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제안된 헌법 개정안 제1장 총강의 제9조는 ‘한국민족주의(Nationalism)’를 삭제하고,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를 채택함에 따라, 국가·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아래는 현재 헌법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안을 비교한 것이다.

정형욱 아주대 교수
정형욱 아주대 교수

 

현행헌법  제9조 國家는 傳統文化의 계승ㆍ발전과 民族文化의 暢達에 노력하여야 한다.

제안 헌법안  제9조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전통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1) 위의 비교에서 보듯이, 제안 헌법안에는 전통문화의 발전적 계승이라는 문구가 형식적으로는 남아 있지만, (한)민족의 존재는 사라지고, 세계 다문화 인정에 관한 헌법적 의지가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인권보호의 발전차원에서 다문화 인정 조항이 신헌법에 부가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민족주의와 세계시민주의 간의 건강한 균형관계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주체의식이 없는 허망한 세계주의(엄밀히 말하면, 서구와 중국에 다한 사대주의)만 남게 되고, 현재 팽창하는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패권주의와 역사왜곡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우적 민족주의는 배제되어야 하겠지만, 방어적 성격의 온건한 건강한 민족주의는 헌법정신에 유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만약에 현행 헌법 9조가 없어진다면, 민족주의적 역사, 사상, 문화 등에 관한 지원의 국가적 의지와 노력이 없어지게 된다. 반면에 국제사회의 다문화적 역사, 사상, 문화 등은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즉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많아진다.    
   예컨대, 이로 인해 천도교, 대종교, 원불교, 증산교 등 민족종교와 단군사상을 따르는 전통적인 한민족의 문화ㆍ역사단체의 반발과 이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같은 한국 민족주의를 연구하고 진흥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 역시, 신헌법이 제정되면, 이 기관의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며, 장기적으로는 이 기관은 폐쇄되거나 용도변경이 되어야 한다.


   반대로 신헌법이 성립되면, 현재 서양문명이 겪고 있는 문명충돌 현상을 통제할 수 있는 사법적 기제를 잃게 된다. 예컨대, 이슬람권에서 이주해온 근본주의 지향의 이슬람교인이 3명 이상의 부인과 결혼할 수 있는 문화를 법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이 신헌법 9조에 근거해서 헌법 소원을 제기한다면,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격렬한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2) 제안 헌법안 제9조 조항은 헌법 전문에 있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 계승하고,” 라는 문장과도 자체적으로 배치되는 모순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3·1운동은 인류보편적인 인권운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해서 우리 한민족의 정치적 자립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본과 국제사회에 우리 국가의 독립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정치행위였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제9조는 이러한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독립의지 정신을 계승하는 현 문재인 정부와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과도 배치되는 철학을 함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국기에 대한 맹세’와 ‘장교 임관식 선서문’에서는 민족에 대한 충성개념이 사라졌다. 앞으로 나올 대통령 취임 선서문에서도 민족에 대한 충성의 개념이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어떻게 바뀌었나 보자. 

[구맹세문]
-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2007년에 바뀐 신맹세문]
-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적인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 제안 안의 제9조는 다음과 같이 재서술할 것을 제안한다.

"國家는 傳統文化의 계승ㆍ발전과 民族文化의 暢達을 촉진하고, 동시에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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