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이 아직 꺼지지 않은 시간, 아침 해가 밝아오는 새벽공기를 가르고 ‘단전丹田! 단전!’을 외치는 우렁찬 구령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영등포구에 걸쳐 자리한 보라매공원 안에서 새벽 6시에 열리는 보라매 영등포 국학기공동호회 회원들의 구령이다. 그중 매주 금요일에는 서울시가 지원하고. 서울국학기공협회가 운영하는 ‘국학기공 120세 교실’이 열린다.

지난 9월 14일 금요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영등포 새벽기공팀 120세 교실 수업.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9월 14일 금요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영등포 새벽기공팀 120세 교실 수업. [사진=강나리 기자]

조현숙 강사는 아랫배를 두드리는 단전치기에 이어, 노란색 배꼽힐링기로 배꼽주변을 지긋이 자극을 주고 펌핑을 하는 배꼽힐링 체조를 진행했다. “장청뇌청腸淸腦淸! 장을 맑게 청소하면 뇌가 맑아집니다!” 체조마다 효과와 집중해야 할 포인트를 집어주며 진행했다. 배꼽힐링기를 활용해 다양한 자세로 몸을 풀고, 회원들끼리 짝을 이뤄 서로 도움을 주며 몸을 최대한 늘이고 당기며 신나는 동작들로 단련을 시켰다.

조현숙 강사의 지도로 노란색 배꼽힐링를 활용해 다양한 동작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회원들. [사진=강나리 기가]
조현숙 강사의 지도로 노란색 배꼽힐링를 활용해 다양한 동작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회원들. [사진=강나리 기자]

이어 동호회의 주강사인 윤은숙 강사는 장생기공을 지도했다. 장생기공은 120세 교실의 주요과정 중 하나이다. 장생長生은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며 오래 사는 것을 뜻한다.

윤 강사는 기마자세로 하체를 탄탄하게 단련하며, 깊은 호흡과 함께 의식을 집중한 동작 속에서 에너지를 단전에 축적하도록 했다. 움직이면서도 자신을 바라보고 충분히 이완하는 것을 동적명상動的瞑想이라고 했다. 야외공간임에도 줄을 정확하게 맞춰서 진지하게 기공 동작을 펼치는 모습에서 지난 10여 년간 매해 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해서 수상했다는 경력을 짐작케 했다.

윤은숙 강사의 지도로 안정된 호흡 속에 자신을 바라보며 이완하는 장생기공을 하는 회원들. [사진=강나리 기자]
윤은숙 강사의 지도로 안정된 호흡 속에 자신을 바라보며 이완하는 장생기공을 하는 회원들. [사진=강나리 기자]

두 팔로 항아리를 안은 듯 기마자세를 하며 고요하게 호흡을 바라보는 항아리 연단을 하는 중에 윤 강사는 ‘나는 120세를 살기로 했다’책에서 신체를 단련해야 하는 이유에 관한 구절을 낭독했다. 마무리 체조로 힘차게 발을 높이 차올리며 활기찬 회원들의 모습에서 강인한 기백이 엿보였다. 수련을 마친 회원들은 “여기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수련한다. 사정이 있어 참석을 못하면 서로 연락하고 안부를 챙긴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했다.

항아리 연단을 하며 고요한 가운데 120세 메시지를 읽어주는 윤은숙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항아리 연단을 하며 고요한 가운데 120세 메시지를 읽어주는 윤은숙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회원 조백현(66, 정비업) 씨는 “4년째 수련했다. 에어로빅을 6,7년 했는데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서 국학기공을 시작했다. 하고나서 허리, 무릎통증도 좋아지고 신체균형감이 정말 좋아졌다.”며 “120세 인생을 생각하면 절반정도 왔다. 이렇게 꾸준히 하면120세도 거뜬하겠다. 점점 더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쁨이 차오른다.”며 아침마다 약수를 떠와서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주변청소와 뒷정리를 맡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임재홍(85) 회원은 “보라매공원을 찾았다 우연히 발견하고 수련한 지 3개월이 되었다. 몸이 유연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6시가 되면 저절로 수련가려고 눈이 떠진다.”며 “아프지 않고, 사는 게 즐거워야한다. 집사람이 거동이 불편한 데 앞으로 함께 수련하려 한다. 국학기공이 저변확대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게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보라매공원 새벽공원팀 임원진과 회원들이 각자 수련소감을 밝혔다. (오른쪽부터) 조백현 회원, 김길순 총무, 임재홍 회원, 임국빈 부회장, 박노순 회장, 이종미 회원.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 보라매공원 새벽공원팀 임원진과 회원들이 각자 수련소감을 밝혔다. (오른쪽부터) 조백현 회원, 김길순 총무, 임재홍 회원, 임국빈 부회장, 박노순 회장, 이종미 회원. [사진=강나리 기자]

남편과 함께 수련을 나온 이종미(66) 회원은 “여기서는 1년 반 정도 수련했다. 예전에 명상수련을 한 적이 있어 하고 싶었는데 사업하느라 7~8년 간 못했다. 그동안 힘들게 일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우울증이 심각했다.”며 “ 남편이 자꾸 해보자고 하더니 혼자 수련을 참가하더라. 할 수없이 따라와서 처음에는 의자에 앉아서 수련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이 씨는 “이제 아침에 부는 시원한 바람보다 기공하고 난 후 기분이 더 상쾌하다. 내 생애 중반에서 기공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며 “몸이 조금 더 나아지면 강사자격을 따서 사람들에게 지도하고 싶다.”고 했다.

