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5無 학교’이자 ‘인성영재 양성’이라는 모험적인 교육실험을 시작했다. 전이화 양은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이승헌 총장의 멘토링을 받으며, 인성영재를 목표로 하는 성장과 변화를 체험하고 꿈 찾기에 도전했다. 그를 모델로 2014년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개교했고, 전이화 양이 체험한 프로젝트, 한계극복 체험, 사회참여활동, 직업체험활동, 멘토 제도, 글로벌리더십 캠프, 발론티어 등은 현재 벤자민학교와 갭이어 과정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교 자유학년제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모델이 된 0기 전이화 양. [사진=김경아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고교 자유학년제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모델이 된 0기 전이화 양. [사진=김경아 기자]

전이화 양은 오는 7월에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승헌 총장은 설립자 장학금으로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를 격려했다. 장학금 수여식이 있던 날, 전이화 양은 경기남부지역 5기 학생들의 워크숍에서 선배이자 멘토로서 강연을 했다. 그는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존재하고, 여러분만의 길을 꼭 개척할 수 있다. 각각의 사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 걱정하기보다 차라리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하자. 후회나 자책을 하면 자신을 괴롭히기만 한다. 스스로를 응원하고 믿어 주다보면 안 되는 일은 없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시고 희망과 용기를 주시는 이승헌 총장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했고 올해 졸업했습니다. 그동안의 인성영재로서 체험을 바탕으로 지구시민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시민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회계학을 전공해서 지구시민운동이 튼튼한 토대를 갖고 전 세계에서 전개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설립자 이승헌 총장의 장학금을 받은 전이화 양과 김나옥 교장, 어미니와 벤자민5기 후배들. [사진=김민석 기자]
지난 5월 30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설립자 이승헌 총장의 장학금을 받은 전이화 양과 김나옥 교장, 어미니와 벤자민5기 후배들. [사진=김민석 기자]

▶ 영국의 갭 이어나 미국의 드림이어가 책이나 방송으로 소개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례가 없던 자유학년제에 도전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 제 고향인 천안은 비평준화지역이었어요. 고등학교 입학해서 한 달을 다녔을 때, 부모님이 특별한 1년을 권유하셨어요. 당시 이승헌 총장님이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 경쟁만 있을 뿐 인성교육이 없는 지금 교육에 희망이 없다’며, 청소년이 행복하게 꿈꿀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들기 위해 학생 모델을 제안하셨을 때, 부모님이 크게 공감하신 거죠. 학교에서는 한사코 만류를 했지만, 제가 인성영재 교육을 선택했죠. 2012년 저만의 자유학년제를 시작하고, 2013년 4월에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쳤어요.

▶ 전 양만의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을 했는지.

-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와 수영, 합기도를 1년가량 했어요. 합기도는 태권도를 배우러 갔다가 합기도장으로 바뀌는 바람에 배우게 되었는데 호신술을 익혔죠.(웃음) 그리고 잠도 많이 잤어요. 학교 다닐 때는 잠을 줄여서 공부를 해야 했거든요. 그리고 원래 하고 있던 두뇌계발교육인 뇌교육을 계속 받으면서 뇌운영시스템 B.O.S와 홍익철학 교육도 받았어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8시간씩 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 자연스럽게 웃게 되었고요. 열심히 일을 해서 매니저로부터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어요. 그렇게 약 1,000만원을 모아서, 다음해 30일간 유럽여행을 갔을 때 500만원을 쓰고, 나머지는 학원비랑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학비로 썼죠.

▶ 이승헌 총장님이 멘토라고 했는데 전 양은 어떤 멘토링을 받았는지요?

- 총장님께서 끊임없이 제게 기회를 주셨어요. 제가 미국 세도나에서 글로벌리더십 교육을 받고, 벤자민학교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뉴질랜드에서 1년 간 발론티어로 근무한 것 모두가 총장님의 제안이죠. 총장님은 교실 안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가서, 그리고 생활하면서 배우는 공부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동안 남들이 갖지 못한 기회를 많이 누린 것 같아요. 지금 벤자민학교에서는 교수, 변호사, CEO, 모험가 등 1천여 명의 멘토단이 각각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제가 설립자의 1대 1 멘토링을 받은 것이 멘토 시스템으로 정착된 거죠.

▶자유학년제 첫 경험자로서 남들보다 늦는다는 두려움은 없었는지.

