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가운데 여름휴가지로 국내 여행지가 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여름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8명꼴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8 하계휴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1,105명 중 82.6%가 여름휴가 기간 동안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휴가 목적지는 강원도(32.1%), 경남(12.7%), 경북(10.4%), 전라남도(9.9%) 순이었다.

올 여름휴가에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 있다면 힐링명상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힐링명상여행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휴양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나무와 물과 바람, 별과 달을 느껴보라. 그로부터 사랑과 위안을 받을 것이다.

보길도 예송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보길도 예송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그런 힐링명상 여행지가 전남 완도 보길도이다. 이곳은 나무와 물과 바람, 별과 달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동서 12km 남북 8km로 15개의 부속도서를 거느린 보길도는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상록수림과 눈앞에서 장엄하게 펼쳐지는 바다 풍광은 보길도만의 특별함이 있다. 우선 해수욕장이 세 곳이나 있다. 예송리해수욕장, 통리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 예송리해수욕장은 해변이 아름답다. 해수욕장 앞으로 예작도, 기도, 갈마섬, 닭섬, 추자, 멀리 제주도까지 섬들이 펼쳐진다. 예송리는 보길도 동남쪽의 바닷가 마을이다. 활처럼 휘어진 모양의 해변 1.4km에는 검은 조약돌이 깔려 있다. 여름밤에는 갯돌이 들려주는 노래가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이 바닷가를 따라 상록수림이 조성되어 있다. 300여 년 전 마을 사람들이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 심었다고 하는데, 이 숲은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쉼터를 제공한다. 이곳 상록수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40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예송리해수욕장 해변을 걷거나 상록수림에 앉아 하늘과 바다를 만나 물과 바람과 햇빛을 느끼며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배를 타고 건너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하늘의 기운과 수기(水氣)에 의해 몸과 마음이 씻어지고 예송리해수욕장에 앉아있으면 완전히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예송리전망대까지 걸어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세상 근심이 사라진다. 삶에 찌든 얼굴이 환해지는 곳이 이곳이다.

완도 보길도 예송리해수욕장. [사진=완도군]
완도 보길도 예송리해수욕장. [사진=완도군]

중리해수욕장은 역시 방풍림인 송림이 아름다운 곳이다. 수백년 된 소나무 300여 그루가 해수욕장을 감싸 안았다. 이곳은 모래가 곱다. 통리해수욕장은 젊은이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보길도 정자리에는 천연기념물 479호 나무가 있다. 바로 정자리 황칠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황칠나무로 알려졌다. 완도군은 보길도에는 요즘 황실나무를 많이 심어 지역 특산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뿌리 쪽에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황칠나무의 국제학명은 덴드로 파낙스(Dendro Panax, 나무 인삼)로 이는 라틴어로 ‘만병통치약’을 의미한다. 상록수림과 황칠나무의 기운을 느끼며 나무와 무언의 대화를 하면 힐링이 된다.

보길도 예송리 트레킹 코스.  나무와 물과 바람과 햇빛을 느끼며 심신을 힐링하는 코스이다.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보길도 예송리 트레킹 코스. 나무와 물과 바람과 햇빛을 느끼며 심신을 힐링하는 코스이다.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망끝 전망대는 탁 트인 시원한 바다와 함께 서해바다로 지는 붉은 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닷속으로 서서히 몸을 감추는 붉은 해가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에 사람들은 감동을 하고 삿된 생각과 감정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전망대에 서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천길 단애가 펼쳐진다니 망끝 전망대를 올라 보면 신선이 된 듯 하리라.

등산을 좋아하는 이는 적자봉을 찾는다. 해발 433미터의 적자봉은 본래는 격자봉(格紫峯)이었다. 적자봉이라는 이름은 산 자체가 상록활엽수로 이루어져 해가 비치면 나뭇잎이 햇볕을 반사해 산이 붉은색을 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적자봉은 천천히 걸어가며 명상을 할만한 곳이다.

적자봉 앞으로 윤선도 원림(園林)이 있다. 정원이라는 말은 일본말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원림(園林)이라 하였다. 윤선도는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집하여 강화도로 가던 중 인조가 항복했다는 말을 듣고 제주도로 방향을 틀어 항해하던 중 보길도의 절경에 반해 정착하였다고 한다. 적자봉 아래 터를 잡아 부용동이라 하고 이곳에 그가 꿈꾸던 공간을 만들었다. 자연 속에서 독서하고 소요하고 강학하면서 은둔하고자 하는 공간이었다.

윤선도는 이곳에서 자연과 합일이 되었으니 오우가(五友歌)로 짐작할 수 있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떠오르니 그 모습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외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과 벗이 된 고산 윤선도. 보길도 여행에서 이 다섯 벗을 얻으면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보길도 안으로 깊숙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