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강북노인복지관 3층 국학기공반 건강교실. 오후 1시, 강의장은 80여 명의 회원들로 북적였고, 심지어 문을 열어 복도로 나가는 곳까지 줄을 섰다. 많이 올 때는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손에 손을 잡고 고관절돌리기 체조를 하는 어르신들. [사진=강나리 기자]
손에 손을 잡고 고관절돌리기 체조를 하는 어르신들. [사진=강나리 기자]

어르신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다리를 들어 고관절 돌리기 체조를 하고 있다. 무대에 선 김해임(50) 국학기공 강사는 “혼자는 못해도 여럿이 함께 하니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이라며 질문을 던지자 어르신들은 일제히 “하나”라고 답했다. 강사는 수련지도를 하며 종종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나를 하더라도 몸에 맞게 하자”고 강조했다. 때로 어르신들 표정이 심각해지면 “웃어야 몸도 금방 좋아지지 않냐?”며 핀잔도 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대화를 주고받는 강사와 회원들 사이가 딸과 엄마사이 같다.

국학기공 단공대맥형 체조를 하는 진지한 표정의 어르신들. [사진=강나리 기자]
국학기공 단공대맥형 체조를 하는 진지한 표정의 어르신들. [사진=강나리 기자]

체조를 하는 동안 “아이~! 시원하다. 아이~! 예쁘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며 끊임없이 긍정적인 말을 끌어낸다. 국학기공 단공기본형을 배울 때는 회원들의 동작이 완벽하지 않아도, 호흡을 맞추고 손끝 하나하나 발동작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옮기고 펼쳐냈다. 강사의 동작을 꼼꼼하게 따라하려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이곳 단전호흡반 회원이 한번 되면 영원한 팬이 된단다. 심지어 손과 손목에 깁스를 한 회원이 있어 불편한데 어떻게 나오셨는지 기자가 묻자 “여기 나와야 금방 낫는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터줏대감인 이종숙(79) 회장은 “2000년 11월 복지관 개관 때부터 운영된 국학기공반 초창기 회원이었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을 걱정해 본 적이 없다. 척 보기에도 날씬하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국학기공 덕분에 건강해서 봉사활동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다 보니 컬리그래피 등 수료증을 9개나 땄다. 여긴 멋쟁이들만 온다.”며 “숨을 잘 쉬어야 오래 산다. 국학기공 꼭 해라. 늙는 게 전혀 겁나지 않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강북노인복지관은 수련인원도 많아 매년 생활체육대축전, 전국대회를 비롯해 시장기, 구청장기 등 대회에 나가 수많은 상을 수상했단다. 이 회장은 상패가 많은데 다 가져오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시계방향으로) 대구강북노인복지관 단전호흡반 어르신들은 체조를 하며 환한 웃음을 보이는 어르신들, 웃음이 소녀같은 어르신, 배꼽힐링 체조를 하는 모습, 장운동 하는 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시계방향으로) 대구강북노인복지관 국학기공반 어르신들은 체조를 하며 환한 웃음을 보이는 어르신들, 웃음이 소녀같은 어르신, 배꼽힐링 체조를 하는 모습, 장운동 하는 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최순경(74) 회원은 “7~8년 전에 친구 따라와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하면서 몸도 개운해지는 게 좋다. 특히 재작년부터 배꼽힐링 체조를 하는데 소화불량과 변비가 씻은 듯 좋아졌다. 그래서 언니와 부산 사는 여동생과 딸에게도 배꼽힐링 도구를 보냈다. 전에는 장구를 배우다 팔이 아파 그만뒀는데 국학기공은 전신체조가 돼서 노인들에게 잘 맞다. 등이 굽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펴졌다.”고 했다.

또한 서숙자(71) 회원은 “여기 오면 많이 웃고, 마음이 평화롭고, 스킨십을 많이 하니 즐겁고 우리가 젊어진다. 국학기공을 하면 확실히 혈액순환이 잘되는 것 같다.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프던 것이 좋아졌고 기운이 펄펄 난다. 뭐든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다 된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태권도도 배우고 스포츠 댄스도 즐긴다.”고 했다.

강북노인복지관에서 수련하는 어르신들. 왼쪽부터 최순경 회원, 서숙자 회원, 최고령 손영자 회원. 이종숙 회장. [사진=강나리 기자]
강북노인복지관에서 수련하는 어르신들. 왼쪽부터 최순경 회원, 서숙자 회원, 최고령 손영자 회원. 이종숙 회장. [사진=강나리 기자]

이 단전호흡반 최고령 회원은 89세 손영자(89) 씨이다.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많이 아파져서 시작했다.”며 수련하는 이유를 “몸에 좋다니까 오지”라며 대답은 무뚝뚝한 편인데 수련 내내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강북노인복지관 윤선태 관장은 “복지관에 38개 프로그램을 한다. 국학기공이 정적인 듯해도 체력증진에 좋아 어르신들이 노래교실, 댄스교실과 함께 매우 선호하는 인기강좌이다. 어르신들이 지나치게 동적인 운동을 하면 관절에 무리가 가고 다치기도 한다. 그런데 국학기공은 위험부담도 적고 효과적이더라. 복지관마다 다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구강북노인북지관 윤선태 관장과 단전호흡반을 지도하는 김해임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대구강북노인북지관 윤선태 관장과 단전호흡반을 지도하는 김해임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윤 관장은 “어르신이 아플 때 돕는 것보다 미리 미리 건강을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복지가 아닌가 한다. 국학기공 하는 분들이 건강해서인지 세련되었다. 딸 손을 잡고 지팡이 집고 오신 어머니가 지금은 지팡이를 놓고 당당하게 다니시는 걸 보면 뿌듯하다. 어르신들도 우리 김해임 강사를 믿고 의지한다.”며 김 강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해임 강사는 이곳 복지관 외에도 주민자치센터, 학교 등에서도 국학기공 지도를 하고 있다. 강북노인복지관은 작년 3월 선배강사로부터 인계받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회장님이 둘째딸 같다며 뭐든 존중해주셔서 금방 적응했고 덕분에 어르신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지도를 하면서 보람 있던 경우를 “장이 너무 약해 자신도 모르게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어 외출을 잘 못하던 회원이 있었다. 지금은 좋아지셔서 이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신다.”라고 했다.

복지관과 주민자치센터, 학교 등에서 수련지도하는 김해임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복지관과 주민자치센터, 학교 등에서 수련지도하는 김해임 국학기공 강사. [사진=강나리 기자]

중학교2학년, 초등학교 5학년 두 아이가 있는 그녀는 “아이들도 엄마가 강사 활동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전업주부일 때는 집에서 아이를 내 스타일대로 맞추려 했다. 외부활동을 하다 보니 내 스타일만 고집할 수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적절하게 자유를 주니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있다. 매일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는 게 좋다.”며 웃었다.

수련을 마치고 일부 어르신들이 모여 기념사진 찍으며 작은 손하트를 날렸다. [사진=강나리 기자]
수련을 마치고 일부 어르신들이 모여 기념사진 찍으며 작은 손하트를 날렸다. [사진=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