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가 가장 의존하는 감각은 시각이다. 이 시각을 차단하고 기호와 색깔을 보는 아이들. 2000년대 초반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인류가 뇌 속에 본래 가지고 있던 고등감각인지능력(Heightened Sensory Perception)을 계발하면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이 감각이 열린 아이들은 자기 뇌를 스스로 관리하고 개발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현재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전국 수백 명 청소년이 ‘브레인윈도우’라는 종목에 도전한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정명숙 씨.청소년 브레인트레이닝 분야에서 올해로 18년 차를 맞았다. [사진=본인 제공]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정명숙 씨.청소년 브레인트레이닝 분야에서 올해로 18년 차를 맞았다. [사진=본인 제공]

 

아동 청소년 고등감각 인지능력 훈련을 맡고 있는 정명숙(53) 원장. 국내에서 고등감각인지능력을 계발한 HSPer 청소년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이다.

청소년들을 많이 만날 텐데 그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자주 하는지요.

- 브레인트레이닝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네 뇌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입니다. 그럼 아이들은 인정할까요? 아닙니다. 그냥 어른들이 하는 위로라고 생각해요. 살아오면서 수없이 비교당하고, 시험을 보고 서열을 매기며 자기 뇌가 평범하거나 못하다고 평가받던 아이들인데 쉽게 믿나요? 그리고 그런 말을 들어도 자신의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가 없다는 걸 아이들이 더 잘 알죠.

그래서 첫 만남 때 뇌파검사를 해요. 아무리 스스로 별로라고 하던 아이들도 반드시 어느 하나는 칭찬할 만한 점이 나타나거든요. 언어뇌가 좋던지, 집중력이 좋던지 꼭 있죠. 스스로 문제를 풀어서 뇌과학적으로 나타난 데이터를 보면서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그제야 주목을 합니다.

청소년 두뇌계발 분야에서 18년 차를 맞았는데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

-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굉장히 산만하다고 담임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지인 소개로 어린이 뇌교육을 6개월간 시켰죠. 그런데 2학년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너무 집중을 잘해서 본인이 딴 짓을 못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아들이 차분하고 어른스러워졌어요. 그때 뇌교육 어머니 교실을 통해 뇌교육 명상을 처음 접하고 반했어요.

결혼 전 은행에 다닐 때 산악부, 독서, 서예반 등에서 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명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뇌교육 명상을 해보니 다른 명상에서 접하지 못한 감동이 있더군요. 권유를 받아 뇌교육 선생님 7박 8일 연수를 받았는데 교육에 관한 철학과 노하우도 배웠지만 무엇보다 경험한 명상의 최고봉을 매일 체험했어요. 그래서 2001년부터 청소년 뇌교육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명상을 해봤으니 명상을 가르치는 일이라면 할 수 있겠다고 용기를 냈죠.

고등감각인지능력을 훈련한 청소년들이 시각을 차단한 채 색깔과 기호 등을 인지하는 국제 브레인HSP올림피아드 '브레인윈도우' 경기 모습.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고등감각인지능력을 훈련한 청소년들이 시각을 차단한 채 색깔과 기호 등을 인지하는 국제 브레인HSP올림피아드 '브레인윈도우' 경기 모습.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본인은 어떤 청소년기를 보냈고, 돌아봤을 때 브레인트레이너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 청소년기의 나에게 ‘네가 얼마나 멋진지 잊지 말라’고 해주고 싶네요. ‘모범생, 착하다’는 소리에 칭찬을 받기 위해 더 노력하며 힘들어도 참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위경련 등 건강 문제가 있었죠. 뇌교육 명상을 하고 난 이후 나이가 많아졌어도 훨씬 건강하다는 걸 느껴요. 지금 제 나이가 갱년기인데 바빠서 갱년기 장애를 느낄 겨를이 없네요.

고등감각인지능력(HSP)는 어떻게 계발하는 것인지.

- HSP는 뇌를 통합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계발함으로써 몰입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몰입된 상태를 유지시키는 힘은 가슴에 큰 비전을 품었을 때입니다. HSPer 아이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어떤 일에 노력하는 것이 나 뿐 아니라 민족과 인류를 위한 일이고, 자신이 지구경영자라는 큰 신념을 갖고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사춘기의 혼란도 덜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멋있고 리더십이 뛰어납니다. 미국 인구의 2%인 유태인이 정치, 경제, 언론계를 좌우하도록 성공한 요인을 자신은 민족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 때문이라도 분석하기도 합니다.