- 저는 100세 이상을 살 텐데 1~2년 늦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방향을 알고 가는 것과 무작정 가는 것은 차이가 있죠. 제 친구들은 대학입학이나 취업을 하면서 많이 위축되고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고 해요. 저도 한국에서 제 경력으로 일반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려면 훨씬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까지 폭넓은 경험을 하면서 사회에서 부딪힐 일은 없었어요.

전이화 양이 자유학년제 기간동안 미국 세도나에서 체험한 글로벌리더십과정(오른쪽 위)과 뉴질랜드 발론티어 경험들. [사진=전이화 양 제공]
전이화 양이 자유학년제 기간동안 미국 세도나에서 체험한 글로벌리더십과정(오른쪽 위)과 뉴질랜드 발론티어 경험들. [사진=전이화 양 제공]

▶ 글로벌사이버대학에 가서 비즈니스를 전공했는데, 무엇을 배웠는지.

-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경제나 사회 문제들을 파악하고 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영을 배우고자 지원했어요. 사이버대학이기 때문에 19살부터 22살까지 인턴, 발론티어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배울 수 있었던 것이 큰 장점이었어요. 뉴질랜드는 고등학교까지 13학년을 다녀야 해서 국내 대학을 1년 이상 다닌 경력이 있어야 하고, 그중 오클랜드대학이 명문대학이어서 좀 까다로운 데 글로벌사이버대학교를 졸업한 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 벤자민학교에서 인턴생활을 할 때는 전 양을 모델로 입학한 후배들을 돕는 일을 많이 했겠어요.

- 제가 1기 학생들이 활동하던 중반에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나이가 저랑 동갑이거나 1, 2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부담을 느꼈죠. 우리는 또래들처럼 연예인이나 TV프로그램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싶다거나 홍익과 지구를 고민하고 지구시민리더, 인성영재로서 해야 할 일을 토론하는 분위기가 되었죠. 청소년 교육변화를 촉구하는 포럼, 세미나와 인성영재 페스티벌 등 행사와 벤자민학교 과정을 압축한 벤자민인성영재캠프 진행 등을 많이 했어요.

▶ 뉴질랜드에서 발룬티어를 통해 체험한 것은?

- 글로벌사이버대학 3학년 때, 1년 간 비자를 받아 뉴질랜드에 갔어요. 얼스빌리지를 조성하는 일을 돕거나 지구시민연수원 하루루 리조트에서 일하거나 명상여행을 하시는 분들을 안내하는 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다양한 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3개월은 영어연수도 받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7년 1월 전 세계에서 1천여 명이 참가하는 지구시민페스티벌이 뉴질랜드에서 열렸을 때 가이드를 했던 겁니다. 정말 보람 있었어요. 뉴질랜드에서의 활동체험이 그 곳 대학진학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 벤자민학교 0기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부담, 자부심은 어떤가요?

- 제가 처음 할 때는 벤자민학교라는 이름도, 시스템도 없었어요. 제가 도전하는 프로젝트와 아르바이트, 인턴, 글로벌리더십 캠프 경험들이 모두 테스트과정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으면 했어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책임감도 컸습니다. 앞으로의 저의 선택과 도전이 후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찾는 자유학년제를 보낸 전이화 양은
꿈을 찾는 자유학년제를 보낸 전이화 양은 "저는 100세 이상을 살 텐데 1~2년 늦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방향을 알고 가는 것과 무작정 가는 것은 차이가 있죠."라고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김경아 기자]

▶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바라볼 때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

- 제가 중‧고등학교 때 교우관계가 나쁘진 않았지만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열심히 일을 하거나 공부를 했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좀 무심했죠. (웃음)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나 여행, 발론티어를 했을 때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지 못한 걸 후회할 때가 있어요. 이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려고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또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문제해결력이 정말 좋아졌죠.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제가 해결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청소년이나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금 교육시스템은 청소년의 창의성을 죽인다고 생각합니다. 평가받기 위한 시스템에 적응하는 거죠. 청소년의 흥미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교육제도가 필요합니다.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그리고 학부모에게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부모님 본인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모님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야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삶을 설계하도록 지원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 전이화 양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삶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승헌 총장님도, 부모님도 항상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홍익인간, 지구시민으로서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항상 꿈꾸고 도전하고 창조하는 청년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