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을 펼쳐라 네 꿈을 펼쳐라
꽃신 신고 오는 아지랑이 속에 내 님아 ~"

'네 꿈을 펼쳐라' 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 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꿈이 있는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어 왔음을 역사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곧 장마기간이 지나면 뜨거운 여름을 알리는 매미 울음소리가 우리가 사는 공간들을 채울 것이다. 매미는 여름 한 철, 정확히 말하면 2주를 보내기 위해서 7년을 기다린다. 7년 전 나뭇가지 속에 남겨진 알 속에서 태어나 스스로 땅에 떨어져 6년 동안 4번의 탈피를 마치고 7년째가 되는 어느 날, 긴 어둠을 뚫고 드디어 땅 밖 세상으로 나와 마지막으로 허물을 벗고 몸과 날개를 펼친다. 이것이 바로 매미의 일생이자 꿈이다. 매미는 2주 동안의 삶을 위해 7년을 준비한다. 한 번의 꿈, 즉 사랑을 위해 매미는 그렇게 모든 것을 건다. 매미의 꿈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어떤 꿈이 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 지 생각해 보게 된다.

민성욱 박사
민성욱 박사

올 여름 문턱인 지난 6월 말,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한국이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995년 1차로 불국사와 석굴암이 등재된 이래로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이 등재되었고, 이번에 13번째로 한국의 고대 사찰이 등재된 것이다.

그 외에도 세계기록유산으로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이 등재된 이래로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의궤, 승정원일기, 고려 팔만 대장경판 및 제경판, 동의보감, 일성록,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한국의 유교책판 등 12개의 기록유산이 있고, 인류무형유산으로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 제례악이 등재된 이래로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 영동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줄다리기, 최근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까지 모두 19개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라는 말에 손색이 없을 만큼 세계사적으로 길이 남을만한 문화유산들이 많다.

13번째로 등재된 한국의 산사는 천년의 역사를 고이 간직한 고대 사찰로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 등 모두 7개다. 이들 사찰은 오랫동안 한국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종합승원으로 현재까지 한국불교의 신앙적 기능, 수행자의 삶과 문화를 포함한 의례가 원형을 잘 전승, 보전하여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산사가 갖는 특징으로는 아늑하고 편안하며 그리고 고즈넉하면서도 종교 시설로서의 분위기를 갖고 있고, 무량수전 등 천년이 지난 오랜 목조 건축이 있으며, 소백산맥 전체가 사찰의 정원인 양 넓게 펼쳐지는 부석사처럼 산 전체가 사찰의 정원처럼 느껴지듯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다. 그게 한국의 산지 승원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이다. 산자락을 아주 슬기롭게 경영해가지고 돌계단 하나 올라가면 만세루가 있고 또 만세루 넘어서 들어가면 법당이 나오며, 또 옆으로 돌아가면 요사채의 승원들이 있다. 아주 사람의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그런 분위기로써 만들어진 것도 우리 산사가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그렇다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선 첫 번째는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 이후 3년 만에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문화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업체에서도 많은 자금을 들여 홍보를 하듯이 각 나라에서도 그 나라가 갖고 있는 관광자원을 홍보하여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사실 국가적으로 홍보를 하는 데 어떤 방송이나 매체를 통한 것보다도 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인해서 얻는 효과가 상당히 크다. 네 번째는 역사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천년의 고찰인 우리 사찰을 유네스코에서는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지라는 지형적 요인에서 비롯된 한국식 배치로 내·외부 공간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점, 한국 불교만이 갖는 통불교적 사상과 의식이 있고, 승려 및 산사에서의 생활과 산사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고 보았다. 이러한 특징들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일본의 교토는 '사찰의 도시'고 중국의 소주는 '정원의 도시' 그렇게 되듯이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는 '산사의 나라'라고 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세우는 데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것이 바로 ‘산사의 나라’, ‘문화강국 코리아’ 이다. 이렇게 산사가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우리나라는 13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존하여 우리 후세에 물려줄까’ 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한국의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역사는 많은 문화유산을 낳았고, 다시 그 문화유산은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고 다시 한국의 역사가 되고 있다.

백범 김구선생이 꿈꾸었던 문화강국 코리아, 그 꿈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위대한 문화는 곧 무한한 창조력이 역사 속에서 발현된 것이다. 문화강국 코리아의 꿈, 그 꿈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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