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청와대가 국회 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초청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야당 중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를 정상회담에 초청한다고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2018 평양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동안 진행될 평양 정상회담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이상 9명을 특별히 국회·정당 대표로 초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초청에 국회는 “정상회담 공식 특별수행원이 아니라 정상회담기간 별도의 ‘남북 국회회담’ 일정으로 동행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문 의장은 오후 3시 30분부터 이주영 부의장, 주승용 부의장,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협의한 결과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 같은 협의 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의장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 국회회담’에 여야가 뜻을 모아 함께 참여하기로 두 부의장 및 외교통일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협상과 대화의 주체는 단순할수록 좋다. 다시 얘기하지만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동행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11일 “사전조율 없는 남북회담 초청은 청와대의 정략적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재요청한 후 한 차례 더 논평을 내고 “지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관련 조치들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평양 수행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이다.”고 불참 의사를 드러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청와대의 방북초청에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11일 오전 국회를 방문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재차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은 결코 잔치자리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민생경제 실패를 가리려는 욕심을 버려야 비핵화의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측은 남북정상회담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주현 당 수석대변인은 “9월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결정적 전환점이 되어야만 한다.”며 “민주평화당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비준에 적극 동참하여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더 이상 무조건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제1야당과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은 또 “청와대는 좀 더 신중하게 연쇄 정상회담 정세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현 당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국회와 정당 특별대표단 초청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거울삼아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역시 현 정세가 엄중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고 초당적 입장에서 대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청와대의 제안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평양 동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의장단과 제 정당 대표의 동행방북이 초유의 일인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이번 제안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조율이 필요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어차피 안 될 일을 제안이나 하고 보자는 것이 아니었다면, 더 세심하고 적극적인 사전 동의 과정이 필요했다.”며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긴밀히 국회를 설득하고, 이번 방북에서 입법부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특히 국회의장단의 참여를 거듭 요청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문희상 의장의 동의 아래 국회를 대표하는 분의 참여로 이후 국회회담 추진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야당들은 북한의 비핵화 실천의지를 언제까지 의심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대화하고 확인하는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도 직접 만나 대화하는데, 왜 우리 정치권은 만나지 못하느냐? 정상회담에 국회가 동행할 이유가 없다든가, 정쟁수단으로 활용하지 말라든가 하는 주장은 거두자.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대승적 협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참여를 거부한 야당들은 지금이라도 전향적 판단을 해줄 것을 요청 드린다. 정당 대표의 방북을 성사시켜 판문점선언의 비준과 국회회담의 디딤돌을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정호진 당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행정부의 수반뿐만 아니라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 대표단들이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것은 그만큼 남북간의 소통의 통로가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정당 대표들 모두 초청을 수락하길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 앞에서 국회가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