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고야! 정말 최고야!” 어르신들이 아랫배를 두드리는 소리와 힘찬 구령이 수련장을 넘어 아파트 단지 놀이터까지 퍼졌다.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시립신목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4시에 열리는 ‘서울특별시 국학기공 120세 교실’을 찾았다.

서울시가 지원하고 서울특별시국학기공협회(회장 김창환)가 주관하는 120세 교실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노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건강법과 건강철학을 전한다. 이날 6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어르신들이 수련에 참여했다.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시립신목종합사회복지센터에서 국학기공120세 교실 수업을 진행하는 허소영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시립신목종합사회복지관에서 국학기공120세 교실 수업을 진행하는 허소영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둥글게 서서 단전치기를 하는 어르신 한분 한분과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허소영(41) 강사는 자그마한 체구에도 우렁찬 구령으로 활기를 북돋우었다. ‘내가 최고야’라고 신나는 구호를 하며 어르신들이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이렇게 두드리면 뱃살이 다 들어가겠네.”라는 할머니의 반응에 허 강사는 “그럼요. 제 배가 하나도 없잖아요.”라고 내밀어 보이니 “와~ 하하하.” 수련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허 강사는 “국학기공은 동작의 정확성보다 내 몸의 느낌에 집중하는 게 중요합니다.”라며 무리 없이 스스로 몸 상태를 관리하며 따라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어르신들은 목과 어깨, 허리, 고관절, 무릎 등 관절 하나하나를 푸는 동작을 호흡과 함께 따라했다. 오늘 배우는 체조는 어르신들을 위한 장생기공이라고 설명했다.

국학기공 120세 교실에서 장생기공을 하며 호흡을 고르는 회원들.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120세 교실에서 장생기공을 하며 호흡을 고르는 회원들. [사진=김경아 기자]

상체는 부드럽고 가벼운 움직임으로, 하체는 묵직하고 탄탄하게 기마자세 등으로 단련하는 모습이 진지하고 기품이 느껴졌다. 날개를 펴듯 가슴을 활짝 열며 온몸으로 무한대를 그리는 쌍접시 돌리기 체조에 이어 고관절을 지그시 누르며 몸을 앞으로 쭉 뻗는 고관절 체조를 하는 어르신들이 통증점과 순환하는 에너지에 집중하며 몸을 단련해 나갔다. 빠르고 격렬한 동작이 아닌데도 어르신들 이마에 땀이 맺히고 호흡은 더욱 깊어졌다. 어르신들은 더위로 인한 땀이 아니라서 개운한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련을 마친 정금순(78) 회원은 “120살까지 살려면 기공체조를 해야 한다. 평소 댄스와 여러 운동을 하는데 관절에 무리가 될 때가 있다. 국학기공은 그런 게 없다.”며 “우리 강사님이 몸집은 작아도 목소리가 우렁차다. 절로 힘이 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장연순(65) 회원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렵지 않고 우리 나이에 딱 맞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몸도 가벼워졌고,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 웃고 즐기는 게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소영 강사의 지도에 따라 장생기공을 따라하는 회원들은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상체는 가볍게 하체는 탄탄하게 단련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허소영 강사의 지도에 따라 장생기공을 따라하는 회원들은 자신의 몸에 집중하며 상체는 가볍게 하체는 탄탄하게 단련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120세 교실 졸업하라고 하지 말고 오래 오래 계속 했으면 한다”

나정자(70) 회원은 “여기는 매일 매일 젊어지는 곳이다. 나도 수련을 하면서 120살까지 살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 건강관리를 잘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살며,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시간이 중요한데 여기서 더 젊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나 회원은 “우리 강사님이 리더십도 좋고 힘이 넘쳐서 날라 다닌다. 강사님 매력에 푹 빠졌다. 120세 교실이 20회 수업인데 자꾸 졸업하라고 하지 말고 오래 오래 국학기공 교실을 지속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털어놓았다. 이날이 7회 차 수업이었는데 벌써부터 여러 어르신들은 이 교실이 끝날까 걱정이라고 한다.

국학기공 120세 교실을 하며 건강해진 변화와 꿈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회원들. (왼쪽부터) 정금순(78)회원, 장연순(65)회원, 나정자(70)회원, 같은 이름을 가진 정금순(68) 회원.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120세 교실을 하며 건강해진 변화와 꿈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회원들. (왼쪽부터) 정금순(78)회원, 장연순(65)회원, 나정자(70)회원, 같은 이름을 가진 정금순(68) 회원. [사진=김경아 기자]

같은 이름인 정금순(68) 회원은 “평소 장이 안 좋고 예민했는데 여기 다니며 나도 모르게 없어졌다. 지난주에 휴가로 한주 쉬었더니 다시 예전증상이 나타나려 하더라. 쉬면 안 되겠다. 요즘에는 공원에서 강사님에게 배운 체조를 친구와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강사님이 그냥 오래 사는 장수와 뇌를 잘 활용하며 꿈과 목표를 갖고 삶을 사는 장생이 다르다고 했다. 나도 장생을 하기 위해 노력할 거고, 강사님처럼 날씬해지는 게 지금 목표”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120세 교실 수련을 지도한 허소영 강사는 재작년 국학기공수련을 시작해 지난해부터 강사활동을 했다. 허 강사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과 어르신을 지도하는 게 조금 다른데, 어르신들은 건강이라는 공통관심사가 있다 보니 좀 더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가 강하시다.”며 “처음에는 스트레칭만 해도 어깨와 허리가 굳어 힘들어 하셨는데 지금은 다들 잘 하고 얼굴이 환해지셨다. 허리가 90도 가까이 굽은 분도 계셔서 그분이 과연 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볼 때마다 젊어지신다.”며 보람을 표현했다.

시립신목종합사회복지센터에서 국학기공120세 교실을 지도하는 허소영 강사(오른쪽)와 강아름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시립신목종합사회복지관에서 국학기공120세 교실을 지도하는 허소영 강사(오른쪽)와 강아름 강사. [사진=김경아 기자]

현재 양천구국학기공협회 사무장을 맡은 그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탈북이주민 자녀들에게 국학기공을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대하니 금방 다가와서 가까워졌다. 국학기공을 하다보면 등도 두드려주고, 장(腸)활공이라고 배를 쓸어주고 호흡을 체크하는 등 스킨십이 많은 편인데, 먼저 다가와 배를 쓸어달라고 한다.”고 했다.

보조강사인 강아름(32) 강사는 평소 성인들을 위해 명상과 건강 체조를 지도하는 직장을 다니며, 틈을 내어 허소영 강사를 돕고 있다. 그는 “저도 허 강사님과 아이들도 지도했다. 안타까운 게 아이들이 하체가 튼튼하지 못하고 체력이 많이 약했다. 그것을 보완해서 집중하게 하는데 노력을 많이 한다.”며 “어르신들은 집중도 잘하고 만족도도 높아 수련에 관해 말씀 드리는 것을 그대로 흡수하시는 것 같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건강하게 하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