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뇌의 세기’라고 한다. 인류의 뇌로 창조한 인공지능(AI)가 의식주와 인간의 활동영역 전반을 해낼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의 IQ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뇌과학 분야에서는 세계 10권 내외이나, 인간 뇌를 활용하는 뇌교육 분야에서는 유소년과 청소년 교육을 비롯해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갖춘 명실상부한 1위 국가이다. 대한민국에서 인간 뇌의 고유한 능력, 즉 자연지능을 길러 브레인파워를 키우는 아이들이 있다. 미래를 이끌 영재로 자라는 그들을 만나본다.

중학교 2학년인 황태영 군은 매우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다. 초등학교 때에는 소심하고 고지식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룰이 명확했던 태영이는 친구들이 사소하게 원칙을 어기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고, 선생님의 행동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다 보니 다툼이 많고 부딪힘이 많았다. ‘융통성이 없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고 성격은 소심해졌다.

초등학교 체육교사인 태영 군의 아버지 황경선(48)씨는 “내 탓인 것 같다.”고 했다. 충남 보은에서 태어나 아무 뒷받침 없이 홀로 서울로 와서 대학을 다니며 쪽방에서 얹혀살며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가 된 자수성가형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산악부에서 히말라야 등반을 하기도 했다. 나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아이들에게 엄격했고, 등산과 달리기를 시키며 단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자녀교육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황태영 군은
황태영 군은 "초등학교 4학년때 의기소침하던 모습을 바꾸고 싶어 뇌교육을 시작했다"고 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태영이의 소심함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같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조윤주(45) 씨는 뇌교육을 선택했다. “언젠가 남편이 ‘아이 안에 숨어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라는 책을 선물 받아왔어요. 읽어보고 뇌교육이라는 게 정말 좋아서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에게 적용해보니 분명하게 효과가 있었어요.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내 마음처럼 안 되더라고요. 그때 다시 생각나 그 책을 집어 들었고, 마지막 부분에 아동청소년 두뇌계발기관인 BR뇌교육에 관한 설명을 봤어요. 당시 광명에는 지점이 없어 목동에 아이를 보내고 저도 브레인명상 센터를 다녔죠.”라고 했다. 나중에는 태영이네는 아이 교육에 맞춰 이사를 했다.

황경선 씨는 “운동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뇌교육에 대해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뇌교육은 앉아서 두뇌계발만 하는 게 아니라 몸을 쓰는 활동을 통해 체력은 물론 뇌력과 심력을 동시에 키우더군요.”라며 “신체활동을 해야 뇌의 시냅스가 활발하게 연결되지 지식만 쌓는다고 뇌가 좋아지지 않죠. 뇌교육을 하고 점점 달라지는 아이를 지켜보며 신뢰가 생겼습니다.”라고 했다.

황태영 군의 어머니 조윤주 씨와 아버지 황경선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황태영 군의 어머니 조윤주 씨와 아버지 황경선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앞으로의 교육은 아이가 자기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내는 교육이었으면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김민석 기자]

태영이가 크게 변화했다고 느낀 때는 언제일까? 어머니는 태영이가 6학년 때 세도나HSP캠프를 다녀와서라고 했다. “캠프 때 대자연과 함께한 태영이가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왔어요. 학교에서 그런 일을 해보겠다며 전교어린이회장 선거에 출마했죠. 선거공약도 그런 쪽으로 제시했고요. 생전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던 태영이가 친구에게 자기 의견을 제시하고 공감을 얻고자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는 도전이었어요.”

아버지 황경선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영어뮤지컬 캠프를 다녀와서 공연을 한 때를 꼽았다. “상대방 앞에서 표현하는 걸 쑥스러워 하던 아이가 혼자 흥얼거리며 꾸준히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인상에 남습니다. 교사생활을 하다보면 자기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주위 친구들 의견에 휩쓸렸다가 집에 가서 답답한 마음에 우는 아이들이 있는데 안타깝죠. 저는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조리 있게 표현하고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법을 익히는 게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청소년 뇌교육 과정 중 가장 넘기 힘든 과정의 하나는 HSP12단이라고 한다. 1단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개발해 물구나무서서 36걸음을 걷는 12단까지 단련한다. 체력을 단련을 하면서 운동뇌가 발달하는 것은 물론 심력과 뇌력까지도 단련하는 과정이다.

황태영 군이 뇌교육 과정 중 HSP12단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시범보였다. [사진=김민석 기자]
황태영 군이 뇌교육 과정 중 HSP12단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시범보였다. [사진=김민석 기자]

태영이는 운동을 잘 하는 편도 아니고 두려움이 많아 쉽지 않았다. 밤늦게 까지 연습을 하고, 자기가 세운 목표를 차근차근 해나갔다. 1년 여 동안 과정을 밟아오면서 빠르게 진척될 때도 있었지만 12단을 임박해서는 될 듯 될 듯하다가 잘 되지 않았다.

아버지 황경선 씨는 “저하고도 연습을 했는데 울면서도 포기를 하지 않더군요. 반복하고 안 되면 아랫단계로 해서 다시 연습하고 해서 몇 걸음 떼더니 결국은 해냈어요. 청소년기에 세운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맹렬하게 도전해서 마침내 해낸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조윤주 씨는 “뇌교육에서는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스스로 정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며 성장하도록 돕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학교에서 천안 독립기념관을 갔다 왔을 때는 그냥 ”갔다 왔어.“라고만 말했는데, BR뇌교육 선생님과 다녀와서는 독립열사의 마음, 희생을 이야기 하더군요. HSP 12단을 할 때도 선생님이 끊임없이 격려하고 실패하면 그것에 대해서도 아이 스스로 의미를 찾도록 하는 게 정말 좋은 교육이라고 느꼈죠.”

