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무심천, 율량천, 가경천, 충주의 충주천 등 생활터전근처에 흐르는 하천을 정화하는 ‘내 고장 하천 살리기’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그 살림을 맡은 사람은 포근한 인상과 생기 넘치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정명(56) 사무국장이다.

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정명 사무국장. [사진=김경아 기자]
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정명 사무국장. [사진=김경아 기자]

최근 지구시민운동에 동참할 지구사랑 사업장과 지구사랑 가정 확산을 추진하는 정명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지구시민운동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요?

- 저보다 제 동생이 선배입니다. 동생이 명상수련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시민운동을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그다지 호응하지 않았어요. 필요한 일이지만 직장과 가정생활만도 바쁜데 무슨 NGO활동인가 했죠. 동생과 자주 통화를 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부터 힘든 일에 대한 조언을 동생이 하고 저는 귀 기울이는 입장으로 바뀌었어요. 동생이 지혜롭고 어른스럽게 변화한 모습 때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 처음 명상수련을 하면서 제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어요. 그동안 사회생활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잘 보니 감정을 꾹꾹 눌러 참아왔을 뿐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던 게 아니더군요. 나 자신을 명쾌하게 바라보는 힘이 생겼죠. 그러다 2016년 초에 지구시민학교가 건립 중인 뉴질랜드 얼스빌리지로 명상여행을 갔습니다. 거기서 “나도 지구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마침 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회장님이 제안을 하셨어요. 제가 초짜여서 배워가며 일하다가 사무국장까지 맡게 되었죠.

지구시민운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경험은 무엇인지

- 작년에 지구시민운동 사업장을 확산하기 위해 한 어린이집을 찾았어요. 마침 원장님도 아이들에게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분이었죠. 그곳에서 아이들과 친환경 미생물 EM으로 흙공을 만들었는데, 원장님이 그 흙공을 청주 무심천에 던지는 행사 때 학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셨어요.

그날 지구시민교육을 받고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고 울먹이며 소감을 발표하셨죠. 어머니들 가슴에는 순수하게 아이와 지구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죠. 참가자 모두 감명을 받아 그 자리에서 지구시민 정기후원에 가입해서 지금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청주시내 중고등학생들과 EM흙공을 만들어 청주 율량천에 던지는 행사를 했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2017년 7월 청주시내 중고등학생들과 EM흙공을 만들어 청주 율량천에 던지는 행사를 했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올해 지구시민운동의 인적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 적극적으로 활동범위와 무대를 넓혀야겠다는 결심으로 올해는 주민자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자치단체에서 환경 분야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충북지부 지구시민페스티벌을 개최해 현장에서 EM흙공 만들기를 했습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 선거 후보 한 분이 깊은 호감을 보였어요. 선거운동 때문인가 했는데,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니 진심으로 관심을 보였고 이번에 당선되셨더군요. 매 순간 만나는 분들을 지나치지 않고 인연을 맺고 지구시민운동의 동지가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지구시민운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요.

- EM 흙공과 EM세제 만들기를 하려면 운반해야 할 재료들이 정말 많고 무겁죠. 자주 싣고 다니다 보니 차 안이 깨끗할 때가 없어요.(웃음) 무엇보다 사무실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이다 보니 오르내리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더군요. 그때마다 힘 좋은 강사님들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부탁하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번거롭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차피 내가 할 일’이라고 마음을 먹고 난 후에는 버겁지 않고, 함께 해주는 분이 마냥 고맙기만 합니다.

또 초창기에 친환경 강사교육을 해서 강사를 양성하느라 모집공고를 낼 때였어요. 저는 공고만 내면 많이 오겠지 하는데 공짜는 없었죠. 발품을 팔고 지인께 연락해서 알려서 교육생을 모집했죠. 지금까지 3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강사가 8~9명씩 나와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지구시민운동을 함께할 동반자를 만든다고.

- 예. 좋은 일은 함께 해야죠. 저는 대리점을 20년 동안 운영했는데, 직원들에게도 지구시민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하천 살리기나 독거어르신 봉사활동 등에 참여를 권합니다. 그동안 동반자가 된 직원들도 여럿입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고마운 분이 있다면.

- 언제든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함께 하는 강사들 모두 고맙습니다. 특히 청주 율량지회 최순정 팀장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구시민운동 지역네트워크를 위해 지구사랑사업장 확장이 필요한데, ‘우리 하자!’라고 불붙이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럴 때 평소 말수가 없던 최 팀장님이 나서서 도전해보겠다며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실현하고 있습니다. 정말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내가 잠시 나태했구나.’하며 금방 정신을 차리고 힘을 얻습니다. 서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벗입니다.

올해 6월 청주시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봉사자들이 함께 청주 무심천에서 하천정화운동를 했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올해 6월 청주시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봉사자들이 함께 청주 무심천에서 하천정화운동를 했다. [사진=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지구시민운동을 하면서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 마음의 중심이 섰다는 거죠. 내가 왜 사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신념이 뚜렷해지니 마음이 단단해졌죠. 전에는 직장에서 실적에 매이다보니 유능한 직원의 기분에 맞춰주며 리더로서 해야 할 말도 삼키고 못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한 직원이 유능함을 무기로 일을 마음대로 조정하려하고 몇몇 사람과 단합해 위협을 하더군요. 중심을 잡고 이기심을 배제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니 상황이 바뀌더군요.

평소 지구시민운동을 하면서 어떤 사명감이 드는지.

- 지구시민운동 행사를 하면 봉사점수 때문에 오는 청소년들이 있죠. 하지만 지구시민교육을 받고나서 “지구를 위해 제가 실천을 해야겠어요.”라며 의식이 성큼 커진 걸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누구에게나 지구시민으로서 지구와 인류에 도움이 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잠재되어 있어요. 처음 어떤 목적으로 왔던 참여한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지구시민의식을 깨워 주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정명 사무국장은
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 정명 사무국장은 "우리 후손에게 정말 살만한 지구를 물려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김경아 기자]

올해 지구시민운동연합 충북지부가 목표한 것은 무엇인지

- 9월과 10월 중 강사양성교육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또 지구사랑 사업장과 지구사랑 가정 1,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력사업은 ‘내 고장 하천 살리기’인데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 어려운 독거어르신을 위한 사랑의 쌀 나눔 봉사도 활발하게 전개할 겁니다.

정명 사무국장께서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인지.

앞으로도 우리 충북도민에게 지구시민의식을 심어주는 일을 활발하게 해서 나와 이웃과 지구와 더불어 행복한 충북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홍익하는 지구시민이 사는 ‘살만한 지구’를 물려주겠다는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