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걷고 뛰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은 탄생 후 1년 가까이 서지도 뛰지도 못한다. 이렇게 더디게 자라는 아이가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아마도 모성애 덕분일 것이다.

이제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 혼자 앉기 시작한 아이와 즐기는 전통육아 놀이 중 하나가 바로 시상시상 恃想恃想이다. 잼잼, 도리도리, 까꿍과는 사뭇 다르게 낯설다. 어떤 율동으로 하는 놀이일까.

아이를 앞뒤로 당기고 미는 시상시상 동작은 소뇌를 발달시키고 균형감각을 키워주는 데 효과가 있다. [사진=체인지TV제공]
아이를 앞뒤로 당기고 미는 시상시상 동작은 소뇌를 발달시키고 균형감각을 키워주는 데 효과가 있다. [사진=체인지TV제공]

시상시상의 동작은 아이와 마주 앉아서 두 팔이나 허리를 잡고 앞뒤로 흔들어 고개를 끄덕이게 해준다. 이때 아이와 눈을 맞추고 ‘시상시상’하며 재미있게 리듬을 탄다. 시상시상은 ‘달궁달궁’ 또는 ‘달강달강’으로도 불리는데, 달강달강은 표준어국어대사전(2008)에서 ‘아기를 세우거나 마주 앉아서 양손을 잡고 앞뒤로 밀었다 당겼다 하는 동작’이라고 뜻을 풀었다. 그럼 시상시상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자.

“시상시상 달궁달궁, 하늘을 섬기고. 시상시상 달궁달궁, 하늘 마음 가져라. 시상시상 달궁달궁, 어른을 섬기고. 시상시상 달궁달궁, 하늘 뜻을 다해라”

시상시상은 웃어른을 공경하여 하늘의 뜻을 다하겠다는 뜻과 아기의 몸이 곧 작은 우주이니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라는 의미를 가졌다. 또한 하늘을 섬기듯이 웃어른을 섬기면 하늘에 이르러 하늘님의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이 놀이를 하며 옛 어른들은 아이에게 “착한 우리 아가, 어른을 섬기는 예절바른 아이로 자라라”라고 들려준 것이다. 그럼 선조들은 아직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에게 예절을 왜 강조했을까.

최근 아이의 기를 죽이면 안 된다며 아이를 예절을 가르치지 않고 버릇없게 키우는 일부 부모들 때문에 ‘노키즈 존’이 생기기도 하고, 인사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라기도 한다.

시상시상은 한민족 전통 육아법인 단동십훈의 하나로,  어른을 섬기는 예절바른 아이로 자라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시상시상은 한민족 전통 육아법인 단동십훈의 하나로, 어른을 섬기는 예절바른 아이로 자라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예절은 제대로 사랑받고, 제대로 사랑을 전하기 위한 지혜이다. 모든 생명은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한다. 사랑을 받으려니까 예절이 필요한 것이다. 하늘의 사랑을 받고, 부모의 사랑을 받고, 스승의 사랑을 받고, 선후배와 동기로부터 사랑을 받는 자세가 바로 예절이다. 예절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받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예절은 형식이 아니고 마음으로 와 닿아야 한다. 진정한 예의는 정해진 행동양식이나 격식이 아니라 사랑과 존중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다운 예의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감동시킨다.

우리 선조가 말하는 참다운 예절은 열린 가슴에서 나오며,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은 생명의 근원에 대한 경외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절 교육은 영어나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교육이다. 예절 교육만 철저히 받아도 그 아이는 어디서든 사랑을 받는다. 이렇듯 예절 바르게 자란 아이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신이 받은 사랑을 세상에 되돌릴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다. 이것이 선조들이 인간완성의 모범으로 삼은 홍익인간인 것이다.

소뇌를 발달시키고 균형감각을 키워준다

또한 뇌 발달 측면에서 볼 때, 아이의 몸을 앞뒤로 흔들어주면 소뇌가 발달하는데 시상시상 동작은 아이의 균형감각을 키워주는 데 효과가 있다. 소뇌는 전체 뇌 용적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중추신경계의 일부이다. 대뇌의 뒤쪽 아랫부분에 위치하며 무게는 150g 정도이다. 소뇌는 직접 자발적 운동을 일으키지는 않으나 뇌의 다른 부분이나 척수로부터 외부에서 오는 감각정보를 받아 이를 처리하고 구성하며 통합하여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소뇌의 운동조절 기능은 조화롭고 정밀한 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소뇌가 손상되면 자발적 운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세밀하고 정교한 운동을 하기 어렵다.

아이가 스스로 척추를 세워 앉거나 서려할 때에 조심스럽게 앞뒤로 흔들어주는 시상시상 동작을 하면 아이는 몸이 기운 상태에서 균형을 잡기위해 힘을 주게 된다. 이때 근육도 발달하고 운동감각도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예의바르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시상시상’놀이를 한번 해 보자.

[참조]

1. 체인지TV '한민족 전통육아법 단동십훈‘
2. EBS 다큐프라임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2012, 라이온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