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는 저도 모르게 위험한 일을 벌인다. 유아기 때 아이는 무조건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간다. 아이가 뜨거운 주전자에 손을 뻗치면 어른들은 ‘애비!’라고 큰 소리로 막는다. 또래 친구를 때리거나 장난감을 혼자 차지하는 등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때도 어르신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애비애비, 못 쓴다’라고 나무랐다. 이런 ‘애비애비’가 전통유아놀이 중 하나라고 한다.

단동십훈 제7훈 '업비업비'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삼가고,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라는 조상들의 현명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사진=체인지TV 제공]
단동십훈 제7훈 '업비업비'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삼가고,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라는 조상들의 현명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사진=체인지TV 제공]

단동십훈 중 7훈에 해당하는 ‘업비업비業非業非’가 바로 그것이다. 업비업비는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르칠 때 하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삼가고,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라는 조상들의 현명한 가르침이 담겨있다.

업비업비의 동작은 양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안 된다는 표현을 해주는 것이다. 이때 ‘업비업비’라고 하면서 고개도 좌우로 흔들고 이 동작을 하면 아이는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다. 업비 업비 노래를 들어보자.

“업비업비 애비애비, 무서운 것 위험한 것, 업비업비 애비애비, 돌아가렴 피해가렴,

업비업비 애비애비 좋은 것만 골라 해라, 업비업비 애비애비 우리 아이 귀한 아이”

노래를 들어보면 “귀한 우리 아이, 좋은 것만 골라하는 바른 사람이 되어라.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바른 아이로 자라라”하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진다. 인간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으로 키우려는 소망이다.

아이는 판단능력이 온전하지 않아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오주원 교수(뇌교육학과)는 “우리 인간의 뇌에는 거울신경이 있어서 타인의 말소리와 표정을 마치 거울 보는 것처럼 그대로 따라하는 능력이 있다.”며 “이는 인간이 언어를 획득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적인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도 뇌 속에 각인(刻印, 머릿속에 새겨 넣듯 깊이 기억됨)이 일어나 타인의 의도, 동기, 감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고 전제하고 “공감능력의 발달은 부모의 반응에 따라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잘못된 일은 안 된다고 정확하게 가르치고, 잘 했을 때 아낌없이 칭찬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어느새 말을 익히는 천재성을 발휘하고 배려하는 예절을 익혀 사랑받을 줄 알게 된다. 또한 감성이 발달해 타인의 기쁨과 타인의 슬픔을 진정으로 나의 기쁨이고 나의 슬픔인 것처럼 그들과 함께 느끼는 ‘공감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전통유아놀이 '업비업비'는 양손을 좌우로 흔들고, 고개도 좌우로 흔들며 안되는 일을 가르치는 동작이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전통유아놀이 '업비업비'는 양손을 좌우로 흔들고, 고개도 좌우로 흔들며 안되는 일을 가르치는 동작이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얼마 전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남들에게 방해가 되도록 뛰어다니고 소리를 질러도 그냥 놔두는 부모들 때문에 ‘노키즈 존’문제가 불거졌다.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며 버릇없는 남의 아이를 가르친다고 한 마디 했다가는 “우리 아이 기를 왜 죽이냐? 야단 한번 치지 않고 귀하게 키운 자식이다”라는 날카로운 비난을 받을 수 있음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키우면 아이가 진짜 기운차고 씩씩하게 잘 자랄까?

별다른 경험이 없는 한 부모의 인성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쉽다. 그래서 남을 배려하지 않고 무시하는 부모 밑에서 귀하게만 자란 아이는 사람 귀한 줄도, 부모에게 감사할 줄도 모른다. 제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지나치게 분노하거나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선조들은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을 남겼다. 아이들 버릇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당장 좋게만 해 주는 것이 오히려 해롭다는 뜻이다. 속담으로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정보이다. 즉 오랫동안 세대를 거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지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