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청소년 참정권을 확보하고,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를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올해 2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를 졸업한 박천선(19) 양은 지난 4월 13일 출범한 여성가족부 ‘2018년 중앙청소년참여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출범식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는 것,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운영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야말로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2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4기를 졸업한 박천선 양. [사진=본인 제공]
지난 2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4기를 졸업한 박천선 양. [사진=본인 제공]

중앙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은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을 직접 점검하고, 정책대안을 제안하는 일을 한다. 그동안 청소년단체, 청소년학과, 동아리, 자원봉사, 참여기구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청소년 25명으로 구성되어 올해 12월까지 활동하게 된다.

중앙위원회 외에도 전국 17개 시‧도 및 시‧군‧구 단위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참여위원회가 있어 전국에서 4,500여 명이 활동하는데, 박천선 양은 지난해 고향인 예산에서 활동했었다.

“제 또래 친구들은 지금 고3 수험준비로 여념이 없어요. 저는 4월 검정고시를 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주 볼런티어를 신청했어요.” 오후 1시, 빵집 아르바이트를 마친 천선 양의 목소리가 쾌활하고 들떠 있었다. 원래 남 앞에 나서길 굉장히 싫다던 천선 양이 지난 1년 간 스스로 변화한 결과라고 했다.

벤자민학교 한미청소년교류 캠프에 참가한 박천선 양과 캠프에서 사귄 친구들.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학교 한미청소년교류 캠프에 참가한 박천선 양과 캠프에서 사귄 친구들. [사진=본인 제공]

▶ 축하합니다. 중앙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으로서 올해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 먼저 18세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보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참정권을 통해 국민은 목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대통령이나 정당이 내놓는 청소년정책 공약에 대해서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정권이 없다보니 우리의 교육을 좌우하는 교육감 선거에도 우리가 참여할 수 없고 어른들이 정해버리니까요. 저희가 결정하고 의견을 내서 미래 세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요. 청소년은 무조건 대학을 바라보고 가야한다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학교와 사회가 정해놓은 길대로 초‧중‧고와 대학을 나와서 적당히 취업을 하면서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청소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고 세계로 나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충남 예산군 청소년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모습. (시계방향으로) 예산군 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촉식, 청소년 정책토론회, 아침밥을 거르고 일찍 등교하는 학생을 위한 캠페인, 예산군 청소년정책위원들. [사진=본인 제공]
충남 예산군 청소년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모습. (시계방향으로) 예산군 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촉식, 청소년 정책토론회, 아침밥을 거르고 일찍 등교하는 학생을 위한 캠페인, 예산군 청소년정책위원들. [사진=본인 제공]

▶ 지난해 자유학년제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예산군 청소년정책위원으로 활동했는데,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은 무엇인지.

- 벤자민학교 4기로 입학해서 작년 1년간 제 꿈을 위해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어요. 청소년정책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죠.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요. 청소년 100명을 모아 모듬별로 교육, 담배와 술,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 등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도 했고, 이른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시락을 전하는 “얘들아~~ 밥먹자!”캠페인도 했어요. 또 로컬푸드 알리기 활동도 하고요.

▶ 성격도 많이 변했다는 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 벤자민학교를 가기 전까지는 저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결정해버린 일이 많았는데, 벤자민학교에서 여러 도전을 하면서 제가 선택한 일은 할 수 있다는 걸 많이 체험했어요. 예를 들면, 여성가족부에서 국가 간 청소년 교류를 하는 ‘나는 국가대표다’라는 프로그램의 대표 모집에 지원해서 선발되었어요. 전국에서 학생들이 신청해서 경쟁이 치열한 데, 선발되어 대한민국 공식 대표단 자격으로 불가리아에 갔어요.

17박 18일 동안 불가리아의 공공기관도 방문하고 그곳 청소년들과 역사탐방도 했어요. 그때 사귄 불가리아 친구가 아끼던 장식품을 제 카메라에 달아주고 편지를 써 주었는데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죠. 그리고 미국, 중국, 카타르, 말레이시아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제가 전통재래시장과 경복궁을 안내하고, 홍대에서 VR체험이랑 게임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지난해 여성가족부 '나는 국가대표다'프로젝트 대표단으로 선발되어 불가리아를 방문, 17박 18일 동안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불가리아 청소년과 역사탐방을 했다.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여성가족부 '나는 국가대표다'프로젝트 대표단으로 선발되어 불가리아를 방문, 17박 18일 동안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불가리아 청소년과 역사탐방을 했다. [사진=본인 제공]

▶ 평소 어학에 자신이 있었나봅니다.

- 아니 예요. 영어를 싫어했는데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바디랭귀지를 동원하다가 영어를 잘 하게 되었고,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 박천선 양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 저는 중학교 때부터 세계여행을 꿈꿔왔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활동들을 시작하면서 세상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더 궁금해졌어요. 여행을 하다보면 알지 못했던 것들, 보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하나하나 생각하고 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 죽을 때까지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해도 모자랄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사람들과 장소를 경험하고 만나보고 싶어요. 꼭 가보고 싶은 나라를 꼽자면 대만, 동유럽, 아프리카 수단, 라오스, 호주예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도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예요.

지난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박천선 양의 도전에는 부모님도 함께 했다. 제주도 한라산 등정 모습.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박천선 양의 도전에는 부모님도 함께 했다. 제주도 한라산 등정 모습. [사진=본인 제공]

박천선 양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경제적 자립심을 키우는 아르바이트는 벤자민학교의 수업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는 세계로 나가 사람들과 교류하고, 농사도 짓고, 청소년을 이끌고 탐방도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오는 6월 천선 양은 홀로 대만여행을 할 예정이다.

박천선 양이 그동안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앨범 속에는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