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로 일반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힘들었던 아이는 1년간의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웃음을 찾았다. 아이의 1년 프로젝트는 사진이었다. 사진 찍는 재능을 찾은 아이는 학교 행사나 친구들의 활동을 사진으로 찍고 사진 전시를 하며 세상과 소통하였다. 자신이 찍은 사진 앞에서 아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어눌하지만, 환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김나옥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
김나옥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

어릴 적 자살한 친지를 본 아이는 몸이 몹시 허약해지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지니게 되었다.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자유학년 1년을 먼저 약한 체력을 극복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아이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철인삼종경기에 도전했다. 아이의 도전에 많은 멘토가 응원하고 지원했다. 준비를 마친 아이는 철인삼종경기 대회에 도전했다. 최연소였다. 대회 도중 수영을 하던 아이는 물을 먹고 페이스를 놓쳤다. 안전요원들은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하라고 했다. 아이는 조금만 더요, 조금만 더요, 하며 수영을 마치고 마침내 철인삼종경기 완주에 성공했다. 철인삼종경기 후 자신감이 넘치고 건강해진 아이는 원하는 일에 거침없이 도전했다. 국토종주, 백두대간 등반을 해내고, 화훼장식기능사 자격 과정을 마쳤다. 이제는 후배들이 원하는 것에 도전하는 데 멘토가 되고 리더로 이끌어주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교사는 가장 안정된 직업으로 아이에게 좋아 보였고 부모도 원했다. 그에 맞추어 얌전하게 공부만 했던 아이는, 자유로운 1년을 보내며 자신이 만나고 싶었던 그림 작가 멘토를 만나 진로 멘토링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자신 안에 화가의 꿈과 끼를 발견하였다. 아이는 치열하게 도전하고 몰입하여 고등학생 화가로 데뷔하며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이제 그는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화가라는 꿈을 꾸며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교실과 학과 공부에서 벗어나서 자유학년 1년을 맞아 자유롭게 자신만의 프로젝트 활동을 한 학생들이 들려주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는 생생한 스토리는 많은 감동을 준다. 아이들의 성장스토리는 한번 시작하면 계속 이어지고 진화·발전한다. 아이들은 성장스토리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점점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넘친다.

어른이든 아이든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가? 그 스토리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여기에 답할 수 있다면 꿈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온 몸으로 살아낸 체험, 도전과 실패, 땀과 눈물, 자신만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만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자신만의 꿈을 가진 미래인재를 기르고자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교실 안에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성장스토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매주 하나의 시간표로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으로부터 똑같은 수업을 받는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다 다르지만 삶의 스토리는 비슷하다. 이렇게 교실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신감과 용기가 있을까?

‘노자 인문학’의 저자 최진석 교수는 “우리가 배우는 목적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며 삶은 자기표현의 과정이어야 하는데 지식을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이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배움이라면 끊어버리고 자신을 표현하려고 용트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으로 당당한 자기 자신이 되는 치열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와 닿는다. 성적과 입시를 위한 교육은 시험 점수 이외의 모든 것―자존감, 좋은 관계, 인성과 창의성 등―을 다 망쳐버린다고 하는 전문가의 솔직한 이야기도 있다. 최근에 불거지는 학교 안 시험문제 유출 사건을 전하는 뉴스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로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시간,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멘토, 우리 아이들에게 이 세 가지를 만들어주자. 그게 이 시대 어른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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