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스승상, 위 교사는 모든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시고 항상 진심으로 공감하고 격려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셔서 이 상장을 드립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작년 스승의 날에 선생님에게 드린 감사상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답게 거꾸로 선생님에게 상장을 드린 것이다.

김나옥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
김나옥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장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경기뇌교육연구회 선생님들도 거꾸로 아이디어를 냈다. 스승의 날에 선생님이 학급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선물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생각, ‘나는 잘 할 수 없어’, ‘나는 부족해’,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모두 지우라는 뜻을 담아 지우개를 선물한 선생님 등 다양한 마음의 선물을 한다. 모양은 거꾸로 지만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과 제자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하나이다.

2018년 스승의 날이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가슴속 사랑을 묵묵히 제자들에게 전하며 인재들을 길러온 많은 선생님들의 숨은 힘이 있다. 스승의 날을 없애달라고 선생님들이 스스로 청원을 올리게 되기까지 시대적인 환경이나 세태를 다 물려놓고서, 정말 중요한 것을 기억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다 보면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회복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스승은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작은 몸짓과 노력을 격려하며 기를 살려주고, 아이에게 ‘내가 세상에서 소중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선물해 주는 사람, 삶의 여정에서 언제나 빛나는 꿈을 시작하게 해 준 사람인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스승이 있다면 분명 어린 나의 영혼에 희망과 꿈이 점화된 순간들이 있고 그때 그분의 목소리와 나를 향한 말과 눈빛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인성과 인성으로 만나고, 영혼과 영혼의 만남인 그 순간은 시험 점수나 성적, 그분이 가르쳐주신 수학공식이나 지식의 기억이 아닐 것이다. 생각할 때마다 가슴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사랑의 기억일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교육현장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만나고 있다. 한명 한명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인성을 깨우는 스승을 만난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런 아이들은 온갖 이기심과 경쟁, 성공을 쫓는 세태 속에서도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가족들과 친구 그리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면서 우리 사회와 세상을 아름답고 믿을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인성 문제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불행한 상황과 갈등을 볼 때 아이들의 인생에서 스승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제 이런 스승의 역할이 학교 선생님들만의 역할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이미 개막되었다. 갈수록 놀라운 변화와 기술 속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더욱 뛰어난 기술로 다양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삶 속에서 활용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상상을 넘는 첨단기술의 발달로 아이들은 국경과 문화, 언어를 초월해서 시간과 공간에도 갇히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맞이하게 될 미래는 기억과 지식을 다루는 기계적인 일은 인공지능에 모두 맡기고, 인성을 중시하고, 창의성을 한껏 펼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인성과 창의성은 교실 안 지식과 시험이 아니라 세상 속 체험과 만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정해진 생활에서 아이들의 뇌와 가슴은 열리지 않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실제 삶 속에서 체험하고 질문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때 진짜 배움이 일어나고 이러한 배움은 아이들 가슴속 인성과 뇌의 창의성을 흔들어 깨운다.

우리 사회에서도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체험학습과 활동을 시도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들이 1년간 스스로 자신의 프로젝트와 일과표를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도 창의성과 인성을 깨우치는 아주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꿈을 찾는 1년 동안 아이들은 세상을 교실로 삼고 원하는 분야의 멘토를 스스로 찾아서 만나고 배운다. 멘토들이 아이들의 스승이 된다. 아이들을 미래인재로 기르기 위해서는 네모난 교실을 세상으로 활짝 열어 고정된 시간과 공간, 틀에 박힌 생각의 상자 밖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이런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교육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인공지능 기술의 속도에 맞추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이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실제 삶의 현장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배움의 기회를 모든 아이들이 필요로 하며 이 때 만나는 사람들, 부모, 교사, 멘토 등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중심가치가 인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좋은 사회, 좋은 세상, 그리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지구를 함께 만드는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어디서나 배움이 일어나고 어디서나 스승을 만날 수 있는 사회, 이 안에서 아이들은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공존과 완성이라는 높은 목적을 이루어나가는 새로운 시대의 인재로 성장해 갈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오늘 스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한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우리 모두가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미래인재의 양성을 책임지는 스승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