임국빈(73) 부회장은 “국학기공 수련한 지 7년 되었고, 윤은숙 강사를 만난 지 4년 되었다. 평생 살림에 파묻혀 운동을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무릎 관절이 안 좋아지고 목 디스크가 생기면서 우울해져 마음까지 무너졌다. 의사가 무리하지 않은 운동을 권해서 자건거를 타고 공원에 나왔다가 국학기공을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강사님이 그냥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자세하게 설명을 하며 가르치더라.”며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뒤에서 눈에 띄지 않게 했는데 정회원이 되고부터 당당해졌다. 내성적인 성격이 밝아졌고 자신감이 생기고 생활하는데 활기가 생겼다. 이 수련 시간이 온전히 나를 위한 내 시간이다.”라고 했다.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매일 새벽에 수련하는 영등포 새벽기공팀.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매일 새벽에 수련하는 영등포 새벽기공팀. [사진=강나리 기자]

김길순(65) 총무는 “120세 교실에서 희망찬 메시지를 들으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픈 꿈이 생겼다. 5년 전까지는 가족을 돌보느라 바쁘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훨씬 여유로워졌고 수련도 하게 되었다. 국내외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수련하면서 다리가 튼튼해지고 전반적으로 체력이 좋아져서 도움이 많이 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뭘 해도 힘들다. 행복하게 인생을 보내려면 체력이 우선”이라고 했다.

박노순(76, 미용업) 회장은 “수련한 지 10년이 넘었다. 해마다 기공대회에 많이 나가단체전, 개인전 상을 많이 탔다. 가족들이 운동가라고 협조를 많이 한다. 대회에 남편도 응원하러 오고, 딸도 와서 사진촬영을 해준다.”며 “수련하면서 우울증도 나았다. 저혈압이고 많이 말랐는데 정상체중을 찾았다. 그게 좋아서 10년 넘게 한다. 바람은 우리 회원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보라매공원 영등포새벽기공팀 윤은숙 강사(오른쪽)와 매주 금요일 120세 교실을 함께하는 조현숙 강사(왼쪽). [사진=강나리 기자]
서울 보라매공원 영등포새벽기공팀 윤은숙 강사(오른쪽)와 매주 금요일 120세 교실을 함께하는 조현숙 강사(왼쪽). [사진=강나리 기자]

동호회 주강사인 윤은숙(65) 강사는 “이곳에서 국학기공수련 지도한 지 7년 되었다. 처음 수련을 해보니 내가 재능이 있는 걸 발견했다. 개인전, 단체전 대회에서 수상도 많이 했다. 당시 강사가 어르신을 위해 새벽같이 나와서 고생하는 데 뭔가 돕고 싶었고, 똑 부러지게 해보자해서 교육을 받고 강사가 되었다.”라며 “기마자세도 더 낮게 하면서 체력을 키웠다. 그러다보니 회원들을 지도할 때도 하체강화를 굉장히 중요시 한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서 기氣에너지를 느끼며 수련하도록 한다.”고 했다.

윤 강사는 “수련 지도할 때 목표는 ‘나와 함께 3년을 수련하면 3살이 더 젊어진다.’는 것이다. 그럼 6살을 더 젊어지는 것이다. 회원들이 많이 웃고 기운이 넘치고, 조화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국학기공 120세 교실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꿈을 이루며 사는 법을 전하는 윤은숙 강사(오른쪽)와 조현숙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120세 교실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꿈을 이루며 사는 법을 전하는 윤은숙 강사(오른쪽)와 조현숙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120세 교실을 함께하는 조현숙(66) 강사는 “2002년 이곳 공원에서 처음 국학기공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수련하고 강사과정을 밟아 수련지도를 한 지 13년이 되었다.”며 “어르신들에게 120세의 꿈을 심어주는 사업이 정말 좋다. 사람이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 오래 살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일 일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평소에 건강을 다져놓으면 미래의 꿈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 강사는 “수련지도하다 보면 지팡이를 짚고 온 분인데 매일 안부를 묻고 챙기니 꾸준히 나와 수련해서 어느 날부터 지팡이 없이 다니는 모습을 보면 강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