BR뇌교육 목동지점에서 뇌교육 수업을 하는 황태영 군. [사진=김민석 기자]
BR뇌교육 목동지점에서 뇌교육 수업을 하는 황태영 군. [사진=김민석 기자]

황경선 씨도 “저도 동감입니다. 작년에 태영이를 데리고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영국에서 온 20명 정도 청소년들이 거머리에 뜯겨 가면서도 체험을 하며 스스로 느끼게 하더군요. 저도 청소년단체를 이끄는데 위험요소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으면 하지 못하게 합니다. 경험할 기회를 뺏는 거죠.”라며 “뇌교육에서 이렇게 힘든 걸 이겨내는 부분이 없었다면 아마 계속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12단 연습을 반팔 옷을 입고 시작해 긴팔 옷을 입고서야 통과한 태영이는 처음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황경선 씨도 그 모습을 영상에 담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태영이는 “12단을 하려면 자기 자신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아야 해낼 수 있어요.”라며 이 과정을 통해 목표치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자신감을 많이 키웠다고 했다.

이제 물구나무서서 60~70걸음을 거뜬히 걷는 태영이는 자신처럼 도전하는 후배들의 연습을 돕고 있다. 늘 상대방이 불편해 할까봐 조심스러워하던 태영이에게 소통의 힘을 키우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태영이는 “남을 가르치는데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경험한 걸 조금씩 알려주고 나서 친구가 해내는 걸 보니 굉장히 좋았어요.”라고 했다.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만 하던 태영이는 편안하게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호응하면서 함께 기쁨을 나누는 법을 익히고 있다.

태영이는 지난 5년간 뇌교육을 하며 자신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뇌교육을 하면서 나를 잘 알게 되었어요. 좋은 점은 제가 무엇을 원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제게 일어난 감정의 원인을 항상 알게 되니까 뭔가 부족한지 알고 고칠 수도 있다는 점이예요. 나 자신을 이해하는 힘이 커졌죠. 창의성도 좋아졌어요. 전에는 그냥 수업을 들었다면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방법도 찾아내게 되었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뇌교육 캠프를 통해 여러 사람과 함께 뭔가를 해내는 재미를 배우게 되었어요. 실패하면서 거기서 또 배워요.”라고 했다.

황태영 군을 지도하는 BR뇌교육 목동지점 신선희 원장은
황태영 군을 지도하는 BR뇌교육 목동지점 신선희 원장은 "어른들의 욕망이 투영된 기대보다 아이를 지켜보며 기다려주고 지지하는 신뢰를 통해 성장한다."고 밝혔다. [사진=김민석 기자]

그동안 태영이를 지켜보고 지도하는 신선희 선생님은 “태영이는 생각이 깊은 아이에요. 뭔가 생각하거나 표현할 때도 심사숙고하죠. 그런데 내면의 힘이 안 생기면 아이는 속으로만 들어가고 좋은 점은 묻혀 버리죠.”라며 “태영이와 수업을 할 때 아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조금 더 당당하게 표현해 내는 것, 유연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교육 포인트를 밝혔다.

그리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태영이를 위해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 격려했다고 한다. “뇌교육에서는 ‘안 돼. 하지 마, 못할 거야’ 같은 부정적인 말을 삼갑니다. ‘너라면 해낼 수 있을 거야. 너를 믿어봐, 네 뇌에게 물어봐’라고 긍정적인 말을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죠.”

태영이의 변화에 대해 그는 “태영이는 지금까지 제시간에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가했어요. 무척 성실한 아이죠. 태영이의 변화는 뇌교육에서 주는 긍정의 힘과 아이의 성실함, 그리고 부모님의 신뢰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뇌교육 과정을 밟으면서 태영이의 장점이 나타났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와칭하는 능력과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났고 고등감각인지능력(Heightened Sensory Perception)도 잘 발휘되었다.

최근 여름방학에 글로벌지구경영워크숍에도 참가하면서 태영이는 한층 성장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 밸리 CEO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창업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본인이 무엇을 할지 많은 생각을 했고,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목적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일기를 매일 쓰겠다고 결심했고, 빠짐없이 지키고 있다.

교사인 어머니 조윤주 씨는 앞으로의 교육에 관해 “사회는 급변하고 인공지능(AI)시대라고 해요. 이제는 먹고 사는 의식주 문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누릴 권리를 찾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평가받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내는 교육으로 바뀌었으면 하죠.”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공교육에 뇌교육이 접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지금의 교육체계와 70~80년대를 살아온 세대가 교육을 맡은 현실에서 어려울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그분들은 그들이 살아온 경험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그게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맞지 않을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그는 “저도 학교에서 뇌교육을 접목하려고 노력하는데, 뇌교육은 좋은 콘텐츠를 흉내 낸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스피릿이 중요하죠. 우선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과 사범대학교 학생들부터 뇌교육을 올바로 배운다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뇌교육으로 브레인파워를 키우는 황태영 군과 지도하는 신선희 원장. [사진=김민석 기자]
뇌교육으로 브레인파워를 키우는 황태영 군과 지도하는 신선희 원장. [사진=김민석 기자]

신선희 선생님은 “아이들을 지도해보면 모든 아이들은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이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서 채찍질하는 기대가 아니라 그 아이가 스스로 꿈꾸는 것을 해내는 과정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며 끝까지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랑으로 성장합니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자 태영이는 “지금이 가장 기뻐요. 살면서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기쁜 날로 만들자고 마음먹었거든요.”라고 어른스러운 답을 내놓았다. 멋지게 성장 중인 태영이는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꿈은 하나라고 했다. “제가 지구에 태어났으니까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나씩 해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