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기대수명은 늘어난 반면, 건강수명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므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시기가 2017년 말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17년이 넘는다. 또한 노인의료비 비중의 증가, 노인빈곤 등 여러 문제 속에서 노인의 심리적 건강 또한 점점 나빠지고 있어 관리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때 장(腸)건강이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서적 안정에 기여한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배꼽힐링 장 건강 운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이 전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회장 권기선)는 보건복지부 주관 노인복지 민간단체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백세시대! 배꼽힐링 장 건강 운동 보급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올해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경로당, 복지관, 노인대학 25곳에서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 14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면 하발경로당에서 열린 '백세시대! 배꼽힐링 장 건강 교실'에서 수련하는 어르신들.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14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면 하발경로당에서 열린 '백세시대! 배꼽힐링 장 건강 교실'에서 수련하는 어르신들. [사진=김경아 기자]

전국 수련장 중 한여름의 폭염이 한풀 꺾여 산들바람이 부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면 하발경로당을 찾았다. 평균연령 80~90대인 어르신들이 활기찬 목소리와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매주 화요일 하발경로당 수련지도를 맡은 박진아(48) 국학기공 강사의 우렁찬 구령소리와 어울려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절로 커졌다. 아랫배를 북처럼 두드리는 단전치기를 마친 어르신들은 장생기공 수련에 앞서 온 몸의 관절과 뭉친 근육을 푸는 기공체조를 따라했다. 다리가 불편하면 손으로 잡고서라도 따라하려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한 동작 한 동작 정성스럽다.

이어 흥겨운 장구소리에 맞춰 배꼽과 배꼽주변의 주요 혈자리를 눌러주는 배꼽힐링 운동을 시작했다. 박 강사는 “어머니~, 평소에 저 없을 때도 배꼽힐링 하시죠?”라고 묻자 다들 “그럼, 그럼”이라고 답했다.

눈을 감고 내 몸 속 심장, 위장, 간 등 장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집중하는 어르신들과 발끝치기 수련을 돕는 박진아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눈을 감고 내 몸 속 심장, 위장, 간 등 장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집중하는 어르신들과 발끝치기 수련을 돕는 박진아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박진아 강사는 “(배꼽에서) 12시 방향 쪽은 심장과 밀접하합니다. 1시 반 방향은 위장, 위장이 튼튼해집니다. 눈을 감고 머릿속에 내 위장이 건강해지는 상상을 해보세요.”라고 하자 모두 각자의 속도에 맞춰 신나게 눌렀다. 어르신들은 배꼽을 누르며 고개는 좌우로 살랑 살랑 흔드는 뇌파진동 건강법을 함께하며 몸의 변화에 집중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어르신들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점점 강사의 표정과 어르신들의 표정이 닮아갔다.

또한 아리랑 노래에 맞춰 좌뇌와 우뇌를 활성화하는 체조를 진행했다. 단계별로 복잡하고 정교해지는 동작을 하면서 노래도 하려니 마음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이들이 나왔다. 박 강사는 “잘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잘 안 되는 동작을 하려고 하면 뇌가 열심히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너무 익숙하면 뇌가 더 열심히 활동하지 않아요.”라고 격려했다.

서서하고 앉아서 하는 동작에 이어 시원한 경로당 마루에 누운 어르신들은 배를 내밀고 당기는 장운동을 하며 어느새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박 강사는 발끝치기 동작을 잘못하는 어르신들의 발목을 잡고 요령을 알려주었는데 강사와 어르신들의 호흡이 잘 맞았다. 한 동작 한 동작 열심히 하던 어르신들은 “어구~ 되라”하면서도 연신 “와 하하하~!” 웃음꽃이 피었다.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 연 '백세건강! 배꼽힐링 장 건강 교실' 참석한 어르신들. (왼쪽부터) 김숙자 어르신, 김영원 어르신, 박외출 어르신. [사진=김경아 기자]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 연 '백세건강! 배꼽힐링 장 건강 교실' 참석한 어르신들. (왼쪽부터) 김숙자 어르신, 김영원 어르신, 박외출 어르신. [사진=김경아 기자]