고등감각인지능력을 계발하는데 물구나무서서 걷는 단계까지 체력단련은 왜 하는지

-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법칙을 자기 몸에서 먼저 체험하는 거죠. 자기 자신을 바꾼 체험만큼 뇌에 강력하게 새겨지는 데이터는 없어요. 처음 푸시 업부터 12단계로 자기 몸을 개발해서 최종적으로 물구나무서서 걷기까지 하는데,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한계를 넘고, 근육이 생기고 유연해지며, 체력도 좋아져 몸을 자유자재로 쓰게 되죠. 감정대로 해서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요. 몸과 연결된 뇌의 각 부위도 발달하는데 ‘운동 뇌’라고 하죠. 자기 생각대로 자신의 몸을 완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세도나에서 열린 HSP캠프. 자연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명상을 하는 청소년들. [사진=본인제공]
미국 애리조나주 세도나에서 열린 HSP캠프. 자연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명상을 하는 청소년들. [사진=본인제공]

얼마 후 HSPer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미국 세도나 캠프의 트레이너로 출국한다고.

- 8월에 갑니다. 세도나캠프는 매년 개최하는데 미국 애리조나 주 세도나는 세계에서 유명한 에너지 소용돌이인 볼텍스 지역이죠. 그 곳에서 명상을 하면 집중력이 매우 높아진다고 하는 인디언 성지입니다. 그곳에서 참가자들은 브레인체인지테스트 4단계를 거쳐 자신의 뇌에 새겨진 ‘한계’라는 장벽을 넘습니다. 뇌교육의 핵심인 B.O.S(Brain Operating System) 법칙 중 하나가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캠프 과정에서 자신 안에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는 정말 멋진 자신이 있다는 걸 발견하죠. 그리고 변화는 지금 선택하면 바로 일어난다는 것도 체험합니다. 청소년기에 자기 자신을 바꾼 경험은 삶에서 어떤 위대한 조언이나 교육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청소년 브레인트레이닝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경우는?

-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일진’이라고 불리던 중학교 1학년 아이가 담임선생님 권유로 찾아왔어요. 선생님에게도 욕을 하고 길가다가도 싸웠다고 해요. 알고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덩치 큰 아이들에게 심하게 맞고 안 맞기 위해서 때리는 법을 배웠다더군요. 학교폭력에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죠. 5,6학년 때 반에서 ‘짱’이 되었고 중학교 가서는 비슷한 아이들과 무리를 이루고요. 당연히 공부는 못했고.

처음 상담 왔을 때는 브레인트레이닝 수업을 하지 않았어요. 눕혀놓고 등을 풀어주고 장腸을 풀어주며 힐링부터 했어요. 본인이 해보겠다는 의지를 냈을 때 뇌 체조와 명상을 하면서 뇌 감각을 깨워주고 뇌파를 안정적으로 낮춘 상태에서 집중하는 훈련을 했죠. 그리고 아이비리그 캠프에 참가해 유엔에 갔을 때,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이 생기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일진에서는 빠져나왔죠. 얼마 전에 전교 2등을 했다고 하더군요.

청소년 브레인트레이닝을 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는지

- 청소년은 정서뇌가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오면 먼저 짜증나고 힘든 일을 다 쏟아내게 합니다. 그러고 나면 뭘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 찾아냅니다. 저는 그 아이들 가슴에 꿈을 키울 비전을 세울 수 있게 돕습니다.

얼마 전 한 아이가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돈을 잘 벌고 남들이 부러워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어렵고 힘든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거나 아프리카에서 진료 한번 못 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생각해 보았냐고 물었죠. "없다"고 하더군요. “자신만을 위한 꿈을 가진 아이는 힘들면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꿈을 가진 아이는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니 눈물을 글썽이며 공감하더군요. 아이들이 어리다고 하지만 너무나 잘 이해합니다.

고등감각인지능력(HSP)를 훈련하는 청소년들은 푸시업부터 12단계에 걸쳐 물구나무 서서 걷기까지 훈련을 한다.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고등감각인지능력(HSP)를 훈련하는 청소년들은 푸시업부터 12단계에 걸쳐 물구나무 서서 걷기까지 훈련을 한다.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아이들의 부모에게 특별한 각서를 받는다고.

- 예.(웃음) 하루 세 번 이상 아이에게 진심으로 칭찬해줄 수 있다고 약속하면 아이의 브레인 트레이닝을 합니다. 부모교실을 통해 만난 학부모 중 아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 아이의 변화속도가 굉장히 차이 납니다. 아이는 믿는 만큼 크죠.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과 생각에 그대로 반응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칭찬할 거리가 있어야지 할 텐데 없어요.”라는 분도 계세요. 그럼 ‘칭찬'을 자신만의 기호로 표시해서 냉장고, 씽크대에 붙여놓고 눈에 띌 때마다 ‘무슨 칭찬을 하지’ 고민해달라고 합니다. 부모님들은 석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부모교실을 할 때 칭찬한 인증 샷을 보여주시죠. 실제로는 거의 매달 만납니다.

평소 가지고 있는 교육신념은 무엇인지. 그리고 장래 꿈은 무엇인지.

우리나라 청소년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 되어도 좋다’는 저와의 약속을 매일 새깁니다. 10%의 아이들이 자기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인다면 10년 뒤에는 대한민국이 바뀌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좀 더 먼 미래에는 문턱이 낮은 청소년 코칭센터를 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쉼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통해 성장과 변화를 봤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하고 널리 확산하는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