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시간, 충북 형석중학교 교문 앞 풍경이 남다르다. 몇몇 학생은 스스로 의식 밝기를 점검할 수 있는 ‘의식레벨표’와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피켓을 들고 “사랑합니다!”를 다양한 목소리로 외친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손뼉을 치거나 손을 잡아주고 안아준다. 남자 중학교에서 흔히 보는 생활지도선생님의 엄한 표정, 선도부의 복장점검과 소지품 검사들, 그리고 한쪽에서 벌을 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충북 형석중학교는 매주 금요일을 러브핸즈 데이로 지정하여, 등굣길 선생님들이 악수와 포옹으로 맞이하고,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아이들이 나와 피켓과 환호로 환영한다. [사진=충북 형석중학교 제공]
충북 형석중학교는 매주 금요일을 러브핸즈 데이로 지정하여, 등굣길 선생님들이 악수와 포옹으로 맞이하고,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 아이들이 나와 피켓과 환호로 환영한다. [사진=충북 형석중학교 제공]

충북 증평군에 있는 형석중학교(교장 김성배)는 지난 4월 16일 ‘러브핸즈 데이’ 선포식을 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등교시간에 생활지도부 교사가 아니라 교무부, 연구부 등 선생님들이 조를 나눠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학생들은 일명 ‘사랑주기’라고 하여 전교생 조회 때 서로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토닥토닥 두드리며 ‘건강해’ ‘사랑해’ ‘고마워’라고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난 3월 한 달간 시범기간을 두었고 본격적으로 전교생이 함께 한다.

러브핸즈데이 선포를 하며 학생들을 격려하는 형석중학교 김성배 학교장. [사진=김경아 기자]
러브핸즈데이 선포를 하며 학생들을 격려하는 형석중학교 김성배 학교장. [사진=김경아 기자]

이날 김성배 학교장은 “친구들 어깨를 풀어주고 서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평소에도 친구들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형석중학교가 되자”고 격려했다. 조금 어색해하는 1학년생도 있고, “아, 시원해”라며 환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도 있었다. 정이삭(중2) 군은 “학기 초라 2/3는 좋아하고 1/3은 쑥스러워하는데 계속하면 모두 좋아할 것”이라며 “친구들과 싸웠는데 뇌체조 시간에 서로 사랑주기하며 화해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6일 충북 형석중학교는 2018학년도 러브핸즈데이 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4월 16일 충북 형석중학교는 2018학년도 러브핸즈데이 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 학교는 뇌활용 행복교육을 모토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및 금요일 8시 40분 0교시에 각 반마다 선발된 브레인 인성리더 학생이 앞에 나와 뇌체조를 지도하고 사랑주기를 한다. 브레인 인성리더는 매년 3월에 선발되며, 4시간의 교육을 받고 친구들 앞에 선다. 김동원 교감은 “보통 잠이 덜 깬 상태로 학교에 오니까 축 처져있기 마련인데, 우리 아이들은 뇌체조를 하면서 잠을 깨우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이런 학교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한 교사는 진로교육담당 이윤성 선생님으로, 충북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이 교사는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동아리를 이끈다. 또 러브핸즈 데이 때 앞장서서 피켓을 들고 친구들을 환영하는 아이들도 국학기공 동아리 학생들이다.

국학기공 동아리 활동을 하는 충북 형석중학교 학생들. [사진= 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동아리 활동을 하는 충북 형석중학교 학생들. [사진= 김경아 기자]

점심시간 국학기공 동아리 학생들이 모였다. 따뜻한 봄볕아래 모인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줄을 늘어서고 준비를 했다. 이윤성 교사는 구령과 함께 동작을 하는 동안 손과 손목, 무릎과 발목의 위치를 잡아주며 몸 어디에 의식을 집중할지 어떻게 이완할지를 알려주었다. 국학기공 단공대맥형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매우 진지했다.

하지만 뒷자리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아이도 있었다. 이 교사는 “국학기공 수련을 할지 말지는 네 선택이다. 오늘 하고 싶지 않으면 다음에 와도 된다.”고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시계방향으로) 이윤성 교사와 형석중학교 학생들이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모습, 진지한 표정의 학생들. 좌측부터 이동균(중3) 신성현(중1) 이창민(중1) 신성현(중1) 김동환(중1)학생, 이동균 학생과 친구 박근성(중3) 학생이 멋진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시계방향으로) 이윤성 교사와 형석중학교 학생들이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모습, 진지한 표정의 학생들. 좌측부터 이동균(중3) 신성현(중1) 이창민(중1) 신성현(중1) 김동환(중1)학생, 이동균 학생과 친구 박근성(중3) 학생이 멋진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1학년인 신성현 군은 “엄마가 학부모 모임에서 듣고 와서 국학기공 동아리가 재미있겠다고 했어요. 다섯 번밖에 안되었지만 하면 할수록 신나요. 멋지고”라고 했고, 이창민(중1) 군은 “우리학교 형들이 대회에 나간 공연장면을 유투브로 봤어요. 저도 무대에서 중앙에 서서 멋진 공연을 하고 싶어요.”라고 기대감이 부풀었다.

장난 끼가 많아 보이는 박근석(중3) 군은 “전 작년에 제주에서 열린 생활체육대축전 국학기공대회가 첫 출전이라 많이 떨렸지만 무대에 막상 서니까 통쾌한 느낌이었어요.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쉬었어요.”라고 했다. 박 군은 국학기공을 하고 난 후 변화에 관해 “체력이 좋아져서 웬만하면 포기 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라고 했다.