김숙자(85) 어르신은 “근처 남부복지관에서 10년 넘게 수련하고 경로당에서도 수련을 한다. 수련하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며 여전히 꼿꼿한 허리를 자랑했다. 그는 “배꼽힐링은 이곳 경로당에서 처음 배웠다. 처음에는 배꼽을 누르는 게 걱정이었는데 할수록 좋은 걸 알겠다. 나이가 들면 장이 굳고 안 좋은데 이걸 하고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김영원(88) 어르신은 “건강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마음 편안하게 먹는 것이다. 작년부터 강사님하고 수련하면서 그렇게 편안할 수 없다.”고 했다.

구순의 나이에도 밭을 일군다는 박외출(91) 어르신은 “여기서 장생기공하고 배꼽힐링을 하고나면 몸이 개운하고 기분도 좋다. 배꼽힐링을 하면서 변비도 없어지고 소화도 잘 된다. 배도 따뜻해졌고 다리도 가벼워져서 잘 걷는다. 화요일에 하고나면 일주일 아주 건강하게 지낸다.”며 “세월을 잘 만나가지고 이래 건강하고 잘 산다. 우리들에게는 나라에서 뭐하나 더 주는 것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훨씬 낫다.”고 의견을 밝혔다.

수련지도를 맡은 박진아(48) 강사는 하발 경로당 외에도 지역아동센터, 육아지원센터 등에서 국학기공을 전한다. 그는 “울주보건소에서 매년 추천하는 4개 경로당 수련은 지난달에 마쳤다. 하발경로당 어르신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배꼽힐링을 체험하고 매 시간 하는데 작년보다 올해 출석률이 높아졌고 배꼽힐링을 꼭 하자고 먼저 말씀하신다. 소화 잘되는 건 물론 관절이 아프거나 다리가 당기는 것도 부드러워졌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하발경로당에서 장생기공과 배꼽힐링 건강법을 지도하는 박진아 국학기공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하발경로당에서 장생기공과 배꼽힐링 건강법을 지도하는 박진아 국학기공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박 강사는 “수련한 어르신들의 얼굴이 밝고 적극적이고 활기가 넘친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셔서 이런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마음이 든다.”며 어르신들을 보면 친정어머니같다고 마음을 전했다. “어르신들이 이번 한 주도 나로 인해 많이 웃고 긍정적으로 살며 행복했으면 한다. 다음 주 다시 만났을 때 환한 웃음으로 뵙고 결석 안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매주 화요일에는 다른 데 볼 일이 있어도 서둘러 여기 온다고 하는 어머님들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국학기공은 건강과 홍익정신을 실천하고자 취지로 탄생한 생활체육이다. 어르신들에게 120세까지 살아야 하는 목적,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여주며 공감해주신다. 내 몸이 안 좋으면 나에게만 몰입되어 있지만 수련을 하고 나면 마음이 활짝 열려 이웃과 지구환경을 생각한다.”고 했다. 박진아 강사는 “앞으로 국학기공 강사활동은 물론 브레인트레이너여서 학교 청소년에게 건강한 정체성을 깨워주는 뇌교육 인성교육도 활발하게 해나갈 계획”이라며 “울산지역에 인성이 바로 설 수 있고 나와 더불어 남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강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배꼽힐링 장 건강운동은 배꼽과 배꼽주변 복부를 자극하여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여 의욕호르몬 도파민,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하고 면역계와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돕는 신개념 운동이다. 장 속 미생물 환경은 감정을 관리하는 대뇌변연계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장이 튼튼한 사람일수록 정서가 안정되고 감정조절에 능숙하며, 대인관계도 원활하다고 한다.

대한국학기공협회 한범석 사무국장은 “이 사업은 생활기공운동의 주요 아이템인 ‘장생기공’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배꼽힐링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건강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