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한식(寒食)을 맞아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 봉분을 덮은 억새를 자르는 ‘청완예초의’ 행사가 구리시 동구릉 내 건원릉에서 열린다. 한식에는 민간에서도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를 하며, 산소의 잔디를 벌초하기도 한다. 왕가에서도 한식 때 왕릉의 봉분 위 잔디를 새로 입히는 행사를 해 왔다. 

지난해 한식에 열린 건원릉 청완예초의 행사 모습. 릉 위에서 억새풀을 잘라내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문화재청]
지난해 한식에 열린 건원릉 청완예초의 행사 모습. 릉 위에서 억새풀을 잘라내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문화재청]

 

청완예초의에서 청완은 억새를 뜻한다. 대부분 왕릉의 봉분은 잔디로 입힌 것과 달리 태조 이성계의 무덤은 독특하게 고향인 함흥 땅의 억새로 봉분을 조성했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 74세를 일기로 태조 이성계가 승하할 때 고향 함흥에 묻히길 원했는데, 아들 태종은 조선을 창업한 아버지를 멀리 함경도에 묻을 수 없어 고향 영흥에서 흙을 떠와 봉분 위를 덮었다. 그때 억새 씨가 따라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강씨 부인이 정릉에 묻혔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태조가 정종과 태종에게 ‘죽고 난 후 고향 흙과 억새를 덮어 달라. 그리고 내 무덤에 손대지 말라’는 유언을 했다는 설이 있다. 조선왕조 인조실록에도 건원릉의 억새에 관한 기사가 나온다.

문화재청 조선왕릉 관리소는 청완예초의 의식을 8년 전부터 봄 제사로 거행했고, 지난해부터는 시민과 학생들이 행사의 제관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신청을 받아 선발해왔다.

건원릉 청완예초의 행사를 마치고 1년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를 지내는 모습. 지난해 부터 남자 고등학생 3명 성인시민 3명이 함께 참여 한다. [사진=문화재청]
건원릉 청완예초의 행사를 마치고 1년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를 지내는 모습. 지난해 부터 남자 고등학생 3명 성인시민 3명이 함께 참여 한다. [사진=문화재청]

 

올해 청완예초의는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능 윗부분의 억새를 베는 것으로 시작된다. 10시 30분 제관 행렬이 재실을 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1년 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를 지낸다. 제사가 끝나면 조선왕릉 제향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복 행사도 진행된다.

올해는 동구릉이 무료 개방되어 관람객들은 건원릉 청완예초에 관한 역사해설을 듣고 청완(억새)를 운반하는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조선왕릉 누리집(http://royaltombs.cha.go.kr, 소통마당-행사안내)에서 확인하면 된다.