘들었죠. 1학기 때 대표수업을 해서 학부모님과 다른 교사들도 왔는데, 아이들이 책상 밑에 숨고 한쪽에서는 뛰어다니고 해서 수업을 거의 망쳤어요. 당시 주1회만 국학기공수업을 했는데 2학기 때는 본격적으로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어 기공을 지도했죠. 그랬더니 산만하던 아이들의 생활습관도 잡히고, 차분해져서 ‘아이들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라고 저도 놀랐어요. 국학기공을 처음 시작할 때 방방 뜨던 기운이 어느 정도 수련을 하면 아랫배 하단전에 에너지가 차면서 아이들이 침착해지게 됩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학년 아이들과 출전했을 때는 너무나 어려서 동작이 잘 나오지 않지만 아이들의 경험을 위해 출전했는데, 응원 온 학부모님들에게 귀엽다고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라고 추억했다.

박선미 교사는
박선미 교사는 "지난해 교사대상 현장자율직무연수과정에서 국학기공을 지도했는데, 호응이 커서 교사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 더욱 많은 교사에게 국학기공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문현진 기자]

박선미 교사는 관저초등학교에서 올해로 4년차 근무를 한다. 내년 1년이 지나면 공교육 규정상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난다. 그는 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활동으로 국학기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고민이 있다.

고세환 교장도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학교장의 의지만으로 부족하다고 봅니다.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 전문강사를 파견받는 기회도 있지만, 박선미 선생님과 같이 뜨거운 열의로 지켜줄 분이 필요하죠. 이런 분만 있다면 국학기공을 전교생이 참여하는 스포츠로 키워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박 교사는 “작년과 재작년 교원대상 현장자율직무연수 15시간 과정이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제가 참석 교사들을 대상으로 국학기공을 지도했어요. 반응이 너무나 좋았고, 선생민들이 꾸준히 배울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이 나와 자율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저도 더욱 자신감이 붙었고요. 이렇게 국학기공을 수련하는 교사들이 많아져 널리 알려진다면 더 이상 바람이 없겠습니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힘이 있어야 하고, 바르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께 국학기공을 권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