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30년 넘게 연구한 하버드대 존 레이티 교수는 “우리 인류는 운동뇌에서 진화했다”며 청소년들이 매일 최소 40분 이상 신체운동을 해줘야 뇌가 자극을 받고 학습능력도 좋아진다고 했다. 또한 운동을 하면 청소년들이 건강해질 뿐 아니라 행복감을 느낀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다수 나오고 있다.

하버드 대학과 매서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최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등교 전 한 시간동안 운동을 한 학생들은 체질량 지수가 정상 수치로 개선되고 정신적으로도 높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또 2017년 연세대 전용관 교수(스포츠응용산업학과) 팀은 청소년 37만 56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 1회 이상 신체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신체활동이 전혀 없었던 그룹에 비해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1%~53% 더 높다고 했다.

지난 12일 대구 동덕초등학교 전교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국학기공 수련을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12일 대구 동덕초등학교 전교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국학기공 수련을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반면, 아이들의 신체활동 시간을 줄여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학습에 매달리도록 하고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코리안스피릿은 2018년 기획으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청소년의 건강뿐 아니라 인성, 학업 성취도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찾는다. 그 첫 탐방지는 대구 동덕초등학교이다.

지난 12일 아침 8시, 대구 동덕초등학교 운동장에 전교생 240여 명이 0교시 국학기공 수련을 하기 위해 모였다. 동덕초등학교는 전교생이 화요일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국학기공을 하고 토요일에는 희망자들이 ‘신나는 토요스포츠클럽’ 활동으로 국학기공을 수련한다.

대구 동덕초등학교 김송욱 교장은 0교시 국학기공 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응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대구 동덕초등학교 김송욱 교장은 0교시 국학기공 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응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김송욱 교장은 “작년에 6학년을 대상으로 국학기공을 했고, 올해는 전교생 스포츠로 확대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학생들이 실내강당에서 나눠서 수련해야 했다. 모처럼 맑게 갠 날씨 덕분에 미세먼지 걱정 없이 한 자리에서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며 운동장에 나와 학생들을 응원했다.

초등학생이라면 한참 잠투정 많고 늦잠과 다툴 나이인데,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6학년 중에는 8시가 되기도 전에 와서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대구 동덕초등학교 학생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대구 동덕초등학교 학생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김경아 기자]

박세인 국학기공 강사가 조회대에 올라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K-pop 음악에 맞춰 신나는 체조를 해 몸을 풀었다. 이어 기마자세부터 한 동작 한 동작 정성스럽게 기공 자세를 지도했다. 진지한 표정인 아이들도 있고, 마냥 신나서 들떠 있는 아이도 있었다. “가슴 펴고, 힘찬 목소리로!”라는 박 강사의 구령에 일시에 집중한 아이들은 아랫배에 힘을 주고 “아!”하고 힘차게 함성을 질렀다. 박 강사는 “여기서 보면 너희들 정말 멋져”라며 끊임없이 격려했다. 조회대 주변에는 각 학년 담임선생님들도 함께 나와 아이들을 응원했다.

학기 초라 아직 동작이 어설픈 학생들 중에서도 유난히 자세가 좋은 네 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황재하(13세, 초6) 군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렀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황재하(13세, 초6) 군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렀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황재하(13, 초6) 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련하는 네 명 중 하나였다. 체구도 워낙 작고 산만해서 6학년 형들처럼 잘 따라하지 못해, 내년에 하자는 선생님의 권유에도 본인이 끈질기게 하겠다고 우겼다 한다. “전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귀찮았는데 수련하러 가야해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어요. 8시에 수련하는 게 익숙해져서 친구들보다 일찍 나오는 게 좋아요.”라고 했다. 그리고 “공부를 더 잘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고, 아주 조금 덜 까불게 되었어요.”라는 솔직한 답을 했다. 재하의 할아버지는 대회 때마다 와서 손자와 친구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재하는 음악을 몹시 좋아하는데, 이제 TV드라마를 보다가도 음악에 맞춰 단공대맥형 기공을 연습해 보고 학교에 와서 제안해 채택될 정도로 적극적이다. “올해 1년 더 수련하고 중학교 가서도 하고 싶어요.”라는 재하는 본인이 국학기공을 한다는 것에 자긍심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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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최진석(13세, 초6) 군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전 국학기공을 하면서 공부하는데 집중이 잘 되요.”라는 최진석(13, 초6) 군은 소심했던 모습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진석 군은 “작년 국학기공 대회에 출전했을 때, 무대에 서기 전, 무척 떨렸는데 막상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는 담담했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내려오니 다시 떨리더라고요.(웃음) 우승했을 때 6학년 선배들이 다 울고 그랬어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만 울진 않았어요.”라며 후배들에게 “우리 열심히 해서 올해도 대회에서 그 기분을 꼭 느껴보자.”는 말을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최진석(13세, 초6) 군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수련을 하는 김형조(13세, 초6) 군은 "친구들과 동작, 호흡을 맞추며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지고 화를 잘 내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김형조(13, 초6) 군은 “원래 친구들이 놀리면 많이 화를 냈는데 이제는 별로 화를 내지 않아요. 친구들과 사이도 굉장히 좋아졌어요.”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국학기공을 하려면 친구들과 동작도 맞춰야 하고 호흡도 맞춰야 해요. 친구들과 모든 것을 같이 해야 하니까요.”라며 “아빠는 제가 국학기공을 하고 나서 다리가 많이 튼튼해졌다고 하고, 엄마도 건강해졌다고 좋아하세요.”라고 자랑했다.

김동혁(12세, 초5) 군은 작년 국학기공 수련을 한 누나의 권유로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김동혁(12세, 초5) 군은 작년 국학기공 수련을 한 누나의 권유로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5학년인 김동혁(12) 군은 작년에 6학년이던 누나 규빈 양이 국학기공 수련을 하면서 동생에게 올해 꼭 국학기공을 하라고 했단다. “누나가 체력도 좋아지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고 했어요. 누나도 국학기공하면서 활발해졌고 공부도 더 잘하거든요. 힘도 더 세졌어요.”라는 동혁 군은 토요일에도 신청해서 수련을 한다. 그때마다 지금 중학생이 된 누나가 와서 직접 가르쳐 준다. 누나의 특별지도 덕에 학기 초인데도 기공 자세가 제대로 나왔다. 동혁 군은 “누나, 열심히 가르쳐줘서 고마워”라는 인사를 전하며 “우애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박세인 국학기공 강사의 구령에 맞춰 기마자세를 하는 대구동덕초등학교 학생들. [사진=강나리 기자]
박세인 국학기공 강사의 구령에 맞춰 기마자세를 하는 대구동덕초등학교 학생들. [사진=강나리 기자]

이곳 동덕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교스포츠클럽 종목인 국학기공을 처음 도입해 6학년 전체 학생들과 5학년 학생 중 희망자 네 명이 수련하면서 1년 동안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를 비롯해 교육감배, 시장기 등 4차례 대회 무대에 올라 우승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변화가 놀라웠다고 한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