올해 회장을 맡은 이동균(중3) 군은 근석 군의 친구라며, “근석이가 1학년 때는 말썽꾸러기였어요. 매일 선생님께 따지는 것도 많고 친구들과 툭탁거리며 수업시간에 태도가 좋지 않다고 꾸지람도 듣고요. 하지만 지금은 친구한테 배려도 잘하고 수업시간에 모습도 좋아졌어요.”라며 근석 군에게 “맞지?”라며 웃었다.

동균 군은 1학년 때만 해도 몸이 뻣뻣해서 동작도 어설프고 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윤성 교사는 “잘하는 사람만 하는 동아리가 아니다.”라며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 주었다. 1년 하고나니, 동균 군은 국학기공협회장배 전국대회에서 개인전에 출전할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게 되었다.

이 교사는 “3학년이 되어서 대회출전 때가 아니면 빠져도 된다고 해도 자기가 스스로 시간을 조절해서 온다. 아이들이 의욕이 넘치고 자신감이 생기니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동균 군은 “1학년 때는 푸시 업을 10개 할까 말까 했는데 지금은 30개 넘게 해요. 고등학교 가서도 국학기공을 하고 싶어요”라며 “선생님이 항상 깨어 있으라고 하는 말이 가장 와 닿았어요.”라며 이 교사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형석중학교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본선에 연속 진출했고, 2016년과 2017년 국제국학기공대회에서는 청소년부 은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시계방향으로) 지난해 10월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충북 형석중 학생들, 제13회 충북협회장배 국학기공대회 출전모습, 제31회 미암 축제에서 시범공연을 펼치는 형석중학교 학생들. [사진=형석중학교 제공]
(시계방향으로) 지난해 10월 제5회 국제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충북 형석중 학생들, 제13회 충북협회장배 국학기공대회 출전모습, 제31회 미암 축제에서 시범공연을 펼치는 형석중학교 학생들. [사진=형석중학교 제공]

이윤성 교사가 학교스포츠클럽 종목으로 국학기공에 관심을 둔 계기는 2009년 형석고등학교, 형석중학교와 충북뇌교육협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이 해피스쿨 협약을 체결하면서 부터라고 했다. 당시 형석고 교사였던 이 교사는 학교폭력 문제도 해결하고 인성함양을 하기위해 뇌체조를 먼저 들여왔다. “푸시업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학생들과 함께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목표로 했는데 머리대고 허공에 물구나무서기까지 달성했다.”며 “그 아이들과 함께 국학기공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후 2014년 중학교로 발령받았다.

이 교사와 교무실로 가는 길, 수업시작 종에 뛰어가다 말고 두 손을 아랫배에 모으고 “사랑합니다!”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해피스쿨협약하면서 바뀐 인사법이라고 한다.

급한 교육기관 행사로 자리를 비운 학교장 대신 김동원 교감을 만났다. 김 교감은 “재작년 교장선생님과 서울에서 열린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갔을 때 아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가슴이 요동치더라. 다른 학교 공연까지 꼼짝도 않고 집중해서 보았다.”며 “작년, 재작년 전국대회에 나가서 다 수상했다. 학교장께서 뇌체조, 러브핸즈, 국학기공에 관심이 많다. 이 교사를 ‘우리 학교의 자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충북 형석중학교 김동원 교감은
충북 형석중학교 김동원 교감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아이들의 가장 큰 변화는 인성함양, 그중 예절이 바른 아이들이 되었다."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그는 “중‧고교생들이 인사를 잘 안한다는데 국학기공을 하는 아이들은 아주 잘한다. 아이들은 인성이 좋아졌는데 그중 특히 예절이 바르다.”며 “예절은 언제 어디에서도 아이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덕목 아니겠느냐?”고 아이들의 변화를 칭찬했다.

김 교감은 “국학기공 학교스포츠클럽을 하면서 학생들이 잠재된 끼와 소질을 발산하고, 학업에 억눌린 감정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와 학교폭력예방 모두 다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향후 계획에 관해서 “학생들이 협동심과 도전정신, 성취감을 기를 수 있도록 교내 국학기공대회도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학교도 도입하도록 잘 알려 나갔으면 한다.”라며 “아직 소년체전 종목이 아닌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형석중학교에 뇌체조 브레인 인성리더 제도와 러브핸즈 데이를 도입하고,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동아리를 이끄는 이윤성 교사. [사진= 김경아 기자]
형석중학교에 뇌체조 브레인 인성리더 제도와 러브핸즈 데이를 도입하고,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동아리를 이끄는 이윤성 교사. [사진= 김경아 기자]

이 교사는 “중학교 시절을 질풍노도라고 한다. 진로교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있고 흥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꿈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중‧고교생의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이 매우 떨어졌다. 체력이 떨어지면 도전하고 이루어내고자 하는 의욕도 떨어진다. 결심해서 하면 자신이 이루어낼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이 먼저”라며 그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국학기공을 지도하면서 지켜 본 바로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도 되고, 학교에 대한 애교심도 생기는 것 같다. 졸업을 한 후에도 스승의 날이나 시험기간 일찍 마치고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형석고에서 형석중으로 이동한 후 “후임선생님이 없어 고등학교 국학기공 동아리가 없어진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해 국학기공 심판자격과정을 마치고 심판이 된 이 교사는 “중학교 아이들에게 고등학교에 가서 국학기공 동아리를 구성하면 지도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국학기공의 효과를 아는 교사가 없으면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국학기공 강사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고, 교사대상 국학기공 직무연수 프로그램도 있으니 잘 알려나가고자 한다. 충청북도 내 인근 12개 학교에 국학기공이 잘 정착되면 충북에서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그런 꿈을 그리고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