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상쾌해지시라” 이는 대한민국 명승 제34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 보길도의 ‘세연정’에 담긴 뜻이다.

보길도에 있는 대한민국 명승 제34호 세연정.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보길도에 있는 대한민국 명승 제34호 세연정.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이하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25일과 26일 이승민 대표를 비롯해 회원 40여 명과 함께 해남 땅끝마을에서 페리호를 타고 노화도를 거쳐 보길도로 들어갔다. 국내 명상여행지로 새롭게 개척된 보길도 첫 명상여행이다.

이승민 대표는 “이번 보길도 명상여행을 통해 자연의 고마움을 체험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활력을 찾아 우리가 본래 가진 품성을 되찾고자 한다. 귀한 자연의 약재인 황칠나무의 본고장인 보길도에서 황칠같이 귀한 품성을 회복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국내 명상여행지로 새롭게 개척된 보길도 첫 명상여행을 떠난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황칠농장 앞에 모였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국내 명상여행지로 새롭게 개척된 보길도 첫 명상여행을 떠난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황칠농장 앞에 모였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황칠은 진시황제가 3대 불로초로 여겼다는 약재로 유명하며, 그 높은 가치 때문에 일반인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궁중비전으로만 전수되었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모발형성세포의 성장률을 높이고 중금속 해독과 급성 신장손상보호 효과가 입증되었다. 또한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부작용 없이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항암효과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황칠 수액은 왕실에서 고급 도료로도 사용했는데 그 효과가 옻칠을 능가한다.

(시계방향으로) 보길도 정자리에 있는 400년된 최고령 황칠나무, 황칠나무 농장, 황칠나무 수액.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시계방향으로) 보길도 정자리에 있는 400년된 최고령 황칠나무, 황칠나무 농장, 황칠나무 수액.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은 조선 선조부터 숙종조의 유학자 우암 송시열이 제주 유배길에 들러 잠시 쉬며 임금에 대한 서운함과 그리움을 바위에 새겨놓은 글씐 바위에 올랐다. 그들은 넓은 바위에 앉아 옥빛 바다를 마주하고 명상을 했다.

이날 양승임 회원은 “하늘, 바다, 그리고 바람과 태양의 기운을 맞으며 자연과 하나되니 그동안 쌓였던 생각과 감정들이 다 내려놓아지고 정화되었다. 가슴이 열리고 힐링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의 명상여행. (시계방향으로) 글씐바위에서 명상, 윤선도의 자취가 남아있는 곡우당, 곡우당 전경, 곡우당과 낙서재 인근에서 명상하는 회원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의 명상여행. (시계방향으로) 글씐바위에서 명상, 윤선도의 자취가 남아있는 곡우당, 곡우당 전경, 곡우당과 낙서재 인근에서 명상하는 회원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숙소가 있는 예송리 해수욕장의 해변은 백사장 대신 검은 조약돌이 깔려있어, 조약돌과 파도가 만들어낸 자연의 음악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조약돌밭 뒤편에는 강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후박나무와 소나무 등 상록수 방풍림이 해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다만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어마어마한 스티로폼과 쓰레기 더미가 해안가로 밀려와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해수욕장을 뒤덮고 있었다. 회원들은 “안타깝다. 지구환경 문제를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제주에 이어 국내 명상여행지로 개발된 보길도는 조선시대 문인이자 학자인 고산 윤선도가 여생을 보낸 곳으로 유명하다. 윤선도가 병자호란으로 인하여 제주도로 향하던 중 이곳의 절경에 매료되어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강학하고 독서하던 선비의 생활공간, 곡수당과 낙서재를 둘러 본 회원들은 동천석실 앞에 서서 연꽃모양으로 눈 앞에 펼쳐진 마을을 보며, 가슴이 탁 트인다고 했다.

(시계방향으로) 명상여행 첫날 저녁,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팔씨름대회로 체력점검을 하는 모습,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예송리 해수욕장에 밀려든 스티로폼 더미, 400년 된 황칠나무가 있는 보길도 정자리에 선 회원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시계방향으로) 명상여행 첫날 저녁, 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팔씨름대회로 체력점검을 하는 모습,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예송리 해수욕장에 밀려든 스티로폼 더미, 400년 된 황칠나무가 있는 보길도 정자리에 선 회원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광주전남지부]

세연정에 올라 주변 연못을 구경하며 잠시 쉬었다. 시상이 저절로 떠오를 것만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건물마다 의미가 있고 세심하게 배치한 윤선도의 예술가적 기질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누구도 깊이 눈여겨보지 않던 보길도가 고산 윤선도에 의해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고 후세에도 좋은 문화유산으로 남게 되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며 “고귀한 가치를 창조하는 지구시민이 되자.”고 결의를 밝혔다.

마지막 일정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황칠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황칠나무를 찾아갔다. 400년 된 이 나무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 제479호로 지정되었으며, 보길도 정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황칠나무의 수액은 고급 칠의 재료로 뛰어나고 귀해 전통 도료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첫 보길도 명상여행을 다녀온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은 “보길도 황칠나무의 힐링 에너지를 충분하게 받았다. 이번 여행은 나 자신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